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대주자→31세에 도루왕' 조수행이 부활 시킨 '두산 육상부', 가을야구 수놓을 발야구가 시작된다
입력 : 2024.10.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베어스 조수행.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조수행.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만년 대주자, 백업 요원이 익숙했고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렇기에 갑자기 찾아온 도루왕의 의미는 매우 특별했다. 이젠 조수행(31)이 두산 베어스의 가을야구를 위해 뛸 준비를 한다.

2016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조수행은 오랜 무명 시절 끝 올 시즌 드디어 당당히 야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30경기에 나서며 진정한 의미의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타율은 0.265(328타수 87안타)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완벽한 붙박이 주전이 아님에도 무려 64차례나 베이스를 훔치며 생애 첫 타이틀 홀더가 됐다. 단일 시즌 최다도루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매우 놀라운 수치였다.

최근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달성하며 기회를 늘려가던 조수행이지만 올 시즌 만큼 많은 기회를 얻은 적은 없었다. 조수행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늘 "타격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내보이기도 했지만 압도적인 베이스러닝 능력을 앞세운 조수행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냈다.

지난해 도루왕 정수빈(52도루)과 조수행이 무려 116도루를 합작하며 두산은 184도루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역대 50도루 이상 선수가 한 팀에서 2명 이상 나온 건 역대 최초다. 그로 인해 오재원, 이종욱, 민병헌(이상 은퇴), 정수빈 등 스피드스타들이 즐비했던 2013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팀 도루 1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두산 전통의 팀 컬러였던 '육상부'의 부활을 알렸다.

그동안 대주자와 대수비, 백업 외야수 역할에 국한됐던 조수행이 서른을 넘긴 뒤에야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도루를 시도하는 조수행.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도루를 시도하는 조수행.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3차례나 도루왕을 차지하고 통산 549도루로 역대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전설의 대도' 전준호 KBSN해설위원은 스타뉴스와 통화를 통해 "도루엔 기본적으로 스피드와 슬라이딩이 중요하다. 조수행은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며 "스피드는 황성빈, 슬라이딩은 김도영이 참 좋은데 조수행은 이 두 가지 모두 최상급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도루에 대한 갈망과 도전 정신도 매우 중요하다. 발이 빠른 선수들은 투수들의 집중 견제가 들어오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들다. 그런 걸 뛰어넘는 게 쉽지 않다"며 "30도루 정도는 스피드와 슬라이딩 능력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도루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어야만 조수행처럼 50도루, 60도루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타뉴스와 만난 조수행은 "저도 이렇게까지 많이 할 줄 몰랐는데 출전 기회도 많아지고 작년보다 출루도 많아졌다"며 "감독님께서도 나가면 자꾸 뛰라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나가면 더 적극적으로 뛰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무명의 시간이 길었지만 그동안 쌓인 경험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갑자기 얻어진 건 아니라고 본다. 풀타임은 처음이지만 스페셜한 대주자로서 역할을 상당히 잘해왔던 선수"라며 "그러한 경험들이 계속 누적이 됐고 투수들에 대한 장단점도 파악이 되고 꾸준히 기회를 받다보니 더 편안한 상황에서 도루를 하게 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수행은 "일단 루상에 나가면 득점권 찬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며 "장타를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기에 그런 점을 보완해야 더 메리트 있는 선수가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게 성공률과 개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다"고 답했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조수행. /사진=안호근 기자
잠실구장에서 만난 조수행. /사진=안호근 기자
조수행은 주로 9번 타자로 나서 출루할 경우 지난해 도루왕에 오른 톱타자 정수빈과 연결된다. 전 해설위원은 이 부문에도 주목했다. "정수빈과 함께 뛰다보니 예상보다도 더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도루가 동반 상승을 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한 시즌에 두 선수가 50개 이상 도루를 하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KBO리그의 도루 판도를 이끌며 팬들에게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수행 또한 "내가 루상에 나가면 시즌 초반에는 (정)수빈이 형이 내가 뛸 때까지 한 번씩 기다려주는 경우도 많았다"며 "또 수빈이 형을 보면서 배우고 백업 생활을 오래했고 그런 걸 토대로 경기에서 앞뒤로 나서다보니 재미있다. 수빈이 형은 상대 투수들에 대한 특징을 한 번씩 이야기를 해주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 폭발적인 도루의 힘을 가을야구에서 보탤 때가 왔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이지만 조수행에게 기회는 많지 않았다. 통산 25경기에 나섰고 역할을 대부분 대주자와 대수비에 국한됐다. 결과도 11타수 2안타로 초라했다. 다만 3도루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두산의 왕조 시절에도 활발하지 않았던 색깔을 다시 꽃피운 조수행이다.

그는 "가을야구에 가서도 안 다치고 뛸 수 있게끔 몸 관리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홈 최종전을 마치고 팬들 앞에 선 조수행은 "올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감사드린다"며 "마지막 홈경기지만 아직 마지막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가을야구 가면 홈경기를 많이 할 것이다.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게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63홈런을 합작한 양석환과 김재환 거포 듀오만큼이나 상대팀 투수 입장에선 루상에 올라서 있는 '대도 듀오' 조수행과 정수빈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인 가을야구에선 이들의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다. 조수행이 정수빈과 함께 가을야구에서 마음껏 뛰어 놀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홈 최종전을 마치고 홈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는 조수행.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달 24일 홈 최종전을 마치고 홈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는 조수행.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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