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채연 기자] 故 송재림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찍은 현해리 감독과 배우들이 고인을 추억했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폭락’(감독 현해리)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서는 현해리 감독고 함께 배우 안우연, 민성욱, 소희정, 차정원 등이 참석했다.
영화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로, 국내에서만 28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발생한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락’은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해 청년창업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전전하며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타락해가는 청년사업가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과정을 담아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청년 사업가의 연대기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이면과 낮엔 주식, 밤엔 코인 한탕주의에 중독된 청년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특히 송재림이 연기한 양도현 역은 자칭 타칭 천재사업가로, MOMMY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개발하면서 돈의 강렬한 유혹 속으로 빠져드는 인물을 맡았다. 송재림은 이번 작품 촬영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폭락’이 유작이 됐다.
감독과 배우들에게도 송재림은 특별한 배우였다. 먼저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폭락’ 출연자이자 진행을 맡은 오정연 아나운서는 “하늘의 별이 되어서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을 고 송재림 배우의 편안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현해리 감독 역시 송재림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송재림을 캐스팅할 당시를 떠올린 현 감독은 “일단 좀 알수없는 페이스라는 생각을 했다. 오디션과 캐스팅을 하게 됐고, 코인에 대해 정말 해박하시더라. 정말 해박해서 대화를 정말 즐겁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식도 되게 잘 아시고 해박해서 ‘도현인데요?’ 했다. 되게 수줍게 ‘콜’하셨다. 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고, 처음에는 송재림 배우가 자체적으로 가진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따뜻하고 최강 개그 캐릭터다. 너무 보고싶고, 아쉽다. 같이 했으면 참 좋았을텐데”라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배우들 역시 그리움은 마찬가지. 배우 민성욱은 “송재림이라는 친구를 전에 드라마에서 봤고, 이번에 같이 찍어보면서 (느낀 게)워낙 차갑게 보이잖아요. 근데 항상 연기에 깊이 고민하고, 연기 얘기를 참 많이 했다”면서 연극 얘기도 많이하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살면서 폭주할 때 찍었던 신은 대사를 바꿨다.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배우였구나, 과소평가된 배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감탄하면서 같이 찍었던 기억이 난다. 많이 보고싶다”고 추억했다.
송재림과 가장 많은 신을 연기한 안우연 역시 “일단 재림이 형이랑은 5년 전에 ‘라디오스타’에서 만났다. 예능은 각자 대기실을 쓰기 때문에, 서로 말 거는 것도 없어서 안면만 텄다. 그래서 성격은 잘 몰랐다. 그때 말을 안 텄기 때문에 사교성이 서로 없는 편인건가 생각했는데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형동생이 됐다. 형이 정말 잘 해줬다. 6살 차이가 나는데, 저를 위해서인지 사람이 원래 그런건지 배려도 있고 장난기 많은 순수한 사람, 순수한 소년이었다. 첫 촬영 때 어색하기 마련인데 서로 애드리브 치다가 빵 터져서 NG가 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촬영 내내 형이랑 만나면 논다는 생각으로 촬영했고, 감사하게 촬영한 생각이 많이 난다. 술도 많이 먹었고”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안우연은 “일단 형이랑 제가 굉장히 친해졌다. 촬영하면서 진심으로 가까워졌다. 역할로도 많이 만났고, 인간적으로도 통하는 게 많아서 형 집도 자주 놀러가서 술도 먹고 같이 사업하자는 얘기도 했다. 사업할 맛집 찾아다니고 그랬는데, 그래도 하고싶은 말은 저는 진짜 형을 위해서 시국이 무거운 분위기인데도 형을 위해서 ‘폭락’만큼은 제 선에서 최대한 홍보하고 싶고, 형이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형 우리가 마지막까지 힘내는 거 지켜봐줘’라고 하고 싶다”라고 그리워했다.
같은 소속사 출신 차정원은 “재림 오빠와는 촬영 전부터 아는 사이, 한 식구였다. 오빠가 정말 재밌고 회계적으로도 다 알고 있고 척척박사였다. 수다도 많이 떨고, 장난도 많이 쳤다. 근데 너무 같이 이 영화를 봤으면 정말 오빠가 좋아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빠도 같이 본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고, 많이 보고싶다는 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속 모자관계로 등장한 소희정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 생각을 해보다가, 첫 촬영 때 반팔교복을 입은 신이 있는데, 어색할 거 아니에요. 근데 팔뚝이 근육이 많아서 낀거에요. 그거 CG로 지울 수 있냐고 했던 기억도 있고, 어디 앉으면 수다떨고 연기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리고 생선을 잡는 장면에서도 재림이가 생선 해부하는 걸 너무 주방장처럼 가르쳐줘서 되게 막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저 역시 재림 배우랑 촬영하면서 ‘이렇게 좋은 배우였나?’하고 다시 보게 된, 정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열심히하는구나 배웠다”고 칭찬했다.
한편, 현해리 감독은 영화 ‘폭락’의 모티브가 된 ‘루나 코인 사태’의 피해자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중립적인 시선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루나 코인 실제 피해자 분들을 포함해서 범죄의 무게가 크다고 생각이 들었다. 죄를 덜거나 너무 깊게 담지는 않으면서도 너무 희화화 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어둡고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식으로 완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루나 코인에 투자해 피해를 입게 되었을까. 현 감독은 “일단 2022년 초에 제 또래 중에서 루나 코인을 안 사면 바보라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당시에 밀어주는 사람이었고, 미국에 연방 국회의원도 천재 사업가로 칭하기도 했다. 사면 무조건 오르다. 10~20배 오른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리고 결국은 폭락을 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다시는 코인을 하면 바보다 하고, 영화 크랭크인 했을 때 2023년 9~10월에 비트코인이 2천만원 미만이었다. 지금은 1억 이상이다. 그걸 보면 또 현타가 오더라. 이 작품을 찍을 때 단정지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데,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오른 걸 보면 신기하다고 할지, 미래의 포텐셜이 있는 가상자산이라고 인정해야하는지 혼란스럽다. 당시 루나 코인을 샀을 땐 급하게 계좌를 파서 투자했다. 규모는 노코멘트”라고 했다.
다만 현 감독은 “루나 코인을 모티브로 했지만, 부분적으로는 다른 게 많다. 실제 주인공은 대치동을 나오고 외고, 해외 대학을 나오셨는데, ‘폭락’ 주인공은 위장전입과 모두 허구로 만들어졌다. 개인사는 허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를 그린 영화 ‘폭락’은 2025년 1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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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무암/영화로운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