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고성환 기자] 간절히 바라던 우승에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꿈을 이룬 허웅(31, 부산 KCC)이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부산 KCC는 5일 오후 6시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88-7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6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의 정상이다.
정규시즌 5위 팀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도 탄생했다. KCC는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호흡 문제로 생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창진 감독도 팬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을 맞았다. KCC는 시즌 막판부터 화력을 뽐내기 시작하더니 플레이오프(PO) 무대에서 진짜 날개를 펼쳤다. 6강 PO에서 서울 SK를 가볍게 눌렀고, 4강 PO에서는 정규시즌 챔피언 원주 DB도 잡아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난 KT까지 물리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번 챔프전은 프로농구 최초 형제대결이기도 했다. '형' 허웅과 '동생' 허훈이 적으로 만나 뜨거운 맞대결을 펼쳤다. 둘 다 시리즈 내내 맹활약하며 볼거리를 더했다.
마지막에 웃은 쪽은 허웅이었다. 허웅은 우승뿐만 아니라 현장 기자단 투표에서 84표 중 31표를 획득하며 MVP까지 손에 넣었다. 2위 라건아(27표)를 4표 차로 따돌리며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장을 찾은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의 뒤를 잇는 MVP 수상이다.
허웅은 이날 33분 25초 동안 21점 4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후반에는 KT의 맹추격을 뿌리치는 귀중한 득점을 추가한 뒤 크게 포효하기도 했다. 허웅은 이번 PO 기간 12경기에서 평균 31분 57초를 뛰며 평균 17.3점, 4.2어시스트로 존재감을 뽐냈다.
허웅은 꿈을 이룬 소감을 묻자 "아직 모르겠다. 우승이 처음이라(웃음). 정말 절실했다. 잘 때도 기도할 만큼 너무 우승을 하고 싶었다. 1년 동안 함께한, 가족보다 더 많이 시간을 보낸 동료들과 시간이 기억 속에 남는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유독 우승에 간절했던 이유가 있을까. 허웅은 "선수들이랑 같이 원정 경기를 가거나 하면 함께 잠을 잔다.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하고 싶어서 모든 생활을 우승에 맞췄다. 모두가 하나 돼서 이룬 우승이다. 정말 한 경기 한 경기 절실하게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허웅은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기 전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10년 동안 챔프전을 한 번 빼고는 다 TV로 봤다. 선수라면 누구나 있고 싶은 자리다. 10년 동안의 꿈과 노력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며 흘린 행복한 눈물이었다"라며 "이런 행복한 순간이 얼마 안 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또 금방 잊히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동료들과 함께했던 노력의 순간들이 너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마음을 울렸다"라고 밝혔다.
'동생' 허훈도 감기 투혼을 펼치며 29점이나 올렸지만, 끝내 고개를 떨궜다. 허웅은 "동생이랑 같이 집을 쓰고 있다. 오늘도 집에서 같이 나왔다. 어제 링거도 같이 맞았다. 애가 잠을 못 잔다. 기침을 너무 많이 한다"라며 "안쓰러울 정도로 아파했는데 경기장에선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더라. 나도 감동받았다. 농구에 대한 진심이 보였다.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경기 후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냥 안고 끝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시리즈를 치르면서 우승을 예감한 순간이 있었을까. 허웅은 "그런 순간은 없었다. 한 경기 한 경기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한 경기 이기면 행복했고, 지면 왜 졌는지 연구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답했다.
슈퍼팀이란 기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을까. 허웅은 "농구 외적으로도 다들 너무 친하다. 사우나도 같이 가고, 여행도 같이 다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이 뭉쳐서 풀었다. 그런 사이가 경기장 안에서 나온 것 같다. (송)교창이도 너무 어른스럽다. 초이(최준용)도 겉은 이렇지만, 여린 부분이 있다. 밖에서도 잘 지내기 때문에 코트 안에서 나오는 것 같다. 오늘도 파티를 할 거고, 내일도 만나서 얘기를 할 거다. 그런 부분이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러 허웅은 "부산 KCC가 되면서 체육관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던 게 항상 기억에 남는다. KTX 타고 왔다갔다 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는가. 우리도 힘든데. 그래도 결과를 내서 팬분들도 행복하실 거 같다. 이렇게 또 맛을 봤으니까 내년에도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하다"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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