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2시간 넘게 병원을 찾다가 끝내 구급차 안에서 임신부가 출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전히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표류하던 tvN 새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슬의생)’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19일 ‘슬전생’ 측이 공개한 종료 율제병원 산부인과 티저 영상에서 이제 막 산부인과 의사가 된 레지던트 오이영(고윤정 분), 표남경(신시아 분), 엄재일(강유석 분), 김사비(한예지 분)는 진통을 느끼는 산모를 돌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환자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전공의 1년차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1년 차 회진 포스터에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레지던트 4인방의 다급한 순간이 담겨 있다. 서류가 사방으로 휘날리고 신발 한 쪽이 벗겨져도 손에 쥔 휴대폰과 수첩은 절대 놓지 않는 이들의 상황에서 레지던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포스터만 봐도 ‘정신없는 전공의생활’이 그려진다.
문제는 현실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병원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로 인해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국민들이 고스란히 불편함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임신부를 2시간 넘게 병원 측에서 거부해 구급차 안에서 출산이 이뤄진 경우도 발생했다.
대구에서 이마 열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 회식 후 귀가하던 남성이 낙상으로 머리를 다쳤는데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귀가 조치됐다가 끝내 사망한 사건도 있다. 의정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서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는 이른 바 ‘응급실 뺑뺑이 이슈’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 의료 현장의 열악함을 호소하고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응급 환자 치료 지원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원에게까지 전가되는 일이 발생한다”며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슬전생’이 과감하게 안방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공의 파업 현실 속 전공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방영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의학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반감 정서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슬전생’은 용기를 냈다.
다만 시청자들이 현실과 드라마 세계를 분리해서 보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슬전생’ 회진 포스터에는 “환자 보러 가는 게 아니라 파업하러 뛰는 거 아니냐” “휴학계 내러 가나 봐” 등의 조롱 댓글이 달리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공개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 콤비는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의생’ 시즌2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주무기로 내세우며 안방 불패 신화를 써내려갔다. '중증외상센터'는 대놓고 메디컬 판타지 히어로물이었지만 '슬전생'은 그렇지 않다. ‘슬전생’이 의료대란 현실 때문에 벌써부터 '중증외상센터'보다 더 판타지 드라마라는 조롱 아닌 조롱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4월 12일, 첫 방송부터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슬전생’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전공의)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다. 의료대란과 전공의 파업 여파로 공개가 오랫동안 미뤄졌다가 오는 4월 12일 첫 방송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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