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스타] 카라구니스, PK 실축 '역적'서 8강행 '영웅'으로
입력 : 2012.06.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역적이 될 뻔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영웅의 길을 택했다. 그리스의 '캡틴' 요르고스 카라구니스(35, 파나시나이코스)의 이야기다.

카라구니스는 17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A조 3차전에서 전반 47분 토로시디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한 스로인을 이어 받아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까지 파고든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며 8강행 티켓을 조국의 품에 안겼다.

이날 승리가 없었다면 카라구니스는 역적이 될 뻔했다. 폴란드와의 1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25분 역전 페널티킥 찬스의 키커로 나섰으나 실축을 범해 머리를 쥐어짠 바 있다. 그리스의 산토스 감독은 “과거 카라구니스는 골을 곧잘 넣었다. 이것이 축구다”라고 카라구니스를 감쌌지만 체코와의 2차전에서 1-2로 패하면서 그는 조기 탈락 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하지만 카라구니스는 러시아전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팀이 꼭 필요한 순간에 수면으로 떠올라 멋지게 짜릿한 결승골을 터트렸다. '원샷 원킬'의 집중력으로 긴장감에 가슴 졸였던 동료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경제 위기로 실의에 빠진 그리스 국민들에게 8강행 초대장을 선사했다. 후반 21분 마코스와 교체 아웃된 카라구니스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훌훌 털어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카라구니스에게 잊지 못할 경기가 될 전망이다. 카라구니스는 러시아전에서 A매치 12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카라구니스는 그리스 통산 최다 A매치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유로 2004의 영웅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와 타이를 이루며 그리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카라구니스 역시 옥에 티를 피해가지 못했다. 체코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 또 다시 경고를 받으며 8강전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어쩌면 또 다시 애증의 대상으로 남게 될지 모르지만 비난의 화살을 쏟아낼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는 카라구니스의 활약으로 승리의 모멘텀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유로 2004의 신화 재현을 꿈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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