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전=김동윤 기자]
"노시환 정도의 실력이면 그 정돈 당연히 해야죠."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24)이 류현진(37·이상 한화 이글스)의 역사적인 KBO리그 100승 경기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릎을 꿇고 대전 하늘 저 너머로 노히트 굴욕을 깨는 만루 홈런을 때리는가 하면, 3루 베이스에서는 벽 그 자체의 수비를 보여줬다. SSG 랜더스도 두 차례 고의사구로 거를 수밖에 없었던 위엄 돋는 모습. 하지만 정작 곁에서 지켜본 류현진은 담담했다.
노시환은 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SSG와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총 1만 2000명 입장)에서 2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호투와 노시환의 공·수 맹활약에 힘입어 SSG에 8-2로 승리했다. 4월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한화는 13승 19패를 기록, 8위를 유지했다.
노시환은 왜 팀에 홈런 타자가 필요한지, 왜 자신이 국가대표 4번 타자로 불리는지 안타 하나로 보여줬다. 한화는 2회까지 SSG 선발 이기순의 호투에 노히트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3회 초 이도윤, 이진영, 요나단 페라자가 차례로 볼넷을 골라 나가 2사 만루 찬스가 생겼다.
앞선 타석에서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던 노시환은 직구 두 개를 골라냈고 시속 122km 슬라이더에 크게 방망이를 헛돌렸다. 앞선 타석의 잔상이 남아있는 상황. 하지만 또 한 번 비슷한 위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바깥쪽 깊게 떨어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망이를 끝에서부터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15m의 만루홈런이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경기 후 만난 노시환은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 매 타석에서 타이밍이 절대 늦지 않게 모든 공을 앞에서 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다. 마침 만루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와서 계획대로 쳤는데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4월 한 달간 타율 0.270, OPS(출루율+장타율) 0.77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으나, 그에게 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노시환은 "시즌 초반 페이스가 계속 안 좋아서 나도 모르게 위축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을 조금 더 히팅 포인트보다 더 뒤에 확인하게 됐는데 오늘은 삼진을 더 먹더라도 앞에서 쳐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며 "만루홈런 타석에서도 직구를 노리고 있다가 변화구가 와서 헛스윙했는데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속아서 한 헛스윙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는 느낌이어서 자신이 있었는데 똑같은 코스로 와서 휘두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홈런 순간을 떠올렸다.
이날 노시환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한화가 4-2로 앞선 4회 초 2사 1, 2루에서 노시환은 최지훈의 땅볼 타구를 3루수 노시환이 잡아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베이스를 터치하는 허슬 플레이로 이닝을 끝냈다. 5회 초 1사 1, 2루에서는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땅볼 타구를 잡아 3루 베이스를 찍고 곧바로 1루로 던져 병살타 처리했다.
노시환은 "항상 수비에 자신이 있었다. 오늘 경기가 류현진 선배님이 100승을 앞둔 경기라 야수들이 도와줘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들 도와주자고 다짐하고 들어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류현진 선배도 홈런을 쳤을 때보다 수비를 잘했을 때 더 좋아해 준 것 같다. 사실 선배님 투구 수가 많았는데 수비들이 하나씩 도와주면서 100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 선배님이 소고기를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수에서 보인 존재감에 SSG는 이날 노시환을 두 차례 고의사구로 걸러 보냈다. 이에 노시환은 "타자들은 고의사구를 좋아한다.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는데 한 경기에 두 번이나 받아서 너무 좋다. 상대가 날 무서워한다는 거 아닌가"라고 답했다.
상대도 인정한 존재감에도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시환 정도의 실력이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고 흐뭇해했다.
이제 한화는 악몽 같던 4월을 잊고 달라질 5월을 기대한다. 그 중심에는 노시환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노시환은 "내가 5월에 좀 좋다고 들었다. 4월에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5월에는 분명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같은 경기가 5월에 많이 나와서 순위도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항상 멘탈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위축되는 게 있었다. 그것도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거니까 오늘을 발판 삼아 5월에도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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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이 30일 대전 SSG전 3회말 2사 만루에서 좌월 홈런을 치고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
한화 류현진(왼쪽)이 30일 대전 SSG전 4회초 2사 1, 2루에서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보여준 노시환을 미소와 함께 반기고 있다. |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24)이 류현진(37·이상 한화 이글스)의 역사적인 KBO리그 100승 경기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릎을 꿇고 대전 하늘 저 너머로 노히트 굴욕을 깨는 만루 홈런을 때리는가 하면, 3루 베이스에서는 벽 그 자체의 수비를 보여줬다. SSG 랜더스도 두 차례 고의사구로 거를 수밖에 없었던 위엄 돋는 모습. 하지만 정작 곁에서 지켜본 류현진은 담담했다.
노시환은 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SSG와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총 1만 2000명 입장)에서 2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호투와 노시환의 공·수 맹활약에 힘입어 SSG에 8-2로 승리했다. 4월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한화는 13승 19패를 기록, 8위를 유지했다.
노시환은 왜 팀에 홈런 타자가 필요한지, 왜 자신이 국가대표 4번 타자로 불리는지 안타 하나로 보여줬다. 한화는 2회까지 SSG 선발 이기순의 호투에 노히트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3회 초 이도윤, 이진영, 요나단 페라자가 차례로 볼넷을 골라 나가 2사 만루 찬스가 생겼다.
앞선 타석에서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던 노시환은 직구 두 개를 골라냈고 시속 122km 슬라이더에 크게 방망이를 헛돌렸다. 앞선 타석의 잔상이 남아있는 상황. 하지만 또 한 번 비슷한 위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바깥쪽 깊게 떨어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망이를 끝에서부터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15m의 만루홈런이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한화 노시환이 30일 대전 SSG전 3회말 2사 만루에서 좌월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
경기 후 만난 노시환은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 매 타석에서 타이밍이 절대 늦지 않게 모든 공을 앞에서 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다. 마침 만루 상황에서 좋은 기회가 와서 계획대로 쳤는데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4월 한 달간 타율 0.270, OPS(출루율+장타율) 0.77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으나, 그에게 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노시환은 "시즌 초반 페이스가 계속 안 좋아서 나도 모르게 위축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을 조금 더 히팅 포인트보다 더 뒤에 확인하게 됐는데 오늘은 삼진을 더 먹더라도 앞에서 쳐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며 "만루홈런 타석에서도 직구를 노리고 있다가 변화구가 와서 헛스윙했는데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속아서 한 헛스윙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는 느낌이어서 자신이 있었는데 똑같은 코스로 와서 휘두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홈런 순간을 떠올렸다.
이날 노시환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한화가 4-2로 앞선 4회 초 2사 1, 2루에서 노시환은 최지훈의 땅볼 타구를 3루수 노시환이 잡아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베이스를 터치하는 허슬 플레이로 이닝을 끝냈다. 5회 초 1사 1, 2루에서는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땅볼 타구를 잡아 3루 베이스를 찍고 곧바로 1루로 던져 병살타 처리했다.
한화 노시환이 30일 대전 SSG전 4회초 2사 1, 2루에서 몸을 날려 3루 베이스를 찍고 2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키고 있다. |
노시환은 "항상 수비에 자신이 있었다. 오늘 경기가 류현진 선배님이 100승을 앞둔 경기라 야수들이 도와줘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들 도와주자고 다짐하고 들어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류현진 선배도 홈런을 쳤을 때보다 수비를 잘했을 때 더 좋아해 준 것 같다. 사실 선배님 투구 수가 많았는데 수비들이 하나씩 도와주면서 100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 선배님이 소고기를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수에서 보인 존재감에 SSG는 이날 노시환을 두 차례 고의사구로 걸러 보냈다. 이에 노시환은 "타자들은 고의사구를 좋아한다.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는데 한 경기에 두 번이나 받아서 너무 좋다. 상대가 날 무서워한다는 거 아닌가"라고 답했다.
상대도 인정한 존재감에도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시환 정도의 실력이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고 흐뭇해했다.
이제 한화는 악몽 같던 4월을 잊고 달라질 5월을 기대한다. 그 중심에는 노시환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노시환은 "내가 5월에 좀 좋다고 들었다. 4월에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5월에는 분명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같은 경기가 5월에 많이 나와서 순위도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항상 멘탈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위축되는 게 있었다. 그것도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거니까 오늘을 발판 삼아 5월에도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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