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일동안 단 이틀밖에 못 쉬며 일하다가 과로로 숨진 50대 생산직 근로자가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김모씨(50)는 2012년 10월 경북 구미의 한 섬유공장에 생산직 수습직원으로 채용됐다. 회사는 수습기간 동안 근무태도와 업무능력,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김씨의 정식 근로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일을 시작한지 3개월 만에 회사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뒀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정규직을 따내기 위해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무리하게 일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5일 단위로 바뀐 교대 근무 시간 동안 김씨는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아침반에서 야간반으로 바뀔때는 30시간 이상 쉴 수 있었지만 야간반에서 저녁반, 저녁반에서 아침반으로 바뀔 때는 8시간 밖에 쉴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교대근무 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야 했고 퇴근시간은 매번 늦어졌다. 김씨가 일한 100여일 동안 온전히 쉰 날은 단 이틀뿐이었다.

몸에 무리가 가도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던 김씨는 결국 숨을 거뒀고 그의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김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대근무가 이뤄졌고 입사한 후 3개월 수습기간 동안 단 2일만 쉬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심근경색증 발생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고 김씨에게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