[OSEN=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넘치는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2022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김도영은 데뷔 후 2년 동안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첫 해에는 1군 무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지난해에는 부상에 시달렸다. 그렇지만 올 시즌에는 마침내 잠재력이 폭발했다. 30경기 타율 3할3푼3리(126타수 42안타) 10홈런 26타점 28득점 14도루 OPS 1.020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키움전에서는 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다. 과거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타자는 2017년 8월 손아섭(당시 롯데, 9홈런-10도루)이다. 김도영 이전에 KIA에서 월간 1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는 2010년 8월 김상현(15홈런), 1983년 5월 김봉연(10홈런), 1999년 5월 샌더스(10홈런), 1999년 6월 홍현우(10홈런), 2010년 8월 김상현(10홈런), 2020년 10월 최형우(10홈런) 뿐이다.
김도영은 현재 48홈런-67도루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50홈런-50도루에 가까운 페이스다. 김도영은 월간 10홈런-10도루 달성 당시 인터뷰에서 “최고의 한 달을 보낼 수 있게 돼서 너무 영광이다. 너무 행복한 것 같고 (기록이) 의식은 안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어제 이후로는 의식이 됐던 것 같다. 빨리 쳐야 다음 경기를 편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계속 조금 욕심을 부렸다. 솔직히 이게 의미있는 기록인지 몰라서 아직도 약간 얼떨떨하다. 선배님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안 깨질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내가 또 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놀라운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김도영이지만 본인은 자신이 홈런타자라는 말을 극구 부인했다. “솔직히 홈런에 대한 욕심은 없다”라고 말한 김도영은 “나는 내가 중장거리 타자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고 강하게만 맞추자는 생각을 하다보니까 운이 좋아서 조금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정도 스스로를 중장거리 타자라고 한다는 말에 김도영은 “최정 선배는 역대 최다홈런 타자가 아닌가”라고 웃으며 “최정 선배는 그정도면 장거리 타자다. 나는 중장거리 타자가 맞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정의 KBO리그 역대 최다홈런 신기록(468홈런) 홈런공을 잡은 KIA팬이 김도영이 최정 같은 타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그 이야기를 봤다. 최정 선배의 홈런에 내 이름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다. 그래도 나는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뛰는 선수인데 홈런을 조금 많이 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최정 선배보다 더 많이 뛰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웃었다.
김도영은 스스로를 뛰는 타자라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선수 역시 호타준족으로 유명한 김주찬이다. 김주찬은 KBO리그 통산 1778경기 타율 3할(6297타수 1887안타) 138홈런 782타점 1025득점 388도루 OPS .789를 기록했다.
“나는 홈런보다 도루 욕심이 더 많다”라고 말한 김도영은 “나는 그런 야구가 더 좋다. 물론 홈런도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 수 있지만 뛰면서 분위기를 열광시키는 것이 더 좋다. 어린 시절에서 김주찬 선배를 정말 좋아했다. 내가 초반에 안좋았을 때도 김주찬 선배의 하이라이트를 많이 봤다. 그러면 가슴이 또 뜨거워지면서 다음날부터 야구가 더 재밌어졌다”라고 도루 욕심을 내비쳤다.
반면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도루보다는 홈런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를 바라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도루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것이다. “(김도영이) 도루에 적극적인 선수다”라고 말한 이범호 감독은 “그래서 가능하면 도루도 줄이라고 하고 있다. 전 경기를 다 뛰어야 하는데 몸 상태는 자신이 제일 잘아니까 체크해서 어디가 안좋은 것 같으면 100%로 안뛰어도 된다고 했다”라며 김도영에게 도루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자신을 홈런을 치기보다는 안타치고 도루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강했다”라고 김도영의 입단 당시를 돌아본 이범호 감독은 “나는 그런 생각을 탈피시키고 싶었다. 타구 스피드가 빠르면 타구각도를 살짝만 바꿔줘도 홈런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나와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올려 쳐라. 올려 쳐라. 멀리 쳐도 되고 띄워쳐도 아무 말 안할거니까 멀리 쳐라’라고 말했다. 이제는 (김)도영이도 자기 타이밍이나 밸런스를 알고 멀리 치면서 홈런도 나오고 장타도 나오니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라며 김도영의 활약을 기대했다.
김도영은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이후 잠실 LG 3연전에서 홈런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도루 3개를 추가했다. 이범호 감독의 우려에도 김도영은 한 베이스를 더 훔치는데 주저함이 없다. 올해를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도영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