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다룬 ‘폭락’ 감독 “무죄 주장 너무 웃겼다..진짜 돈이 많나?” [인터뷰③]
입력 : 2025.01.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채연 기자] 영화 ‘폭락’ 현해리 감독이 실제 코인 투자 실패 후 느낀 점을 토로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폭락’ 현해리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로, 국내에서만 28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발생한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락’은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해 청년창업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전전하며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타락해가는 청년사업가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과정을 담아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청년 사업가의 연대기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이면과 낮엔 주식, 밤엔 코인 한탕주의에 중독된 청년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현해리 감독은 코인에 매달리는 세태를 영화에도 그대로 담아냈다. 그는 “이게 지금도 사실 가상화폐라는 게 높이 오르고 있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게 계엄났을 때도 비트코인만 안 떨어지더라. 이런 걸 보면 가상화폐에서 오는 ‘가상’이라는 말 자체가 정확히 우리가 가상의 가치를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는 재무재표가 있는데, 가상화폐는 투자하는 사람도 개념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좀 멍하다. 이게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된다하니까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끄는 그런 것인지 아직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해리 감독은 다수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한 MBN PD 출신으로, 이번 영화 취재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고. 그는 “일단 저희 법무 검토를 해준 변호사님도 제 또래인데, 폭락 사태가 있기 전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떻게 코인을 만들게 됐고 그런 부분에 대해. 저도 SNS이랑 커뮤니티를 열심히 봤고, 지인 루트를 통해서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은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으나, 현재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해리 감독은 “너무 웃겼다. ‘돈이 진짜 많나?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생각이 들더라. 이미 벌금으로 6조 내기로 했다는 건 있다는 거니까. 그걸 보고 무죄라고 하니까 웃겼고, 모든 사람이 생각하기 전에 저는 너무 웃겼고, 정말 응당한 자기가 한 죄에 대한 모든 벌을 받고 오길 바라고 있다”고 솔직하 생각을 털어놨다.

현해리 감독이 생각한 실존인물 권도형과 ‘폭락’ 속 양도현이라는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 현 감독은 “저는 실제 주인공을 보고, 이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거나 엄청난 비전이 있어서는 아니라고 느꼈다. 일론 머스크처럼 통신 연결, 화성사업, 전기차 사업 등 범지구적 비전도 없고, ‘난 50조 시총 코인을 하는 짱짱맨이야’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 같아 보였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 사람이 하는 언행이나 트위터를 엄청했는데, 거기서 ‘나는 가난한 사람이랑 안싸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망해가는 걸 보면 즐거워’ 라는 희대의 패드립 등이 있었다. 이 상태에 취해있는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래서 양도현도 오히려 돈을 벌어서 비전을 주고, 새로운 사업을 하고 구체적인 비전이 아니라 어떤 투자, 어떤 비전을 두지. 그런 정확하게 동일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목적과 행위가 전도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현 감독은 “가상 화폐가 실물가치로 바꾸기 전에는 없는데, 실물 자산으로 뭘 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걸로 만족감을 느끼는 그런 세계가 아닌가 싶다. 나 1비트 있다. 그게 자랑이잖아요”라고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그 당시 사람들은 코인에 열광했을까. 현 감독은 “저도 모두가 하니까 해야된다고 느꼈다. 원래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되잖아요. 내가 오늘 50만원을 쓸 수 있으면 50만원을 써야하는데, 500만원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넣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런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현 감독은 “근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냐면, 실제로 돈을 번 누군가가 있는 거다. 돈 번 한 명이 있으니까. 아예 번 사람이 없으면 기대도 안하는데, ‘500만원을 넣으면 5천만원 되는 거 아니야? 나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아예 번 사람이 없으면 나도 기대를 안 하는데, 애매하게 번 누군가가 있다”면서 “코인을 하면 처음에 오르는 추세가 있다. 24시간 시장이 열리고, 등락폭이 크다. 사이드카가 없어서 확 오르면 더 오른다. 거기서 팔면, 아이러니하게 오른다. ‘팔았어? 바보. 나 더 벌었는데’하고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투자를 통해 현 감독이 느낀 점이 있을까, 그는 “자만하지 말자고 느꼇다. 저는 코인으로 잃기도 했지만, 벌기도 했다. 그래서 루나를 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리플이라는 걸 해서 잃었는데, 다른 걸 해서 벌었다. 한번 버니까, 이거 욕심 안내면 벌잖아. 굉장히 전략 자산이라고 느꼈고, 이걸 하면 뭘 하면 더 벌 수 있어 하면서 ‘영끌’을 했다. 한번 잘됐다고 계속 잘되는 게 아닌데, 나를 믿었던 것 같다. 남들이 우루루 맞다고 해야한다고 하는 것에 한번 더 ‘노’ 하는 사람이 됐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cykim@osen.co.kr

[사진] ㈜무암/영화로운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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