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채연 기자] 영화 ‘폭락’ 현해리 감독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송재림을 추억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폭락’ 현해리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로, 국내에서만 28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발생한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락’은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해 청년창업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전전하며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타락해가는 청년사업가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과정을 담아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청년 사업가의 연대기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이면과 낮엔 주식, 밤엔 코인 한탕주의에 중독된 청년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이날 현해리 감독은 실제 ‘루나 폭락 사태’를 영화로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구상은 2022년부터 했고, 원래는 ‘사업만 6번 망한 남자’로 폰 아르바이트 사업부터 스타트업, 의료기기 사업,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프랜차이즈까지 구상했다. 스타트업 성공신화가 어려울 수도 있고, 영화적으로 효과적일까 고민했을 때 ‘루나 사태’가 터졌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당사자의 삶이 너무 흥미로웠다. 엄청난 엘리트였다. 대원외고, 스탠포드 출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턴을 잠깐 하고 창업지원으로 가상화폐를 창업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탄 창업자이지만, 그가 뭘 증명했길래 50조가 되나 되는 가상화폐를 만들었고, 뭐때문에 그가 그렇게 됐지. 그 사람이 주는 패기와 이미지를 갖고 거대한 자본을 갖게 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하게 됐다. 실제 그분은 엘리트고, 집안이 유복하다. 오히려 저는 그걸 거짓말을 포장하고, 위장전입한 사람으로 설정해서 현실감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했다는 행위 자체로 주저 앉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을 모티브로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송재림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과정 역시 궁금증을 안기는 부분. 이에 현 감독은 ”외형적인 걸 비슷한 사람을 캐스팅할까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어쨌든 영화로 보여지는 타입으로는 예민하고 서늘한 느낌을 원했다. 원래 송재림 배우가 예능에서 보여준 느낌이 밝고 사랑스러움이었는데, ‘야차’도 그랬고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서 알수없는 얼굴, 좀 변한 모습이 있었다”고 외형적인 느낌에 먼저 시선이 갔다고 언급했다.

이어 “‘편스토랑’에서 주식이랑 이런걸 가계부를 썼다고 하시면서 금융에 대해 해박하고, 연예인 중에서도 세금을 잘 알려주는 좋은 형이라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예상대로 굉장히 확신의 ESFJ로, 엄청나게 잘 디테일하게 금융에 해박했던 것 같고, 코인도 잘 알고 게시고. 보자마자 결정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현해리 감독은 현장 분위기에 대해 “정말 대화를 많이 했다. 일반적인 현장 대비해서 이번에 ‘폭락’ 스탭진이 전반적으로 영해요. 이번에 제작진이 전부 젊어서, 송재림 배우도 너무 영하니까 좋다고. 연극할때도 20명 같이 가서 보고, 안우연 배우 연극도 가고. 다른 영화 현장은 모르지만, 배우와 감독보다는 정말 친하게 지내서. 그게 마음에 많이 남는다. 항상 촬영 전날이나, 항상 보면서 ‘얘는 이렇게 말했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고 덧붙였다.

그랬기에 송재림의 사망 소식이 더욱 믿기지 않았을 터. 송재림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영화 ‘폭락’은 故 송재림의 유작이 됐다.

현해리 감독은 “사실 아직도 안믿긴다. 맨날 보는 얼굴이고 그래서, 아직도 안믿기고. 지금 영화가 송재림 배우와 보여진 모습이 사극도 그렇고 로맨틱코미디도 그렇고 다르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출연한 작품이고 그렇게 나오기도 하고, 이걸 보면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일부는 보긴 했다. 후시녹음을 하면서 봤고, 기대감을 표출해서 아쉽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재림 배우가 20대에 예능을 많이했다면, 30대는 연기에 집중했다. 연기론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 그런 책도 선물로 주고받고, 안우연 배우랑은 너무 친해져서 서로 받은 대본을 바꿔가면서 연습하고 그랬다더라. 연기에 심각한 고민을 많이 했고, 이번 작품에도 편집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그래서 아쉽고.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게 싫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걸 보내도 되는건가 생각이 들정도로 아쉬웠다. 3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 덜어내면서 이걸 덜어내는 게 아쉽고, 나중에 찍은 모든 걸 보여드릴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영화 ‘폭락’은 오는 1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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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암/영화로운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