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흔들려, 자꾸 흔들려.’ 투수는 가끔 누상에 나간 주자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언제나 뛸 듯한 동작으로 겁을 주고, 그라운드를 활보하며, 가끔은 눈앞에서 홈베이스를 훔친다.
누에 주자가 생긴다는 건 투수에게 큰 스트레스다. 항상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주자를 대비해 투구 템포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스로 직접 공을 던져 주자를 체크하거나 빠른 공 위주로 승부하는 전략도 그 중 하나다.
특히 1루 주자의 주력이 도루가 가능한 수준일 경우 투수는 더욱더 많은 견제를 하게 된다. 스코어링 포지션에서는 단타 하나만 맞아도 실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잦은 견제는 투수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 선수조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
일부러 볼카운트를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주자가 도루를 시도할 법한 타이밍에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투구하는, 이른바 피치 아웃이다. 당연히 주자가 뛰지 않았거나 도루 저지를 하지 못했을 경우 볼카운트에 손해를 본다.
주자가 있으면 스트라이크를 적게 던질까?
앞서 얘기했듯 우리는 누상에 주자가 있으면 투수가 불안정한 투구를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더구나 본의 아니게 피치 아웃도 해야 하니 스트라이크 비율도 평소보다 낮아지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2015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선 1루 주자가 있어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비율에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2017년 이후엔 주자 1루 상황에 조금이지만 더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1루에 출루하는 모든 주자가 투수를 흔들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스프린트 속도 최하위인 브라이언 맥캔이 1루에 있다 한들, 어떤 투수가 눈 하나 깜빡이나 하겠는가?
위 표는 1루 주자를 전년도 도루 개수를 기준으로 나눠 스트라이크 비율을 확인한 결과다. 1루 주자의 도루 수가 많아질수록 스트라이크 비율은 낮아졌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나는 집단은 2016년의 ‘3개 미만’(64.3%)과 ‘30개 이상’(60.9%) 그룹이었다. 약 3.4% 차이. 다른 해의 기록도 도루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스트라이크 비율이 줄어드는 듯 보인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타석에서 타자가 얻는 이득?
표 2의 도루 그룹 간 가장 큰 차이를 넉넉잡아 4%라고 하더라도, 타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100개의 공중 기껏해야 4개의 볼을 더 얻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타석당으로 나누면 그 효과는 한층 더 미미해진다. 타자가 한 타석에서 4개의 볼을 상대한다고 가정하면 타석당 0.16개의 볼을 더 얻게 되는 것이다.
공 하나가 스트라이크에서 볼로 바뀌었을 때 평균적인 득점 가치는 약 0.130 정도 오른다. 그렇다면 스트라이크 비율이 4% 줄어도 타석당 겨우 0.0208점의 이득을 얻어낸다는 결론이 나온다. 리그 평균 그룹과 비교한다면 이 수치는 더욱 작아진다.
빠른 주자의 가치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볼 때 우리의 생각보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 반대로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주자 상황에 잘 흔들리지 않으며, 완고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주자가 ‘타자’ 개인에게 이득을 주는 게 아니라, ‘팀’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을 계산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메이저리그 도루 1위였던 위트 메리필드는 올해 7월까지 투구수를 놓고 봤을때 447구나 2루 도루가 가능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를 앞서 계산한 방법으로 득점 가치를 구하면 약 2점 정도가 나온다. 1승에 필요한 득점을 10점이라고 생각하면 꽤 의미 있는 수치가 된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
특정 상황에서 나온 2점의 기여, 그나마도 시즌 전반으로 잘게 나눠진 부분들이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체감할 길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 작은 부분이 모여 선수 개개인의 차이를 만들고, 선수 기용을 바꾸고,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가 되도록 만든다.
야구공작소
이재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
기록 출처: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누에 주자가 생긴다는 건 투수에게 큰 스트레스다. 항상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주자를 대비해 투구 템포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스로 직접 공을 던져 주자를 체크하거나 빠른 공 위주로 승부하는 전략도 그 중 하나다.
특히 1루 주자의 주력이 도루가 가능한 수준일 경우 투수는 더욱더 많은 견제를 하게 된다. 스코어링 포지션에서는 단타 하나만 맞아도 실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잦은 견제는 투수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 선수조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
일부러 볼카운트를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주자가 도루를 시도할 법한 타이밍에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투구하는, 이른바 피치 아웃이다. 당연히 주자가 뛰지 않았거나 도루 저지를 하지 못했을 경우 볼카운트에 손해를 본다.
주자가 있으면 스트라이크를 적게 던질까?
앞서 얘기했듯 우리는 누상에 주자가 있으면 투수가 불안정한 투구를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더구나 본의 아니게 피치 아웃도 해야 하니 스트라이크 비율도 평소보다 낮아지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2015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선 1루 주자가 있어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비율에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2017년 이후엔 주자 1루 상황에 조금이지만 더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1루에 출루하는 모든 주자가 투수를 흔들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스프린트 속도 최하위인 브라이언 맥캔이 1루에 있다 한들, 어떤 투수가 눈 하나 깜빡이나 하겠는가?
위 표는 1루 주자를 전년도 도루 개수를 기준으로 나눠 스트라이크 비율을 확인한 결과다. 1루 주자의 도루 수가 많아질수록 스트라이크 비율은 낮아졌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나는 집단은 2016년의 ‘3개 미만’(64.3%)과 ‘30개 이상’(60.9%) 그룹이었다. 약 3.4% 차이. 다른 해의 기록도 도루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스트라이크 비율이 줄어드는 듯 보인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타석에서 타자가 얻는 이득?
표 2의 도루 그룹 간 가장 큰 차이를 넉넉잡아 4%라고 하더라도, 타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100개의 공중 기껏해야 4개의 볼을 더 얻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타석당으로 나누면 그 효과는 한층 더 미미해진다. 타자가 한 타석에서 4개의 볼을 상대한다고 가정하면 타석당 0.16개의 볼을 더 얻게 되는 것이다.
공 하나가 스트라이크에서 볼로 바뀌었을 때 평균적인 득점 가치는 약 0.130 정도 오른다. 그렇다면 스트라이크 비율이 4% 줄어도 타석당 겨우 0.0208점의 이득을 얻어낸다는 결론이 나온다. 리그 평균 그룹과 비교한다면 이 수치는 더욱 작아진다.
빠른 주자의 가치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볼 때 우리의 생각보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 반대로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주자 상황에 잘 흔들리지 않으며, 완고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주자가 ‘타자’ 개인에게 이득을 주는 게 아니라, ‘팀’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을 계산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메이저리그 도루 1위였던 위트 메리필드는 올해 7월까지 투구수를 놓고 봤을때 447구나 2루 도루가 가능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를 앞서 계산한 방법으로 득점 가치를 구하면 약 2점 정도가 나온다. 1승에 필요한 득점을 10점이라고 생각하면 꽤 의미 있는 수치가 된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
특정 상황에서 나온 2점의 기여, 그나마도 시즌 전반으로 잘게 나눠진 부분들이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체감할 길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 작은 부분이 모여 선수 개개인의 차이를 만들고, 선수 기용을 바꾸고,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가 되도록 만든다.
야구공작소
이재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
기록 출처: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