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고척] 김현세 기자= 두산 베어스 이용찬이 마운드에 오르자 뉴욕 양키스 출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쓰던 등장곡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이 들리는 듯했다.
이용찬은 '잠의 요정'으로 일컫는 '샌드맨'이 돼 키움 타선을 곤히 재웠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7회 말 무사 만루를 실점 없이 막더니 3이닝 세이브도 챙겨 3년 만의 통합 우승을 한 발짝 더 당겼다.
붙박이 마무리 투수처럼 편안히 세이브를 챙긴 이용찬이지만,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22승을 올리며 선발 투수로 뛰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런 이용찬에게 불펜 중책을 맡겼다. 이용찬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26경기 나와 7승 10패 평균자책점 4.07로 다소 저조했으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구위를 되찾았다는 판단에서다. 김 감독은 "지금 다른 불펜 투수보다도 이용찬 공이 좋다"고 했다.
과거 마무리 투수로 얻은 풍부한 경험도 이유가 됐다. 이용찬은 프로 통산 90세이브를 올린 투수다. 군에서 돌아온 2016년 두산의 통합 우승 때 뒷문을 책임진 이도 이용찬이다.
이용찬은 갑작스레 중책을 맡게 돼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나선 이형범과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둘은 한국시리즈에서 더블스토퍼로 낙점됐고, 올 포스트시즌에서 현란한 투구로 이목을 끈 키움 '벌떼 불펜'과 맞서야 해 부담도 컸다.
그런데 되레 재미 본 쪽은 두산이다.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이용찬은 중요한 때 기용할 건데, 이르면 7, 8회 나올 거다. 길게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 짜인 각본처럼 강수가 먹혔다.
경기가 끝나고 이용찬은 "승부처에서 감독님이 나를 믿고 내보내주셨다"며 "무조건 최소 실점으로 막으려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키움이 결정적 주루 실수로 병살이 된 데에는 "땡큐였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베테랑에게도 부담이 큰 승부처에서 이용찬은 대담했다. '정신력이 강해 보인다'는 물음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봐서 그렇다"며 "그때는 어린 나이에 마무리 투수가 돼 많이 힘들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덤덤해졌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내일도 마운드 오르면 무조건 자신 있게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