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돋보기] 레알 마드리드, 벤제마 시대 열렸다
입력 : 2012.01.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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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스포츠계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처음에는 홈 팬들마저 야유하며 외면한 미운 오리였지만, 누구보다 화려한 백조로 변신하며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입단 첫 시즌에는 살찐 돼지로 불렸고, 두 번째 시즌에는 팀의 감독에게서 사냥 능력이 떨어지는 고양이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는 9번으로 우뚝 섰다. 올랭피크 리옹에서 활약하던 당시 한 쪽 귀의 가격만 600억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벤제마의 이야기다.

마드리드에는 이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이 있다. 머지 않아 벤제마의 동상도 마드리드 시내 어딘가에서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베르나베우에서 벤제마는 이제 '위대한 고양이'이자 '축구왕'이다. 그라나다와의 2011/2012시즌 스페인 라리가 18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밤, 시즌 26호골을 넣은 호날두는 일부 팬들의 야유 속에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왔지만 벤제마는 홀로 2골을 몰아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호날두가 침묵했던 2012년 첫 경기, 말라가와의 코파 델레이 16강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벤제마는 최근 10경기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최고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벤제마는 그라나다전 2득점으로 마드리드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는 지네딘 지단의 득점 기록을 뛰어 넘었다. 미드필더인 지단은 다섯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225차례 공식 경기에서 49골을 넣었다. 벤자마는 입단 3년 차 만에 106경기에서 51골을 기록했다. 골잡이 벤제마는 물론 득점에 있어선 더 유리한 입장이지만 놀라운 기록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 클럽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프랑스 선수 타이틀을 가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마찬가지로 입단 3년 차에 불과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반열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010/2011시즌에는 라리가 무대에서만 40골을 몰아치며 스페인 축구 역사 자체를 새로 썼다. 올 시즌에는 26골이나 몰아 넣으며 라리가의 득점 경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네 메시의 기세에도 아랑곳 않고 득점 순위표의 최정상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입지는 '숙적' 바르셀로나와의 엘클라시코 더비 이후 뒤바뀌었다. 벤제마는 경기 시작부터 선제골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에서 유일하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정상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반면 호날두는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며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벤제마는 지난 해 8월 바르셀로나와의 수페르코파 경기에서도 득점해 앙숙을 무찌를 수 있는 '최고의 병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벤제마가 뛰어난 9가지 이유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마드리드의 새로운 '축구왕'이자 '마법사'로 불리는 벤제마가 뛰어난 이유다 단지 득점력 때문이 아니라며 그의 진가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마르카는 1) 효율성 2) 속력 3) 드리블 4) 볼 확보력 5) 적응력 6) 재능 7) 어린 나이 8) 경험 9) 축구 실력(도움 능력) 등 9가지로 벤제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수다. 그라나다전까지 올 시즌 치른 라리가 경기에서 40차례 슈팅을 시도해 10골을 넣었다. 25%에 달하는 성공률이다. 호날두는 지금까지 라리가 무대에서만 100회가 넘는 슈팅을 시도했다.

183cm에 탄탄한 체구를 갖춘 벤제마는 스피드가 빠른 축에 드는 선수가 아니지만 문전 지역에서 폭발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안쪽으로 진입하는 플레이가 매우 민첩하다. 리옹 시절에도 벤제마 최고의 장점으로 꼽혔던 것이 문전 진입 속력이다. 최근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벤제마는 입단 초기 선보이지 못한 문전에서의 탁월한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다.

벤제마는 앙헬 디마리아와 함께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많은 드리블을 시도하는 선수다. 지난 시즌 183분 당 한 개의 파울을 얻은 벤제마는 올 시즌 168분 당 하나 씩 파울을 얻어내며 막아내기 어려운 드리블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공격력 뿐 아니라 수비력도 뛰어나다. 벤제마는 강하게 전진 압박을 시도하며 레알 마드리드가 상대의 볼을 탈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상대의 볼을 탈취해 빠르게 역공을 가하는 것은 무리뉴 축구의 핵심이자 현대 축구의 정수다. 벤제마는 2011년 라리가 경기에서 20개의 인터셉트를 기록했고 27차례나 파울을 범하며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초기에 스페인 적응에 애를 먹었던 벤제마는 이제 레알 마드리드와 마드리드 도시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과 모든 문제를 풀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지단은 벤제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

영입 당시에도 인정 받았던 벤제마의 '재능'은 이제 현실화됐다. 그는 중앙 공격수지만 패싱력, 드리블링, 슈팅, 창조성과 마법 같은 플레이를 선보이는 전천후 재능을 갖췄다. 게다가 만으로 24세 밖에 되지 않았다. 이과인과 동갑내기이며 메시와도 같은 나이다.

어린 나이지만 유럽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험이 풍부하다.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챔피언스리그 득점 기록(38경기 23골)을 갖고 있다. 프랑스 대표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상위권 기록이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핵심 선수로 기용되며 다채로운 국제 경험을 쌓고 있다.

결정적으로 벤제마가 뛰어난 것은 축구 실력 자체가 빼어나기 때문이다. 벤제마는 이기적으로 골 만을 노리는 선수가 아니다. 공격 작업 과정에 기여도가 높은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 입단 이후 22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11개의 도움을 올 시즌에 기록했다. 벤제마는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의 모든 면에 기여 중이다. 모든 마드리디스타가 벤제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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