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스타] 독일의 최면을 깨운 '작은거인' 람
입력 : 2012.06.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압도적인 전력차, 일방적인 공세였다. 선제골은 독일의 몫이어야 했다. 하지만 골문 앞에서의 슈팅은 이상하게 어긋났다. 그리스의 밀집수비와 육탄 방어에 막혔고, 골키퍼 시파키스의 손에 걸렸다. 해결사가 필요했다. 그리스의 철벽에 마침내 균열을 낸 이는 독일의 주장 필립 람이었다.

람은 그리스와의 유로2012 8강전에서 승부의 추가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전반 38분 선제골을 기록했다.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골에 갈증을 느끼던 축구팬들이 일시에 해갈하는 순간이었다. 람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수비 안정에 집중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공격 진영 깊숙이 가담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왔고, 상대의 견제가 소홀한 틈을 타 강하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람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은 독일은 후반 초반 사라마스에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케디라의 골로 흐름을 뒤집은 뒤 클로제, 로이스의 연속골로 그리스를 초토화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나 흐름으로나 어차피 독일의 압승이 예상된 경기였기에 새삼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골운이 따르지 않았던 전반전을 생각해 볼 때 람의 번개같은 골이 아니었다면 고전할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독일 선수들을 최면에서 깨어나게 만든 이가 람이었다.

2004년 대표팀에 선발돼 2006 독일월드컵을 통해 신성으로 떠올랐던 람은 어느 새 독일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그 사이 또 한번의 월드컵과 유로 무대를 경험했다. 투지와 패기가 가득했던 신선함은 떨어졌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경험과 자신감, 긴장감이 높은 무대에서 오히려 더 냉정해질 수 있는 노련함을 덧입었다. 튀는 선수는 아니어도 결정적이 순간 해결사의 역할을 해주는 존재감이 있었다.

풍부한 경험에 비해 아직 30살에 불과한 그의 나이는 앞으로도 한동안 독일 축구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이겨야 할 상대는 반드시 이기고, 지지 않아야 할 상대에는 밀리지 않게 만드는 주장의 힘. '작은거인'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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