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이동욱 ''광복 80주년인데 세상 안 변해...100주년엔 다를까요'' [인터뷰](종합)
입력 : 2025.01.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연휘선 기자] 광복 80주년에 여전히 안중근을 기리게 만드는 '하얼빈', 광복 100주년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재치있고 담백하지만 사안의 무게감을 결코 혼동하지 않는 배우 이동욱이 특급 출연 같은 특별 출연으로 장식한 '하얼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동욱은 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 제공/배급 CJ ENM,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이 가운데 이동욱은 가상의 독립투사, 대한의군 소속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가 본의 아니게 '핑계고'에서 2년 전부터 홍보를 했다"라며 멋쩍어 한 이동욱은 "원래는 개봉 시기도 여름께로 생각했는데 지금 겨울에 개봉한 게 영화의 느낌과 계절감이 잘 맞는 것 같다. CJ와 영화사에서 좋아하지 않겠나. 제 역할에 비해 홍보를 오래 한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별출연'으로 알려진 이동욱. 그는 "봐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냐가 중요한 것 같다. 조연의 조연의 조연이라는 생각보다는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서 저한테 주어진 몫을 온전히 해내자 생각했다. '그리고 이동욱'이라고 하나 붙여주셔서 그건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실제 분량도 상당했다. 이동욱은 "특별출연 이동욱, 조연 이동욱,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고 보시는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다. 분량이 많지 않다고는 생각했다. 시나리오 자체에서는. 어쨌든 제 몫만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촬영 회차가 '왜 이렇게 많이 촬영하지?' 싶더라. 꽤 했다. 광주에서 신아산 전투 찍을 때 총 회차는 아니지만 20일 가까이 광주에 머물렀다. 원래 일주일 정도 예상하고 내려갔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대기 시간도 길었다. 덕분에 스태프, 배우들과 친해진 것 같다. 라트비아에는 저는 2개월 까진 아니도 2주 반 정도 있었다. 다행히 제 분량이 초반에만 있었다"라며 웃었다. 

출연 계기에 대해 이동욱은 "김원국 대표님, 우민호 감독님과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를 하면서 술을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날은 술을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하고 헤어졌다. 한 두 달 뒤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창섭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고.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같이 해보자 하시더라. 우민호 감독님 부름이라 쉽게 결정했다"라고 했다. 

이어 "같이 하는 배우들이 현빈 씨도 있지만 조우진 형, 유재명 형 다 두 번째라 다시 보고 싶었다. 박정민 씨도, 전여빈 씨도 좋아하던 배우라 다시 보고 싶어서 제 연기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함께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한 홍경표 촬영감독을 언급하며 특별한 경험임을 강조한 이동욱은 "이런 장르에 갈증이 있던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좋은 경험이긴 하다. 다만 제 필모에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가 '하얼빈'을 해서 행복하고 좋은 일이지만 못했어도 저는 이동욱으로 연기를 한다. 큰 작품을 해야 큰 배우, 드라마를 하면 작은 배우라는 논리에 갇히기 싫다. 열심히 노동자로 노동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이동욱은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매료시킬 정도로 촬영에 집중했다. 극 중 우덕순 역으로 활약한 박정민은 "이동욱 형에게 푹 빠졌다"라고 말헀을 정도. 이에 박정민과의 호흡에 대해 그는 "날카로운 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쪽에서 에너지를 그만큼 던져줘서 저도 받을 수 있었다. 굉장히 좋은 배우다. 평소엔 말도 없고 모니터 앞에서 조용히 있는 배우다. 그런데 연기할 때만큼은 돌변해서 멋지게 하는 걸 보고 너무 좋은 배우,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정민 배우가 가진 특유의 여유로움이 있다. 그런 모습도 배우고 싶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정민이 인터뷰를 봤는데 저에 대해 너무 좋은 얘기를 해서 저도 좋은 얘기만 할 수 밖에 없다. '빠져있다'고 하는 것 치고는 연락을 너무 안 한다"라고 웃으며 "원래 정민이가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감쌌다. 그러면서도 그는 "눈 떠서 잘 때까지 계속 붙어있고 우리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 경험도 독특했다. 좋은 경험이고 좋은 사람들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사실 이창섭은 안중근의 사람들과 한발짝 떨어져 있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외로울 때도 있었다. 그런 외로움을 컷하고 나서 이 분들과의 대화나 식사를 하면서 많이 덜어냈다. 제가 영화에 합류하기 전에 몽골에서 촬영을 먼저 다녀오기도 했다. 제가 2~3주 늦게 합류했는데 다행히 금방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타이틀 롤 안중근 역으로 열연한 현빈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동욱은 "한번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현빈 배우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현장에서 어떨까가 궁금하더라. 결과물은 전국민이 다 보는 거니까. 현장에서의 태도, 방식 등이 궁금했다. 역할이나 영화의 무게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굉장히 진중했고 영화의 타이틀 롤로서의 리더십이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든든했다"라고 했다. 

그는 "둘이 가만히 앉아서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즉흥에서 감독님과 만든 씬이었다. 어떨지 모르겠더라. 사전에 어떻게 할지 얘기할 새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다. 시작할 땐 될대로 돼라고 자리에 앉았다. 액션 하자마자 오고가는 눈빛과 호흡들이 좋더라. 연기하면서 오랜만에 느낀 짜릿함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뭔가 되는 구나, 즉흥적으로 만든 씬도. 감독님도 흡족해 하셨다. 그 씬이 이창섭과 안중근의 전사를 보여줬다. 둘의 우정과 단단한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았다"라고 강조했다. 

현빈과 이동욱의 촬영장 산책도 화제를 모은 바. 이동욱은 "쉬는 날 할 게 없다. 라트비아 시내가 워낙 작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같이 운동하고 아침 먹다가 산책하자고 배우들 다같이 돌아다녔다. 유일하게 쉬는 날 하는 일상이었다. 나가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오~ 둘이 어디 가~ 좋아 좋아, 둘이 좀 돌아다녀'라고 해서 저희도 한참 웃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정민 씨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서 먼저 라트비아 시내를 샅샅이 파악했더라. 알게 모르게 가이드를 해줬다. 여기 가면 성당, 저기 가면 큰 시장, 쇼핑몰이 있다고. 다같이 하루 종일 걸어다녔다"라며 웃었다. 

우민호 감독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이동욱을 눈여겨 봤다고 밝힌 바. 이동욱은 "감독님을 처음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 드라마를 거의 다 보셨더라. 평소부터 좋아했다고, '구미호뎐'도 보셨다고. 그 중에서 '타지옥'이 인상깊었다고 해주셨다. 그게 '하얼빈'의 이창섭 역할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어떤 이미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제의를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연기를 할 때는 특별한 주문을 많이 하진 않으셨다. 물론 그 씬을 찍을 때마다 디테일을 잡으셨지만 처음부터 '이창섭은 이래야 돼'라고 크게 말씀은 안 하셨다. 다만 조금 진중하고, 선이 굵고, 되돌아보지 않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안중근과 대비되는 이창섭의 모습이기도 하고, 영화의 무드 자체가 그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렇다"라며 "다른 작품에선 애드리브도 하고 대사도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물론 그런 것도 상의해서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럴 엄두가 안 나더라.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물론 제가 '연기'를 하는 거지만 실제 독립운동가 분들이 계시니까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화화되면 안 돼서 진지하게 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2년 전 촬영을 마쳤으나 공교롭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시국을 들끓게 만든 각종 이슈와 개봉이 맞물린 것에 대해 이동욱은 "안타깝다"라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들을 위해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에 일부러 5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한 이동욱은 "영화에도 나오지만 이토가 그런 얘기를 한다. 이 나라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을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다. 이토의 부하가 300년 전에도 그렇지만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영웅이 없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500년 가까이 흘렀는데 이토가 있던 150년 전에도 역사가 반복되는 게 안타깝다. 그래도 이겨낸 국민들의 저력이 있고 DNA가 있다고 하면 서글픈 얘기지만 잘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촬영은 2년 전에 마쳐놨다. 어쩌면 여름 개봉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참 묘하더라. 이런 시국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 무슨 일이 또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이다. 하루 앞을 예상할 수 없다. 이런 시국과 영화가 맞물려서 묘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털어놨다. 

탄핵집회에 대해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이동욱. 그는 "부담감보다는 그냥 말 그대로 집회에 나간 팬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추운 날씨에 많이 고생하니까. 제가 옆자리에 함께 있을 순 없으니 힘 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여기 계신 기자님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동욱은 개봉 후 관객 반응을 찾아보진 않았다. 그는 "무심하다기 보다는 어떻게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하겠나. 이 일을 20년 넘게 하면서 내린 생각인데, 아예 안 보는 게 속 편하다"라며 웃었다. 그는 "저는 사실, 사진도 잘 안 본다. 생긴대로 나왔겠지 라는 생각이다. 늘 그런 생각을 한다. 100이면 100 어떻게 다 날 좋아하나. 50만 좋아해도 다행이지. 나머지 50은 싫어할 테니 안 찾아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극 중 이창섭의 최후인 모리 다쓰오(박훈 분)와의 촬영에 대해 이동욱은 "의외로 그 씬이 1~2 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됐다. 물론 사전에 박훈 배우와 감독님과 제가 얘기한 게 있었고, 어떤 감정으로 할까에 대해 대화를 많이 했다. 박훈 배우가 너무 고맙게 '일단 해라 내가 맞추겠다'라고 해주더라. 되게 자신이 있던 것 같았다. 박훈 배우 덕에 현장에서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제일 고민한 건 총을 어디에 맞아야 할지였다. 이마는 너무 뻔하고 볼 즈음에 맞기로 했다. 이창섭과 이동욱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저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준비를 해가서 오전 11시엔가 끝났다. 촬영이 잘 됐다. 감독님이 모니터 보시고 '뭐 됐잖아'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우민호 감독과의 촬영에 대해 그는 "디테일 하시다. 배우한테 맡겨놓으신 것 같기도 한데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꼭 한번씩 짚어주시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그 현장에서 막 진지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다 웃긴 얘기 하신다. 일전에 다른 작품을 한 배우 분들이 감독님이 좀 무섭다고 했는데 제 생각엔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 '츤데레'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현자에선 성격이 급해질 수 밖에 없으니 오해 아닌 오해를 하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일화인데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시면서 손을 내밀어 옆에 있던 스크립터 분한테 빨리 '줘봐줘봐'라고 했는데 뭘 달라 할지 몰라 무전기 말고 마스크를 달라는 거였다. 빨리 현장 가서 디렉팅을 하려고 그런 거다. 제가 그걸 뒤에서 보고 느낀 건데 너무 웃기더라"라며 웃었다. 

유독 처절한 장면으로 화제를 모은 '하얼빈' 신아산 전투. 이동욱은 "의도가 명확했다. 그 시절의 전투라는 게 지금처럼 미사일 쏘고 드론 날리는 시대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는 전투를 해야 했다. 총도 연발이 안돼서 한 발 쏘면 다시 장전을 해야 했다. 결국 백병전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럴 때의 치열함, 어쩔 수 없는 잔혹함들이 보여져야 했다. 그게 그 때는 현실이었으니까. 얼마나 독립투사들이 고된 전투를 치르고, 힘든 일들을 했는지 조금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셨던 것 같다 감독님은"이라고 평했다.

다만 그는 "사실 임할 때는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다. 막상 슛이 들어가도 액션을 하는 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액션 많이 해보기도 했고, 거기서 한 액션이 합이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진흙바닥을 구르고, 날씨가 춥고 그런 건 있었다. 그렇지만 힘들다는 건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촬영까지의 과정이 더 힘들었다. 2박 3일 스탠바이만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고 10시간 12시간 제설하고 1~2컷 찍었더니 해가 떨어지고. 계속 못 찍고 돌아가는 과정들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게 원래 사이클 대로 계획대로 돌아가면, 뒷촬영도 조금 영향을 안 받게 된다. 그래서 딜레이가 될 수록 마음의 부담이 모두에게 생긴다.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제작부 전부 다. 그런 게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어쨌든 그렇게 60년, 몇 십년 만에 와준 눈 덕에 훌륭한 장면이 탄생했다. 지금 생각하면 되게 감사한 일이다"라고 했다.

"실존 인물 부담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이창섭도 가공의 인물"이라고 운을 뗀 이동욱은 "제가 평소의 욱동이, '핑계고'처럼 웃길 일 없으니까 한 각오였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동욱은 웹예능 '핑계고'에서 보여준 예능 캐릭터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정작 '핑계고'의 욱동이에 대해 이동욱은 "메인까진 아니고 서브 캐릭터 정도로 생각한다. 그 얘기를 어디 가면 항상 하시고, 작년에도 작품상을 2연패 했다"라고 웃은 그는 "대상도 아무 생각 없었다. 저 후보인 줄도 몰랐다. 막상 전년도 수상자로 시상을 하는데 봉투를 열기 전에 '봉투 안에 내 이름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헛된 상상을 했다. 역시 황정민 선배님이 타셨다. 아쉽다기 보다는 한번쯤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욕심내면 더 안 되는 상이어서 언젠가 한번쯤은"이라며 웃었다. 

홍보 없이도 출연하는 '핑계고'에 대해서도 그는 "처음에는 그냥 재석이 형이 불러서 간 거다. 그리고 이제 제가 예능 경험이 아예 없는 배우도 아니니까 제 이름을 건 토크쇼도 진행했고 '강심장'도 진행했다. 주변에 어쩌다 보니 개그맨 선후배들이 많다. 평소에도 제가 재미있고 즐거운 걸 좋아한다. '핑계고' 나가는 게 제 인생에 있어서 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일은 아니"라고 말하며 "'핑계고' 대상 받고는 부담이 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못 나오겠는데, 더 이상 웃길 자신이 없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고, 올해도 더 웃겨 보겠다"라고 말했다. 

예능과 판타지 드라마, 시대의 아픔을 다룬 영화를 넘나드는 활약. 이동욱은 "저로서는 너무 재미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 장르에 도전하는 자체는 저한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계속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거다. '하얼빈'에서 이창섭 연기하면서 판타지 스러운 비주얼 같은 것에 대한 부담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제가 수염이 너무 가짜 같으면 어떡하나 생각했다. 제가 '구미호뎐 1938'을 찍다가 '하얼빈'의 시작이 조금 물렸다. 그래서 '하얼빈'을 하고 다시 '구미호뎐'을 마무리해야 했다. 문제는 제가 '구미호뎐'에선 레드브라운 머리, '하얼빈'은 검은 머리라 2주 사이 염색만 3번을 해야 했다. 그건 그럴 수 있는데 제가 판타지 드라마를 하다가 현실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제 스스로가 버겁더라. '구미호뎐'을 끝내고 차라리 일주일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캐릭터도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구미호뎐'은 시리즈를 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드라마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하얼빈' 스케줄이 물려서 뭔가 '구미호뎐'을 확실히 온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는 부담은 조금 있었다. 어쨌든 '구미호뎐'을 찍을 때 수염을 기를 수 없으니 처음엔 붙였다가 나중엔 한 달 넘게 길러서 그 위에 조금 더 붙였다. 두 달 가까이 길렀다. 너무 편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작품을 위해 이동욱은 오늘(6일)부터 무대인사를 함께 한다. '서울의 봄'보다 흥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하얼빈'인 바. 이동욱은 "현빈 씨 말을 제가 제작발표회에서 똑같이 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체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저희가 영상과 사운드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물론 집에서도 너무 좋지만 극장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더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극장에서 온전히 집중을 해서 볼 만 한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집에서 보면 일시정지하고 화장실도 가고 물 마시러 가기도 하는데 그렇게 보시지 마시고 온전히 집중을 해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흥행 갈증에 대해 "물론 있다. 항상 흥행을 목표로 하고 항상 바란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도 단체로 하는 일이다. 잘 되는 게 꼭 저한테만 좋은 일은 아니다. 감독, 스태프 분들도 마찬가지고 흥행이 되고 잘 돼야 그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되니까 늘 저한테는 중요하다. '하얼빈'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은 제가 맨 앞에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들이라 제가 그 분들의 몫까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홍보도 열심히 했다. 물론 흥행이 제가 바라는 대로만 될 수는 없고 제 힘으로만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하얼빈'은 너무 잘 되고 있어서 다행스럽고 기쁘다. 빈이가 열심히 해야죠"라며 웃었다. 

이에 그는 아직 작품을 만나지 못한 관객들에게 전해줄 관전 포인트도 직접 꼽았다. 그는 "저는 몽골 장면들이 특히 압도 되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영화를 네 번 봤다. 처음엔 가편집본을 편집실에서, 그리고 토론토 영화제에 가서 보고, 한국에서 두 번을 봤는데 몽골 장면은 현장에서 현장 모니터 노트북 만한 크기로 봤는데도 '와'가 나오더라. 토론토 영화제에 가서 보는데 그 극장이 평소에는 영화가 아니라 오페라를 하는 극장인데 3500석 크기의 극장이다. 4층까지 있는 극장인데 거기서 스크린으로 처음 보고 압도된다는 걸 느꼈다. 몽골까지 가서 다들 열심히 고생해서 찍은 보람이 있었다고 느꼈다. 한국에서 아이맥스로 두 번을 또 보니까 역시 다르더라. 몽골 산악 지역 시퀀스 전체가 영화의 백미이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야기가 매력일 수도,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있지만 '담담'하려고 노력했다. 안중근 장군의 어떤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지만,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이걸 극적으로, 화려하게 담지 않고 최대한 담담하고 최대한 그들의 마음, 그들의 순정, 그들의 시선 같은 느낌으로 감독님이 그렇게 만들고 의도하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아마 다른 선택이었다면 이토를 암살하는 장면을 굉장히 카타르시스 있게 찍어냈을 거다. 그렇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그 때 당시 독립투사들의 고뇌와 고민과 서로간의 이해와 반목과 이런 것들을 오히려 더 잘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라고 설명했다.

가공이지만 독립투사를 연기한 이동욱. '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이야기도 나눴을까. 이동욱은 "촬영장에서 토론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상황이면 독립운동하는 거 진짜 쉽지 않았겠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연기를 하고 있지만 감히 상상이 안 되더라. 어떤 마음으로, 20대 초반, 30대 초반 그 나이에 목숨을 내던지면서 나라를 구하려고 하겠나. 나 20대 초반엔 뭐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참 가늠하기 힘들고 헤아리기 힘든 마음이라는 생각에 더 진지하게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과연 그렇게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싶더라. 너무 겁났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은 시기, 이동욱은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변하지 않기도 했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하얼빈'이 개봉을 해서 많은 관객 분들, 대중 분들께 독립운동에 대한 의미나 광복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광복 100주년이 되면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라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절친 공유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활약하는 것에 대해 "아직 저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못 봤다. 제가 지금 '이혼보험'을 찍고 있다. '하얼빈' 홍보도 해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되니까 아직 시작을 못했다. 공유 씨랑은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작품 얘기 이런 걸 안 한다. 낚시 얘기나 한다"라며 멋쩍어 해 절친 공유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영화 '하얼빈'으로 나란히 흥행 작품을 만들어낼지 기대를 더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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