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고성환 기자] 위기도 부침도 많았지만, 결국 도달한 곳은 정상이었다.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이 프로농구 역사를 세웠다.
부산 KCC는 5일 오후 6시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88-7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6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의 정상이다.
정규시즌 5위 팀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도 탄생했다. KCC는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호흡 문제로 생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창진 감독도 팬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을 맞았다. KCC는 시즌 막판부터 화력을 뽐내기 시작하더니 플레이오프(PO) 무대에서 진짜 날개를 펼쳤다. 6강 PO에서 서울 SK를 가볍게 눌렀고, 4강 PO에서는 정규시즌 챔피언 원주 DB도 잡아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난 KT까지 물리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우승을 일궈낸 전창진 KCC 감독은 "여러 생각이 많이 든다. 5년 동안 옆에서 날 지켜준 강양택 코치에게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많이 의지한다. 많이 희생해줬다. 강 코치도 나이가 많은데 나를 위해 너무 애를 써줬다. 이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고맙단 한마디를 제대로 못했다. 이번 기회에 꼭 하고 싶었다. 중간에 들어온 이상민 코치도 가교 역할을 잘해줬다. 신명호 코치도 선수들 관리에 애를 많이 썼다"라며 함께 고생한 코치진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유난히 부상이 많았던 시즌이라 트레이너들도 고생이 많았다. 나야 뭐 이런 결과를 얻고 여러분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하지만 뒤에 있는 친구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결과가 없었을 것이다. 다들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결과는 슈퍼팀의 우승이지만, 정규시즌만 놓고 보면 5위 팀의 대반란이다.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도 5위에 그쳤던 성적을 창피하게 느꼈다. 나와 생각이 같았다. PO에서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KCC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창진 감독은 앞선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한 뒤 '제자' 송영진 KT 감독과 소주잔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송영진 감독에게도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정말 고생 많았다. 아주 가능성이 많은 친구다. 송 감독에게 많은 공부가 된 챔프전이 아닐까 싶다. 실망하지 말고 다음 시즌에 도전하는 송영진 감독이 되길 바란다. 팀을 챔프전까지 끌고 올라온 점을 높게 평가한다. 앞으로도 좋은 감독이 될 거라 믿는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KCC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동네 슈퍼팀'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결국 왕좌에 오르며 증명에 성공했다. 전창진 감독은 슈퍼팀 이야기가 나오자 "슈퍼팀은 여기 계신 분들이 만들어주신 거다. 내가 슈퍼팀이라고 하지 않았다. 가장 속상한 건 그런 거다. 두세 명이 부상당했는데도 우리가 지면 슈퍼팀이 졌다고 나온다. 선수들이 기가 많이 빠진다. 사실 우리가 지길 바라는 느낌도 받았다. 상당히 마음이 안 좋았다. 누구나 질 수 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만약 전력이 갖춰지고 PO에서 졌다면 잘못한 게 맞다. 욕 먹어야 한다. 난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선수들의 자존심이다. 이런 팀이 또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고 얘기하기도 했다"라며 "이렇게 전력이 갖춰져야 슈퍼팀이다. 한두 명씩 다치고,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우고 하는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그 덕분에 이렇게 단단해지면서 좋은 경기력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멤버로 정규리그를 시작했다면 5위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PO를 시작하기 4~5일 전에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자존심을 지키고자 정말 열심히 했다. 그 모습이 나왔다"라고 되돌아봤다.
전창진 감독 개인으로서도 16년 만의 챔프전 우승이다. 그는 "어렸을 때 했던 우승이 마지막이다. 오랜 시간 못했다.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챔프전에서 우승하는 팀을 보면 많이 부러웠다. 속은 기분이 좋은데 겉으로 표현이 잘 안 된다. 상당히 기분 좋다. 이런 느낌은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창진 감독은 "이런 상황을 직접 체험하면 이 이상의 체험이 없다. 부와 명예를 떠나서 이래서 감독을 하고 선수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최선을 다해 한 자리에 올라갔다는 쟁취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라며 "내게도 정말 남다르다. 내가 감독을 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KCC에서 날 불러줬다. 돌아가신 명예 회장님과 지금 회장님이 기회를 주셔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한번 찾아봬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겠다. 미흡하지만,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KCC는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바꾸자마자 정상에 올랐다. 부산시 전체로 봐도 27년 만의 우승이다. 전창진 감독은 "5위를 하는 바람에 홈팬들에게 우승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3, 4차전에서 많은 팬들이 KCC를 응원해주신 모습이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런 응원을 받고 힘이 안 날 선수는 없다. 앞으로도 열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프로농구가 한 단계 발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많은 팬분들을 모시고 경기할 수 있도록 되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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