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대표님' 된 손연재 ''환경의 장벽 느끼는 후배들 안타까워 대회 만들었어요''
입력 : 2019.10.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그런데 손연재(25)는 요즘 뭐 하고 지내?

어쩌면 스포츠팬들 중에 이런 궁금증이 있는 이들이 꽤 많을지 모르겠다. 그 ‘손연재’는 요즘 매우 바쁘다. 리듬체조 교실 ‘리프 스튜디오’의 대표로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또 직접 리듬체조 대회까지 만들어 개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만난 손연재는 선수 때와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앳된 얼굴에 날씬한 체조 선수 체형도 그대로였다. “여전히 관리를 독하게 하는 모양이다”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수줍게 웃으면서 “은퇴 후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까 오히려 식욕이 별로 안 생기더라”고 했다.

손연재는 지난 2017년 봄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손연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해 5위의 성적을 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4위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손연재는 30일부터 사흘간 인천 남동체육관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리프 챌린지컵 2019’를 직접 준비했다. 이 대회는 한국, 중국, 홍콩 등 7개국 주니어 160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 리듬체조 대회다.

손연재는 선수 시절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0년 이후 7년 여 동안 러시아를 오가며 훈련했다. 올림픽 무대를 바라보고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리듬체조가 심판이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잖아요. 결국은 국제대회에 꾸준히 나가서 자기 수준을 보여줘야 큰 대회에서도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심판들도 자주 보던 선수에게 점수를 잘 주는 경향이 있는 거죠. 유럽 선수들은 대회 장소가 멀지 않으니 대회에 쉽게 나가지만, 한국 선수들은 유럽에서 하는 대회에 다 나가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결국 한국 유망주들이 국제 무대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손연재가 안타까웠던 부분은 또 있다. 그녀는 “선수가 발전하려면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노력이 부족해서 훈련을 안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체육관을 오래 빌리지 못해서 그날의 할당 과제를 다 해내지도 못한 채 시간이 다 돼서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발전을 가로막는 부분을 직접 나서서 조금이나마 끌어가고 싶다는 게 은퇴 이후의 꿈이 됐다.
그리고 손연재는 은퇴 후 ‘후배 선수들이 여건상 국제대회에 나가기가 어렵다면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야 겠다’는 오랜 꿈을 현실화시켰다. 지난해 처음 대회를 열었고, 올해 두 번째 대회를 이어간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후 어린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고 갈라 쇼를 통해 오랜만에 공연도 선보인다. 그녀는 “무대가 그리웠다. 그런데 3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긴 공백이더라”며 오랜만에 실전 무대를 준비하느라 꽤 힘들었다고 웃었다.

손연재는 “은퇴 후에는 정말 힘들고 지쳐서 2년 정도는 리듬체조를 아예 안 했다. 그러고 나니까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리듬체조가 다시 보였다”고도 했다.

대회를 준비하며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던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도 털어놓았다. 손연재는 “무엇보다 후원사를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또 한국에서 국제 체조대회를 개최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대회 참가 경험이 많았던 내가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를 해야 했다. ‘대체 내 진짜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손연재는 “선수 때는 체조에만 집중했지만, 여전히 ‘사회인’ 손연재로는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다. 도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앞으로 나 역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손연재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여전히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인 리듬체조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손연재는 “한 명의 뛰어난 엘리트 선수를 키워내는 것보다 동호인 여러 명이 리듬체조를 직접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나 어른들이 리듬체조를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리듬체조를 접한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팬 만큼이나 안티도 많았던 손연재는 그 이야기를 꺼내자 이런 말을 했다.

“비단 내 경우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꼭 세계 1등을 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중요한 국제대회에는 참가하는 것만으로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김형준 PD,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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