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바르샤바(폴란드)] 홍재민 기자= 이럴 때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고마워진다.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의 정부”라는 명언이다. ‘사람들’을 ‘호날두’로 바꾸기만 하면 되니 참 쉽다.
아침부터 바르샤바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해, 구름, 비, 바람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다. 바르샤바에서 런던의 날씨를 경험할 줄 꿈에도 몰랐다. 비가 멎기를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올라탔다. 공교롭게도 전일(20일) 지나갔던 포르투갈 대표팀 숙소를 지났다. 여전히 호텔 앞에는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 중 제발 한 명이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인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속 오지랖이 발동했다.
구시가지에서도 포르투갈 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호날두 팬들이다.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레알 마드리드의 순백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유럽에 있으니 8천만 파운드(한화 약 1,447억원)라는 그의 몸값이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남녀노소가 모두 호날두의 팬이다.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 화려한 사생활만 보면 “건방진 녀석”이라는 말도 튀어나올 법하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두 시즌 연속 경기수보다 득점수가 많으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다. 어차피 프로는 결과로 말하니까.
경기장 주변은 일찌감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인파 속에서 노란색 티셔츠를 높이 들고 소리치는 장사꾼이 보였다. 티셔츠 한복판에는 호날두의 얼굴이 프린트되어있었다. 페트르 체흐의 티셔츠는 회색이었다. 눈에 잘 띄는 노란색과 평범한 회색 중 호날두가 전자(前者)를 차지한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경기장 주변이다 보니 대회나 경기 명칭을 표시할 수 없는 탓에 티셔츠가 너무 밋밋해졌다.
킥오프 한 시간 전, 양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녹색 그라운드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입장한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체코 선수들이 나올 땐 “우워~”였다. 포르투갈 쪽은? 당연히 “꺅~”이었다. 구한말 신사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의 호날두가 ‘시크’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여기저기서 세상에서 ‘두 번째로’ 위대한 축구 선수를 환영하는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로’ 위대한 선수가 없는 대회에선 역시 호날두가 왕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6천 관중의 카운트다운 합창으로 유로2012 첫 번째 8강전이 시작되었다. 아주 조심스러웠던 경기는 이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포르투갈이 찌르고 체코는 막았다. 호날두가 볼을 잡을 때마다 함성이 일었다. 그의 발에 관중 효과음을 재생시키는 센서라도 달린 모양이다. 특유의 프리킥 준비 동작을 취하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기자석 모니터에서도 느린 그림의 대부분이 호날두의 클로즈업 샷이었다. 헤딩에도 끄떡없는 ‘울트라’ 초강력 왁스의 제품명까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전반 내내 포르투갈이 세차게 몰아쳤다. 관중은 계속 흥분해갔다.
수비수를 따돌린 뒤 단독 기회를 만들고, 뒤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받아 눈깜짝할 사이에 골대를 맞히고. 호날두는 정말 현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하나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기 자체가 너무 ‘호날두’스럽다는 점이다. 포르투갈이 아니라 ‘호날두 vs 체코’ 같은 느낌이었다. 포르투갈의 모든 것이 호날두에게 집중되었다. 패스, 돌파, 크로스, 슛 모두 말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자유롭게 움직였다. 호날두의 동선에 따라 동료들이 비켜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위대한 호날두 ‘사마’ 가시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후반전이 되어 불만은 쏙 들어가버렸다. 두 번이나 골대를 맞힌 끝에 호날두는 후반 34분 기어이 골을 넣고야 말았다. 크로스가 올라온 순간 수비수 뒤에 있었던 호날두가 어느새 앞으로 나가 몸을 날렸다. 머리에 정확히 맞은 볼은 바닥에 튕긴 뒤 골네트를 세차게 흔들었다. ‘철벽’ 체흐가 볼에 손을 갖다 댔지만 부족했다. 호날두가 이겼고, 포르투갈이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장내 대형 스크린에는 다시 한번 환하게 웃는 호날두의 모습이 뿌려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이루어진 ‘맨 오브 더 매치’ 트로피 수여식에 참석했다. 거친 8강전을 끝낸 뒤에도 그의 머리는 가지런히 정돈되어있었다. 주최 측에서 수상 소감을 물었다. 호날두는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만든 승리였다”라고 대답했다. 동시통역 헤드셋을 통해 호날두의 소감을 전해 들은 외신 기자들이 소리 죽여 웃었다. 다들 “모든 선수?”라는 표정으로 키득거렸다. 그의 소감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포르투갈의 파울루 벤투 감독 인터뷰가 이어졌다. 호날두의 정확한 포지션을 묻자 벤투 감독은 “호날두도 미리 정해진 전술대로 움직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한 기자가 손을 들어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몸값이 1천만 유로 정도…”라고 질문을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동시통역 헤드셋을 벗으며 “특정 선수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질문의 허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포르투갈을 호날두의 ‘원맨 팀’이라고 불러야 할까? 호날두의 플레이를 너무 자기중심적이라고 해야 할까? 호날두는 이날 결승골을 넣었다. 그의 득점으로 조국 포르투갈은 유로2012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호날두는 곧 포르투갈이다. 물론 포르투갈도 호날두로 통한다. 그가 골을 넣는 한 그 어떤 비판도 거부할 자격이 있다. 다만 앞으로 남은 두 고비가 문제다. 두 경기 모두 유럽과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해야 한다. 호날두와 포르투갈이 하나가 되어야만 넘을 수 있는 강적들이다.
아침부터 바르샤바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해, 구름, 비, 바람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다. 바르샤바에서 런던의 날씨를 경험할 줄 꿈에도 몰랐다. 비가 멎기를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올라탔다. 공교롭게도 전일(20일) 지나갔던 포르투갈 대표팀 숙소를 지났다. 여전히 호텔 앞에는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 중 제발 한 명이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인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속 오지랖이 발동했다.
구시가지에서도 포르투갈 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호날두 팬들이다.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레알 마드리드의 순백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유럽에 있으니 8천만 파운드(한화 약 1,447억원)라는 그의 몸값이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남녀노소가 모두 호날두의 팬이다.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 화려한 사생활만 보면 “건방진 녀석”이라는 말도 튀어나올 법하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두 시즌 연속 경기수보다 득점수가 많으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다. 어차피 프로는 결과로 말하니까.
경기장 주변은 일찌감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인파 속에서 노란색 티셔츠를 높이 들고 소리치는 장사꾼이 보였다. 티셔츠 한복판에는 호날두의 얼굴이 프린트되어있었다. 페트르 체흐의 티셔츠는 회색이었다. 눈에 잘 띄는 노란색과 평범한 회색 중 호날두가 전자(前者)를 차지한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경기장 주변이다 보니 대회나 경기 명칭을 표시할 수 없는 탓에 티셔츠가 너무 밋밋해졌다.
킥오프 한 시간 전, 양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녹색 그라운드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입장한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체코 선수들이 나올 땐 “우워~”였다. 포르투갈 쪽은? 당연히 “꺅~”이었다. 구한말 신사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의 호날두가 ‘시크’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여기저기서 세상에서 ‘두 번째로’ 위대한 축구 선수를 환영하는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로’ 위대한 선수가 없는 대회에선 역시 호날두가 왕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6천 관중의 카운트다운 합창으로 유로2012 첫 번째 8강전이 시작되었다. 아주 조심스러웠던 경기는 이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포르투갈이 찌르고 체코는 막았다. 호날두가 볼을 잡을 때마다 함성이 일었다. 그의 발에 관중 효과음을 재생시키는 센서라도 달린 모양이다. 특유의 프리킥 준비 동작을 취하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기자석 모니터에서도 느린 그림의 대부분이 호날두의 클로즈업 샷이었다. 헤딩에도 끄떡없는 ‘울트라’ 초강력 왁스의 제품명까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전반 내내 포르투갈이 세차게 몰아쳤다. 관중은 계속 흥분해갔다.
수비수를 따돌린 뒤 단독 기회를 만들고, 뒤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받아 눈깜짝할 사이에 골대를 맞히고. 호날두는 정말 현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하나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기 자체가 너무 ‘호날두’스럽다는 점이다. 포르투갈이 아니라 ‘호날두 vs 체코’ 같은 느낌이었다. 포르투갈의 모든 것이 호날두에게 집중되었다. 패스, 돌파, 크로스, 슛 모두 말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자유롭게 움직였다. 호날두의 동선에 따라 동료들이 비켜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위대한 호날두 ‘사마’ 가시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후반전이 되어 불만은 쏙 들어가버렸다. 두 번이나 골대를 맞힌 끝에 호날두는 후반 34분 기어이 골을 넣고야 말았다. 크로스가 올라온 순간 수비수 뒤에 있었던 호날두가 어느새 앞으로 나가 몸을 날렸다. 머리에 정확히 맞은 볼은 바닥에 튕긴 뒤 골네트를 세차게 흔들었다. ‘철벽’ 체흐가 볼에 손을 갖다 댔지만 부족했다. 호날두가 이겼고, 포르투갈이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장내 대형 스크린에는 다시 한번 환하게 웃는 호날두의 모습이 뿌려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이루어진 ‘맨 오브 더 매치’ 트로피 수여식에 참석했다. 거친 8강전을 끝낸 뒤에도 그의 머리는 가지런히 정돈되어있었다. 주최 측에서 수상 소감을 물었다. 호날두는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만든 승리였다”라고 대답했다. 동시통역 헤드셋을 통해 호날두의 소감을 전해 들은 외신 기자들이 소리 죽여 웃었다. 다들 “모든 선수?”라는 표정으로 키득거렸다. 그의 소감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포르투갈의 파울루 벤투 감독 인터뷰가 이어졌다. 호날두의 정확한 포지션을 묻자 벤투 감독은 “호날두도 미리 정해진 전술대로 움직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한 기자가 손을 들어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몸값이 1천만 유로 정도…”라고 질문을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동시통역 헤드셋을 벗으며 “특정 선수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질문의 허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포르투갈을 호날두의 ‘원맨 팀’이라고 불러야 할까? 호날두의 플레이를 너무 자기중심적이라고 해야 할까? 호날두는 이날 결승골을 넣었다. 그의 득점으로 조국 포르투갈은 유로2012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호날두는 곧 포르투갈이다. 물론 포르투갈도 호날두로 통한다. 그가 골을 넣는 한 그 어떤 비판도 거부할 자격이 있다. 다만 앞으로 남은 두 고비가 문제다. 두 경기 모두 유럽과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해야 한다. 호날두와 포르투갈이 하나가 되어야만 넘을 수 있는 강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