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인생' 작가 ''이수지 '대치맘' 재미있었다...현실 더 어마어마해'' [인터뷰①]
입력 : 2025.03.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연휘선 기자] '라이딩 인생'의 작가들이 코미디언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와 '7세 고시' 다큐멘터리 등 작품의 소재를 나란히 조명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지니TV 오리지널 '라이딩 인생'이 지난 25일 ENA에서 방송된 8회(최종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종영을 앞둔 최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KT스튜디오지니 사무실에서 만난 성윤아, 조원동 작가는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라이딩 인생'은 딸의 '7세 고시'를 앞둔 열혈 워킹맘 정은이 엄마 지아에게 학원 라이딩을 맡기며 벌어지는 3대 모녀의 '애'태우는 대치동 라이프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전혜진이 정은 역으로, 조민수가 정은의 엄마 지아 역으로 활약하며 사회현상으로 대두된 '7세 고시'를 현실적으로 조명했다. 

작품은 3년 전인 지난 2022년, 성윤아 작가가 원작을 접하고 '7세 고시'라는 소재에 대해 취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년 정도 원작과 다른 드라마 만의 캐릭터 플레이와 구성 작업을 거친 뒤 조원동 작가가 본격적으로 합류했고 드라마 '라이딩 인생' 대본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방송 직전 '7세 고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올 정도로 작품의 소재 자체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상황. 그 여파일까. 남다른 모사력으로 "지독하게 잘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는 코미디언 이수지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대치맘 패러디'를 공개하며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극성스러운 교육열이 더욱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사회적 분위기가 작품에 준 영향에 대해 묻자, 조원동 작가는 "영향이 없진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어머니들이 그 단어에 익숙해졌고, 대치동에 한정된 단어였는데 '정말 그래?'라고 하지 않고 '그걸 보니 그렇더라'라는 말들이 있어서 '사전 다큐가 드라마에는 이득이 됐구나'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수지의 패러디에 대해서도 "재미있었다"라고 웃으며 "극적으로 과장되긴 했다. 명품 패딩 비슷한 걸 저희도 넣어볼까 하다가 브랜드 노출은 아닌 것 같아서 뺐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원동 작가는 "어떤 걸 명명하는 순간 유행이 되고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일순간 생기지 않나. 우리가 '7세 고시'라고 하는 순간 '그런 게 있대' 하고 나쁜 쪽으로 따라하게 될까봐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작품 홍보적인 입장에선 도움은 됐지만, 저도 몰랐으면 안 할 텐데 '(아이를) 여길 보낼까, 저길 보낼까' 하는 반대의 영향력이 생길 수 있어서 부담감을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현장 취재에 임했던 성윤아 작가는 현직 사교육 종사자들부터 학부모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직접 만나며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실제로 아이와 보호자들이 어마어마한 스케줄로 라이딩을 소화하고 있다. 절대 그걸 작품에 다 담을 수 없었다. 요일별로 긴 스케줄로 심지어 주말까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에게 요일별 학원 가방이 따로 있기도 했다. 빠진 에피소드에 축구도 있고 원작에는 수영도 있었다. 저희는 '영어 학원'에만 집중하자고 결정하면서 '라이딩 인생'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조원동 작가는 이러한 소재 취사선택에도 불구하고 "이건 너무한데" 싶은 순간들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맞벌이 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등하원 시터만 해도 몇 십만원, 학원비는 너무 비싸다. 영어 유치원은 제게는 고민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비쌌다. 소위 서울에서 학원가로 유명한 곳을 대치동, 목동, 중계동하는데 '그들 만의 리그'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하게 진행되는 곳들이 정말 많다"라고 털어놨다. 

성윤아 작가는 "아이들 교재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서울시 강남구 반포동의 한 지하상가에 가면 '5세요, 7세요' 이런 식으로 '몇 세요'라고 말만 하면 한 뭉치로 노끈으로 책을 한아름 묶어서 그 나이에 필요한 책을 다 묶어서 준다고 하더라. 그 교재도 다 미국에서 교과서로 채택이 된 것들을 4세부터 5세, 6세까지 아이들이 '7세 고시'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거였다"라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영유아 컨설팅하는 곳은 정말 많고, 작품 에피소드처럼 영어 필기체로 알파벳 a부터 z까지 한 번도 끊지 않고 쓸 수 있게 해주는 과외도 있었다. 6, 7세도 연필을 잡고 직선으로 쓰기 힘든데 그 선을 30개월부터 소근육 발달 과외까지 받으며 연습하는 거다. 그 과외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 어떤 물밑작업을 해야 하는지까지 있었다.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짧게 넣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명성초등학교'라는 사립학교 진학을 위해 추첨에 임하는 학부모들. 빨간색이 당첨에 도움이 된다는 미신에 정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색 옷차림으로 등장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성윤아 작가는 "보통은 유명한 사립학교를 먼저 보낸다고 들었다. 어떤 분은 서른 몇 번까지 떨어진 분도 있다고 들었다. 공립과 커리큘럼이 달라서 선호도가 우선 높다고 하더라. 커리큘럼과 인맥 부분에서 사립을 가장 먼저 선호한다고. 한 분은 집은 서울 청량리 쪽에 사는데 여의도 증권회사로 직장을 다니면서 대치동에서 교육을 시키려고 픽드랍이 가능한 압구정까지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성윤아 작가는 "직접 만난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에게 그렇게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정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라며 "아이를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 감히 이런 소재를 써도 되는지 조심스럽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딩 인생'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에는 여러 '고시'가 있다. 대체로 나라에서 공인하고 줄을 세우는 시험들이다. 그런데 7세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줄을 세울 '고시'가 없다. 취학연령만 되도 '수능'이라는 공인된 시험에 맞춰서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7세는 그런 '기준'이 없다. 그래서 모든 학원들이 각자의 기준을 내세우고,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보여주고 싶은 보호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며 울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에 조원동 작가는 "저희 드라마의 인물들이 성적 지상주의로 나오긴 하는데 아이들에게 과연 필요하는 게 무엇인지. 결과보다 주고 싶은 메시지는 과정과 경험,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건 가족, 친구와의 과정이고 시간이고 경험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아이가 자라는 데 더 큰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8회에서 정은이 회개하면서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뭘 하고 싶니?'라는 이야기를 하게 한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시청자에게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밖에는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묻질 않는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지니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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