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83승 55패 6무(1위, 한국시리즈 우승)
[스포탈코리아] NC 다이노스가 1군 진입 7년 만에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2020 시즌은 막을 내렸다. 그동안 구단주의 남다른 애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NC는 서서히 전력을 강화해왔고, 마침내 그 성과를 이루듯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 외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NC는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와 중견수 애런 알테어를 영입하며 포지션 중복을 피했다. FA 시장에 나왔던 박석민과 김태군을 잔류시키는 데에도 성공했고 무엇보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나성범의 복귀는 중심타자 한 명을 영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시즌 상위권에 속했던 두산과 SK 그리고 키움은 각각 조쉬 린드블럼, 김광현, 앙헬 산체스, 제리 샌즈 등 팀의 주축을 이루던 선수들이 해외 리그로 떠나며 뼈아픈 전력 손실을 겪은 반면, NC는 이렇다 할 전력 손실이 없었기 때문에 대권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돌고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한 NC는 일찌감치 시즌 초반에 단독 선두 자리를 차지했고, KBO 리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138경기)동안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팀 홈런, 출루율, 장타율, OPS, 타격 WAR 모두 1위를 달성했고, 주전 라인업 9명 모두 wRC+ 1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극강의 타격 생산력을 선보인 것이 선두 질주의 가장 큰 비결로 꼽혔다.
위기, 그리고 반등
얼핏 보면 리그를 압도적으로 지배한 것 같지만, NC 역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기에 역대급 페이스를 보여주던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재학이 끝 모를 부진에 빠져 2군으로 내려가면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팀이 조금씩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구멍 난 선발 자리는 기존에 불펜투수였던 송명기와 신민혁으로 채워야 했고 이는 연쇄적으로 불펜의 과부하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막강한 공격력을 가졌으나 불펜진에서 약점을 보이는 1위 팀의 모습은 마치 3년 전의 KIA와 비슷했다. 당시 KIA는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추기 위해 키움(당시 넥센)과 유망주 이승호를 베테랑 불펜투수 김세현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선례를 따르듯 NC는 한때 팀의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장현식, 그리고 지난 시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던 김태진을 문경찬과 박정수로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통해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9월 중순에는 2위와의 격차가 0경기까지 좁혀지며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위기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선발진의 안정이었다. 대체 선발로 들어섰던 송명기가 6연승을 달리며 구창모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고, 이에 따라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던 불펜진도 임정호, 김진성, 임창민, 원종현 등 ‘단디4’로 불리는 이들이 반등하면서 제모습을 점점 찾아갔다. 특히 김진성은 2017년 전 세계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혹사에 시달리기도 했고, 올 시즌에 앞서 연봉협상 문제로 스프링캠프 도중 돌연 귀국해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터라 그의 부활은 더욱 극적이었다. 이에 힘입어 팀은 9월 말부터 11연승을 달리며 선두자리를 굳혔고 마침내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4년만의 리턴 매치
한국시리즈 상대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온 두산이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한 가을의 강자이자 4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NC에 4연패를 안겼던 상대이기에 더욱 큰 관심이 몰리는 맞대결이었다.
긴 휴식 기간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거란 우려와 달리 1차전에서 NC는 정규시즌과 같은 타격 집중력을 보여주었고 위기 때마다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다만 박석민이 한차례 수비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며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줬다.
2차전에선 잘 맞은 타구가 계속해서 더블 플레이로 이어져 도합 5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는 등 불운이 따랐고 수비에선 박석민이 지난 경기에 이어 또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를 내줬다. 3차전에서도 야수들이 실점으로 직결되는 실책을 3개나 저지르며 두 경기를 연속으로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4차전에서 후반기의 영웅 송명기가 선발 등판해 5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경기 후반엔 루친스키까지 구원 등판하는 초강수를 쓰며 시리즈 스코어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5차전엔 송명기에 이어 전반기의 영웅 구창모가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고 타선에선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양의지의 홈런을 앞세우며 시리즈 스코어 역전에 성공했다.
대망의 6차전, 선발투수 루친스키는 4차전 구원 등판 후 단 이틀의 휴식 후 등판한 여파로 5이닝 동안 안타를 6개나 맞으며 흔들렸지만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루친스키가 내려간 후 3일 휴식 후 등판한 라이트, 한국시리즈 전 경기 출장 중인 김진성, 이틀 휴식 후 등판한 송명기가 출전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상대 타선을 틀어막는 사이에, 시리즈 동안 부진했던 이명기와 박석민이 적시타를 날렸고 박민우까지 쐐기 타점을 올리며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승리가 눈앞에 놓인 9회,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올라와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으며 NC는 꿈에 그리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MVP 타자 부문 – 양의지
올 시즌 NC는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했는데, 그 중 제일 가는 선수는 바로 양의지였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장타율, OPS, wRC+, WAR를 기록했고 포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현역 최고 포수로서의 명성을 입증했다.
2016년 한국시리즈의 MVP가 당시 두산 소속이었던 양의지였기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는 ‘양의지 시리즈’라고도 불리며 선수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었다. 그리고 양의지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우승에 공헌했고 거액 FA 선수로서 받아온 부담감을 털어내듯 우승 순간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MVP 투수 부문 – 루친스키, 구창모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NC의 에이스는 루친스키였다. 구창모와 함께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결성하여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 1세이브 0.69 ERA를 기록하며 대활약을 펼쳤다.
뛰어난 성적 뒤에는 남다른 성실함이 특히 돋보였다. 루친스키는 휴일에도 경기장에 나와 착실히 루틴을 이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모습을 보며 팬들이 ‘오늘도 루친 지키는 루틴스키’라고 부를 정도였다. 구원 등판했던 한국시리즈 4차전 날조차도 경기 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며 그의 성실함이 재조명되었고, 선발진에 공백이 많았던 NC에서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이탈하지 않은 비결로 꼽히기도 했다.
실질적 에이스는 루친스키였지만 구창모의 괴물 같은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7월까지 기록한 1점대 ERA와 피안타율 그리고 0점대 WHIP는 마치 전성기의 류현진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 절반가량을 출장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높은 WAR를 기록 한 부분에서 전반기에 그가 보여준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구창모가 올 시즌과 같은 페이스로 부상 없이 풀 시즌을 치른다면 리그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칠 것이 기대되고, 나이도 97년생으로 여전히 젊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발전한 선수 – 송명기, 강진성
전반기에 구창모가 있었다면 후반기엔 송명기가 있었다.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구창모의 부상 이탈과 이재학의 부진으로 선발 기회를 얻은 송명기는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프로 2년 차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펼치며 역대 최초 만 20세 이하 선발 6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워 팀의 위기 상황 탈출의 선봉장 역할을 했고 팀 내 투수 WAR 3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선발 자원의 탄생을 알렸다. 송명기의 합류로 NC의 선발진은 한층 더 젊어지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도 돋보였다. 시리즈 스코어 1:2로 뒤지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포스트시즌 선발투수 데뷔전을 치름과 동시에 데일리 MVP로 선정되었고 우승이 코앞이던 6차전에는 8회에 구원 등판에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프로 데뷔 2년 만에 우승 반지를 얻어냈다.
야수 쪽에선 긴 무명 시절을 뒤로하고 마침내 꽃을 피운 강진성이 돋보였다.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구창모와 함께 전반기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고 생에 첫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등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다만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체력적으로 부담됐는지, 후반기에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특히 1루수임에도 불구하고 장타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낳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장타력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3할 타율에 3타점을 올렸고 5차전에선 환상적인 점프 캐치를 보여주는 등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정규시즌에서 체력의 부침을 겪었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긴 휴식을 취한 후 타격감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통해 내년 시즌에 체력 문제를 해결한다면 꾸준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웠던 선수-이재학
팀의 원년 멤버이자 왕년의 에이스였던 이재학은 올 시즌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탈락하며 팀의 창단 첫 우승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재학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사율이 각각 48.2%와 50.1%로 전형적인 투 피치 유형의 투수인데, 단조로운 투구패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체인지업은 패스트볼의 구속이 뒷받침되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구종인데, 올 시즌 이재학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예년보다 크게 감소한 134.8km/h였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이재학이 떨어진 구속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이재학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 내년 시즌 반등에 성공할 것인지 지켜볼 부분이다.
새로운 왕조의 시작?
NC의 투수진은 구창모, 송명기와 같은 젊은 투수들을 필두로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고 야수진에도 양의지, 박민우 등 아직 건재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신구 조화가 매끄러우므로 내년 시즌 전력 역시 막강한 편이다. 다만 변수 또한 존재한다. 팀의 간판선수 나성범이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내년 시즌에는 팀을 떠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8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 양의지라는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며 이듬해 곧바로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했던 만큼 주축 선수 나성범 한 명의 이탈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장기집권을 위해선 나성범의 공백이 생길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적 시장에서 보여왔던 기조를 미루어 볼 때, 전력의 공백이 느껴지면 언제라도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팀이 바로 NC다. 과연 ‘택진이 형’이 왕조 건설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지갑을 열게 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야구공작소
양재석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스탯티즈
[스포탈코리아] NC 다이노스가 1군 진입 7년 만에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2020 시즌은 막을 내렸다. 그동안 구단주의 남다른 애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NC는 서서히 전력을 강화해왔고, 마침내 그 성과를 이루듯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 외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NC는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와 중견수 애런 알테어를 영입하며 포지션 중복을 피했다. FA 시장에 나왔던 박석민과 김태군을 잔류시키는 데에도 성공했고 무엇보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나성범의 복귀는 중심타자 한 명을 영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시즌 상위권에 속했던 두산과 SK 그리고 키움은 각각 조쉬 린드블럼, 김광현, 앙헬 산체스, 제리 샌즈 등 팀의 주축을 이루던 선수들이 해외 리그로 떠나며 뼈아픈 전력 손실을 겪은 반면, NC는 이렇다 할 전력 손실이 없었기 때문에 대권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돌고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한 NC는 일찌감치 시즌 초반에 단독 선두 자리를 차지했고, KBO 리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138경기)동안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팀 홈런, 출루율, 장타율, OPS, 타격 WAR 모두 1위를 달성했고, 주전 라인업 9명 모두 wRC+ 1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극강의 타격 생산력을 선보인 것이 선두 질주의 가장 큰 비결로 꼽혔다.
위기, 그리고 반등
얼핏 보면 리그를 압도적으로 지배한 것 같지만, NC 역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기에 역대급 페이스를 보여주던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재학이 끝 모를 부진에 빠져 2군으로 내려가면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팀이 조금씩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구멍 난 선발 자리는 기존에 불펜투수였던 송명기와 신민혁으로 채워야 했고 이는 연쇄적으로 불펜의 과부하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막강한 공격력을 가졌으나 불펜진에서 약점을 보이는 1위 팀의 모습은 마치 3년 전의 KIA와 비슷했다. 당시 KIA는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추기 위해 키움(당시 넥센)과 유망주 이승호를 베테랑 불펜투수 김세현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선례를 따르듯 NC는 한때 팀의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장현식, 그리고 지난 시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던 김태진을 문경찬과 박정수로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통해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9월 중순에는 2위와의 격차가 0경기까지 좁혀지며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위기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선발진의 안정이었다. 대체 선발로 들어섰던 송명기가 6연승을 달리며 구창모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고, 이에 따라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던 불펜진도 임정호, 김진성, 임창민, 원종현 등 ‘단디4’로 불리는 이들이 반등하면서 제모습을 점점 찾아갔다. 특히 김진성은 2017년 전 세계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혹사에 시달리기도 했고, 올 시즌에 앞서 연봉협상 문제로 스프링캠프 도중 돌연 귀국해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터라 그의 부활은 더욱 극적이었다. 이에 힘입어 팀은 9월 말부터 11연승을 달리며 선두자리를 굳혔고 마침내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4년만의 리턴 매치
한국시리즈 상대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온 두산이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한 가을의 강자이자 4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NC에 4연패를 안겼던 상대이기에 더욱 큰 관심이 몰리는 맞대결이었다.
긴 휴식 기간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거란 우려와 달리 1차전에서 NC는 정규시즌과 같은 타격 집중력을 보여주었고 위기 때마다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다만 박석민이 한차례 수비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며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줬다.
2차전에선 잘 맞은 타구가 계속해서 더블 플레이로 이어져 도합 5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는 등 불운이 따랐고 수비에선 박석민이 지난 경기에 이어 또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를 내줬다. 3차전에서도 야수들이 실점으로 직결되는 실책을 3개나 저지르며 두 경기를 연속으로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4차전에서 후반기의 영웅 송명기가 선발 등판해 5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경기 후반엔 루친스키까지 구원 등판하는 초강수를 쓰며 시리즈 스코어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5차전엔 송명기에 이어 전반기의 영웅 구창모가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고 타선에선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양의지의 홈런을 앞세우며 시리즈 스코어 역전에 성공했다.
대망의 6차전, 선발투수 루친스키는 4차전 구원 등판 후 단 이틀의 휴식 후 등판한 여파로 5이닝 동안 안타를 6개나 맞으며 흔들렸지만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루친스키가 내려간 후 3일 휴식 후 등판한 라이트, 한국시리즈 전 경기 출장 중인 김진성, 이틀 휴식 후 등판한 송명기가 출전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상대 타선을 틀어막는 사이에, 시리즈 동안 부진했던 이명기와 박석민이 적시타를 날렸고 박민우까지 쐐기 타점을 올리며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승리가 눈앞에 놓인 9회,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올라와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으며 NC는 꿈에 그리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MVP 타자 부문 – 양의지
올 시즌 NC는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했는데, 그 중 제일 가는 선수는 바로 양의지였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장타율, OPS, wRC+, WAR를 기록했고 포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현역 최고 포수로서의 명성을 입증했다.
2016년 한국시리즈의 MVP가 당시 두산 소속이었던 양의지였기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는 ‘양의지 시리즈’라고도 불리며 선수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었다. 그리고 양의지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우승에 공헌했고 거액 FA 선수로서 받아온 부담감을 털어내듯 우승 순간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MVP 투수 부문 – 루친스키, 구창모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NC의 에이스는 루친스키였다. 구창모와 함께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결성하여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 1세이브 0.69 ERA를 기록하며 대활약을 펼쳤다.
뛰어난 성적 뒤에는 남다른 성실함이 특히 돋보였다. 루친스키는 휴일에도 경기장에 나와 착실히 루틴을 이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모습을 보며 팬들이 ‘오늘도 루친 지키는 루틴스키’라고 부를 정도였다. 구원 등판했던 한국시리즈 4차전 날조차도 경기 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며 그의 성실함이 재조명되었고, 선발진에 공백이 많았던 NC에서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이탈하지 않은 비결로 꼽히기도 했다.
실질적 에이스는 루친스키였지만 구창모의 괴물 같은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7월까지 기록한 1점대 ERA와 피안타율 그리고 0점대 WHIP는 마치 전성기의 류현진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 절반가량을 출장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높은 WAR를 기록 한 부분에서 전반기에 그가 보여준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구창모가 올 시즌과 같은 페이스로 부상 없이 풀 시즌을 치른다면 리그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칠 것이 기대되고, 나이도 97년생으로 여전히 젊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발전한 선수 – 송명기, 강진성
전반기에 구창모가 있었다면 후반기엔 송명기가 있었다.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구창모의 부상 이탈과 이재학의 부진으로 선발 기회를 얻은 송명기는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프로 2년 차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펼치며 역대 최초 만 20세 이하 선발 6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워 팀의 위기 상황 탈출의 선봉장 역할을 했고 팀 내 투수 WAR 3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선발 자원의 탄생을 알렸다. 송명기의 합류로 NC의 선발진은 한층 더 젊어지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도 돋보였다. 시리즈 스코어 1:2로 뒤지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포스트시즌 선발투수 데뷔전을 치름과 동시에 데일리 MVP로 선정되었고 우승이 코앞이던 6차전에는 8회에 구원 등판에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프로 데뷔 2년 만에 우승 반지를 얻어냈다.
야수 쪽에선 긴 무명 시절을 뒤로하고 마침내 꽃을 피운 강진성이 돋보였다.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구창모와 함께 전반기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고 생에 첫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등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다만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체력적으로 부담됐는지, 후반기에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특히 1루수임에도 불구하고 장타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낳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장타력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3할 타율에 3타점을 올렸고 5차전에선 환상적인 점프 캐치를 보여주는 등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정규시즌에서 체력의 부침을 겪었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긴 휴식을 취한 후 타격감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통해 내년 시즌에 체력 문제를 해결한다면 꾸준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웠던 선수-이재학
팀의 원년 멤버이자 왕년의 에이스였던 이재학은 올 시즌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탈락하며 팀의 창단 첫 우승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재학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사율이 각각 48.2%와 50.1%로 전형적인 투 피치 유형의 투수인데, 단조로운 투구패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체인지업은 패스트볼의 구속이 뒷받침되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구종인데, 올 시즌 이재학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예년보다 크게 감소한 134.8km/h였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이재학이 떨어진 구속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이재학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 내년 시즌 반등에 성공할 것인지 지켜볼 부분이다.
새로운 왕조의 시작?
NC의 투수진은 구창모, 송명기와 같은 젊은 투수들을 필두로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고 야수진에도 양의지, 박민우 등 아직 건재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신구 조화가 매끄러우므로 내년 시즌 전력 역시 막강한 편이다. 다만 변수 또한 존재한다. 팀의 간판선수 나성범이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내년 시즌에는 팀을 떠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8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 양의지라는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며 이듬해 곧바로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했던 만큼 주축 선수 나성범 한 명의 이탈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장기집권을 위해선 나성범의 공백이 생길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적 시장에서 보여왔던 기조를 미루어 볼 때, 전력의 공백이 느껴지면 언제라도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팀이 바로 NC다. 과연 ‘택진이 형’이 왕조 건설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지갑을 열게 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야구공작소
양재석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