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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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27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맨시티 우승 퍼레이드에서 곤란한 질문에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SNS 갊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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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우승 후 기뻐하는 맨시티 선수들. /사진=맨시티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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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AFPBBNews=뉴스1 |
"맨시티에 영원히 머물 거냐고요?"
펩 과르디올라(53) 감독이 자신의 거취를 묻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며 진땀을 흘렸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 선수들은 지난 27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 진행자가 과르디올라 감독을 무대 위로 불러 '돌직구'를 날렸다.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당신은 EPL 현역 최장수 감독이 된다. 맨시티에 '영원히' 남을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영원히라고 했나?"라고 되물으며 멋쩍게 웃었다. 수많은 팬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어떤 대답을 할지 응시했고, 그는 여전히 멋쩍은 웃음을 지은 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어 진행자가 '팬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나?'라는 묻자 "우리는 다음 시즌 돌아올 것이다. FA컵 트로피를 가져오겠다"고 답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낼 예정이다"라며 "내년 여름 맨시티와 계약이 종료되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음 시즌이 끝나며 팀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음 시즌은 과르디올라 감독에 이어 누가 맨시티 감독이 될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다. 맨시티 운영진은 과르디올라 감독과 재계약을 원하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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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흥분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모습.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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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2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 대 에버튼의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38라운드에서 승리 후 우승컵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영국 '데일리 메일'도 지난 27일 "과르디올라 감독이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년 여름 맨시티를 떠날 예정이다. 맨시티 수뇌부는 펩 시대가 끝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없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이미 업계와 복수의 소식통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음 시즌까지만 맨시티를 맡는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내년 6월 계약이 만료되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와 재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맨시티는 세계 최고 감독 중 하나인 과르디올라 감독과 장기 계약을 맺고자 천문학적 수준의 연봉과 보너스를 제시할 계획이었다. 오랫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과르디올라 감독이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27년 동안 맨유를 이끈 바 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미 이별로 마음이 기운 듯하다. 재계약을 맺지 않고 다음 시즌이 끝나면 맨시티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최근 인터뷰를 봐도 맨시티에서 동기부여를 찾기란 힘들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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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기뻐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맨시티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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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의 EPL 4연패 기념 포스터. /사진=맨체스터 시티 SNS |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20일 리그 최종전에서 웨스트햄을 3-1로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맨시티와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인터뷰로 관심을 모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작년 이스탄불(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에서 경기가 끝난 뒤 난 '이제 끝났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계약은 남아있었고 아무리 이루지 못한 EPL 4연패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라고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했다.
'우승 청부사'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년 맨시티에 부임한 이후 획득한 우승 트로피는 무려 17개에 이른다. 7시즌을 지휘하며 6번이나 정상에 섰다. 2018~19시즌엔 EPL,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인터밀란을 꺾고 마지막 대업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트레블을 이뤘다.
그야말로 감독으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모두 이룬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모든 것이 끝나면 동기를 찾기 어렵다. 지금은 내게 동기부여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리그 4연패 비결을 묻자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며 "11월이나 12월부터 조급하게 우승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경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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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AFPBBNews=뉴스1 |
맨시티와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아스널을 향해 "그들에게도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리버풀과 경쟁하며 승점 1점 차로 우승할 때가 많았고 힘들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면 올 시즌엔 아스널이었다. 앞으로도 아스널과 경쟁할 것 같다. 그들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젊은 감독인 아르테타를 보유했고 우리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올 시즌 승점 91(28승7무3패)로 2위 아스널을 승점 2점 차로 따돌리고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아래 2020~2021시즌부터 4년 연속 정상에 오른 맨시티다. 1992년 EPL 출범 후 4연패는 맨시티가 최초다.
역대 최고 감독으로 손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 퍼거슨 감독은 1999년부터 2001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두 번이나 3연패를 이뤘지만, 4연패는 해내지 못했다. EPL 출범 전에도 허더즈필드(1924~1926년), 아스널(1933~1935년), 리버풀(1982~1984년)이 3연패한 적은 있지만 4연패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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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2023~24시즌 EPL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사진=EPL 공식 SNS |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무려 다섯 번째 수상이다. 그는 "올해의 감독이 된 것은 내게 큰 영광이다.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생해준 덕분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전 세계 가장 훌륭한 리그에서 4연패를 이룬 것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다. 맨시티의 감독인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맨시티에 밀려 2위를 차지한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난 위르겐 클롭 감독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르테타 감독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 그는 마지막까지 우리와 경쟁했다"며 "수많은 시간 동안 나와 잊을 수 없는 승부를 펼친 위르겐 클롭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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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선수들에게 소리치는 위르겐 클롭 감독.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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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미소를 짓는 위르겐 클롭 감독.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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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롭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클롭 감독이 EPL을 떠나는 것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쳤을까. 리버풀을 9시즌 동안 이끌었던 클롭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2026년까지 계약이었지만 시즌 도중 번아웃(에너지 고갈) 등의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후임으로 아르네 슬롯 감독이 정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년간 리그에서 경쟁했던 클롭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리그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클롭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울먹거리며 "그가 정말 그리울 것이다. 클롭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부가 됐다. 나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줬다"며 "우리는 서로를 존중했다. 그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고마웠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구단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클롭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그래서 난 겸손을 잃지 않는다"며 "클롭과 리버풀이 나를 도왔고 엄청난 경쟁자였다"고 덧붙였다.
클롭 감독과의 수 차례 맞대결도 떠올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버풀과 맞붙을 때 골을 넣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은 정말 까다로웠다. 그는 팀을 위대하게 만든다. 클롭의 앞날이 밝기를 기원한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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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번쩍 든 위르겐 클롭 감독.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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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감독. /AFPBBNews=뉴스1 |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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