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불펜 투수가 오른팔 절단 수술…일본 야구계 ‘충격’
입력 : 2024.05.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사노 시게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구 이론을 강의하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teams 캡처

[OSEN=백종인 객원기자] 1990년대 일본 최고의 우완 불펜 투수로 꼽히는 사노 시게키(56)가 오른팔 절단 수술을 받았다.

사노는 자신의 생일인 지난달 30일 X(트위터)를 통해 “오늘로 56살이 됐다. 예전 선수 때가 그립다”며 팬들에게 인사한 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내일(1일) 병원에서 오른팔 절단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그는 1990년 드래프트 3번으로 지명돼 오사카 연고의 긴테쓰 버팔로즈(현 오릭스 버팔로즈)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첫해부터 불펜 투수로 1군에 자리 잡았다. 1995년 시즌에는 구원으로만 10승을 올렸고, 이듬해 중간 투수로는 일본 최초로 연봉 1억 엔(현재 환율로 약 8억 8000만 원)을 돌파했다.

줄곧 긴테쓰에서 뛰며 노모 히데오의 동갑내기 절친으로도 잘 알려졌다. 1997년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0년 팀을 주니치 드래곤즈로 옮겼다. 당시 주니치는 선동열의 은퇴, 이상훈의 미국 진출로 불펜에 공백이 생긴 상태였다. 한국 트리오 중에는 이종범만 남아 있었다.

나고야에서도 신통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채 방출됐다. 이후 미국 독립 리그와 마이너리그, 멕시코 리그 등을 전전했다. 2년 뒤인 2003년 테스트를 거쳐 친정 팀 긴테쓰를 합병한 오릭스에 다시 입단했다. 그해 2경기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사노 시게키 X(트위터) 프로필

그는 몇 년 전부터 중증의 당뇨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4월에는 오른쪽 발가락 하나를 잘라냈고, 12월에는 오른쪽 손가락 끝부분 2개를 잃었다.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놀라지 마시라. 악수는 할 수 있다. 좌투수 전향에 도전해 보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당뇨에 대한 경고와 용기를 잃지 않는 투병 생활로 팬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그는 “치료를 위해 강제 입원 생활을 해야 했다. 그래도 장기 치료를 통해 조금 호전됐다. 자칫 늦었으면 오른발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팔 절단 수술을 앞두고 어제(30일) 올린 SNS에는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살기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그동안 함께 싸워준 오른팔, 감동을 함께 한 오른팔, 미안하게 됐다. 내일이면 헤어지게 되는구나”라며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글 말미에는 “이것도 긴 인생의 한 부분이다.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싸우겠다. 앞으로도 56세를 맞은 대머리 아저씨를 잘 부탁드린다”며 “여러분 모두 (머리) 털~ (조심하세요)”이라고 밝게 마무리했다.

사노 시게키 특유의 ‘빛나리 투구법’           중계 화면, 유튜브 채널 akanamazu 캡처

그는 안정적인 제구력과 강력한 구위를 갖춘 이상적인 셋업맨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유쾌한 캐릭터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장 큰 콤플렉스는 일찍이 잃어버린 머리숱이다. 절친 노모가 “가발 광고 모델 드래프트가 있으면, 이 친구가 1순위”라고 농담을 할 만큼 훤하고 밝은 인상을 자랑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이를 웃음 코드로 승화시켜 TV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기도 했다. 이른바 ‘빛나리(ピッカリ) 투구법’도 창시했다. 와인드업을 하면서 손이 올라갈 때 모자가 벗겨진다. 그럼 타자의 눈이 부셔, 공을 칠 수 없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빛나리 투구’는 그의 행사나 시구 때마다 큰 인기를 끌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펼쳐지는 산토리 드림매치(2017년) 때는 이걸 모티브로 상황극도 펼쳤다. 그의 투구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자, 타자가 불만을 터트린다. 항의하는 과정에서 타자와 심판 2명, 포수, 투수까지 모두 5명이 훤한 헤어 스타일을 노출하며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 장면은 아직도 SNS에 유명한 동영상으로 남아있다.

팬들은 그의 투병 소식에 ‘사노 씨가 마운드에 올라오면 이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고의 불펜이었다. 빨리 회복해 밝은 웃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며 안타까워했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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