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느슨한 프로의 징계가 학생들 경계심 허물었다 [유소년 약물 스캔들 파문②]
입력 : 2019.07.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세 인턴기자= 이번 ‘이여상 약물 스캔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고교 감독 중 한 명은 “전국체전 기간에는 각 학교마다 공문이 떨어진다. 공문 내용은 도핑에 관한 것인데, 대회 참가 선수들에게 감기약도 먹이지 말라고 신신당부 해놓았다”라면서 “정말 만에 하나라도 아픈 경우가 발생한다면 엄격한 절차를 통해 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한다. 일선 고교 지도자와 선수들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아무 약이나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선수들이 모를 리 없다”고 덧붙였다.

이여상은 학생들에게 “이건 미국에서 가져온 것이고, 걸리지 않는 약이라서 프로 선수들도 비밀리에 먹는 것”이라고 현혹했다고 한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유소년 선수들이 약물 교육은 받았으나 유혹 앞에서 귀가 솔깃해질 정도로 실상은 약물에 대해 무지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요즘은 어린 선수들도 운동 선수로서 철저한 몸 관리, 부상 방지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몇 차례 검색만 해봐도 스테로이드나 호르몬 제제를 잘못 복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금세 알 수 있는 세상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규정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감기약조차 치료목적사용면책(TUE)의 승인 결과에 따라서 복용해야 한다. 예컨대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판**’ 역시 대회 기간에는 복용이 금지되는 약물이다. 여기 들어간 에페드린이라는 성분은 이 외에도 여러 감기약에 포함돼있다. 고교 선수들도 감기약조차 이렇게 조심스럽게 복용한다.



두 번째 가능성은 약물 투약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한국 야구에서 그동안 약물 관련 징계 사례를 비춰봤을 때 심각한 타격은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이여상의 야구교실은 홍보에서 자신이 ‘프로 출신’임을 강조했다. 고교 선수들에게 프로 1군은 ‘꿈의 무대’고, 그곳에서 활약했던 스승의 말이라면 다소 의심스럽더라도 믿고 따라갔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야구 사교육 장소인 그곳에서 배운 건 “프로 선수들도 비밀로 약물을 한다. 너도 해 보라”는 꾐이었다.

프로야구에서 지난 2007년 도핑테스트를 도입한 이래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내린 가장 수위가 높았던 징계는 2017년 삼성 라이온즈 시절 적발된 최경철의 72경기 출장 정지였다. 시즌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인데, 프로 선수들에게 긴 시간일지 몰라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약물 관련 징계를 최저 1년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짧은 기간의 징계다.

약물 전력이 있어도 국가대표 선수가 되거나 MVP 영예를 안는데 문제가 없는 리그. 혹여나 재수 없게 걸려도 3~4개월만 못 뛰면 면죄부를 받는 리그를 ‘인생 무대’로 생각하며 꿈을 키우는 유소년 선수들이라면 약물의 유혹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약물에 손을 대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강력한 징계 사례를 프로에서 보여주는 게 이런 사태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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