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문학] 허윤수 기자=키움 히어로즈의 안방마님 박동원이 위기 순간마다 번뜩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동원은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경기에 포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박동원은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수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의 5-1 승리에 한몫했다.

키움은 이날 SK보다 1개 적은 8개의 안타를 기록했지만 5점을 뽑았다. 반면 9개의 안타를 내주고도 1점만을 실점하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이런 모습에는 선발 최원태의 호투도 있었지만 그를 이끈 박동원의 리드도 있었다.

키움은 3-1로 앞선 5회 말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노수광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허용한 뒤 김강민에게 중견수 앞 안타까지 내주며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한동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중심 타선의 최정과 로맥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원태는 변화구로 파울을 유도하며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박동원은 최원태에게 다시 바깥쪽 낮은 코스를 주문하며 최정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어 견제 모션을 통해 1루와 3루 주자를 묶었다. 이후 박동원은 가슴 높이의 빠른 공을 주문했고 최정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삼구 삼진이었다.

실점을 최소화하는데 현실적인 목표가 있던 상황에서 실점 없이 2아웃을 잡아내자 최원태도 기세가 올랐다. 최원태와 박동원은 전날 더블헤더 2경기에서 모두 홈런포를 가동한 로맥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키움은 6회 말에도 선두 타자 고종욱을 안타로 내보내며 불안함에 휩싸였다. 이재원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은 뒤 이날 경기 명장면이 나왔다. 1루 주자 고종욱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최원태의 폭투가 나왔다. 고종욱은 2루 베이스를 지나 3루를 향했다.

그 순간 백네트를 맞고 튀어나온 공이 박동원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박동원은 고종욱이 3루까지는 많이 못 갔을 것이라 판단해 망설임 없이 2루로 공을 뿌렸다.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 결국 고종욱은 협살에 걸려 고개를 숙였다. 짧은 순간 3루가 아닌 2루를 선택한 박동원의 판단력과 센스가 빛난 순간이었다. 1사 2루 혹은 1사 3루가 될 수 있던 상황이 2사에 주자 없는 상황이 됐다. 박동원의 플레이에 벤치에 있던 장정석 감독도 박수를 보냈고 최원태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 후 장 감독은 “선수들이 공수에서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펼쳐줬다. 박동원의 볼 배합과 위기 상황에서 투수 리드가 좋았다”라며 박동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승리 투수가 되며 시즌 11승째를 기록한 최원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박동원 선배를 믿고 던졌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동원 선배가 경기 전 1시간 정도 상대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온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노력을 바탕으로 한 박동원의 리드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박동원은 올 시즌 타율 0.295를 기록하고 있지만 9월 들어 0.138의 타격 부진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리드와 판단력은 타격 침체 속에서도 그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이유였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