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디그 팀 내 최다' 월드클래스 김연경의 어깨는 너무나 무거웠다
입력 : 2021.03.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이번 현대건설전은 김연경(33) 왜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를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와 동시에 배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임을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흥국 생명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 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전적 1-3으로 패했다. 이렇게 되면서 흥국생명은 승점 56점(19승 10패)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GS 칼텍스(승점 55점, 19승 9패)에 1점 차 앞선 불안한 1위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6일 한국도로공사전(세트 전적 3:1 승)에서 자력 우승의 희망을 되살린 흥국생명에 꼴찌 현대건설과의 경기는 흐름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걱정된 것은 순위와는 거리가 먼 현대건설의 경기력이었다. 직전 경기였던 GS 칼텍스전은 현대건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주포 헬레나 루소와 양효진이 불을 뿜었고, 리베로 김연견의 몸을 사리지 않는 디그와 정지윤-이다현으로 이뤄진 높은 벽은 1위 GS 칼텍스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

GS 칼텍스는 강소휘가 주춤했지만 그 공백을 메레타 러츠, 이소영이 메웠고, 낮고 약해진 센터진의 높이도 문명화, 문지윤이 어떻게든 막아냈다. 이처럼 탄탄한 수비조직력의 현대건설에 맞서기 위해서는 흥국생명에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전략이 필요했다.

흥국생명의 경기력이 꾸준히 안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도로공사전 승리로 인한 기세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높은 공격 성공률(72.73%)로 8득점을 기록했고, 리베로인 도수빈-박상미(디그 4회) 다음으로 많은 디그(3회)를 성공시키며 1세트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의 수비부터 흔들리면서 흐름은 일방적으로 현대건설을 향했다. 박미희 감독이 작전 타임으로 흐름을 돌리려 했으나, 랠리에서 번번이 점수를 내주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자연스레 세터들이 올리는 공도 불안정해졌고,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25%)도 득점력(2득점)도 바닥을 쳤다.

3세트에서도 세터와 수비가 흔들리면서 분위기는 일방적이었지만, 월드클래스는 이런 부분에서 달랐다. 김연경은 분위기가 침체할수록 더 목청을 돋워 파이팅을 외쳤고 랠리를 이어가기 위해 몸을 날렸다. 3세트에서 김연경이 성공한 디그는 7개로 팀의 39%에 달하는 수치였다.

2, 3세트 도합 23득점에 그친 흥국생명 선수들은 솔선수범하는 큰 언니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4세트부터 김다솔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도수빈도 적극적으로 랠리를 이어갔다. 아쉬운 것은 레프트로 나선 김미연의 공격 성공률이었다. 김미연이 끝내 살아나지 못하면서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졌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27:26의 상황에서 김연경은 황민경의 오픈 공격을 막아낸 후 곧장 날아올랐고, 김다솔은 자리를 잡지 못한 브루나 대신 김연경의 백어택을 선택했다. 예상 가능했던 김연경의 공격은 정지윤의 단독 블로킹에 막혀 분위기와 득점 그리고 승점까지 모두 내줬다.

이날 김연경은 45.9%라는 높은 공격 성공률로 20득점을 해냈다. 공격수로서 지공(11득점)이든 속공(6득점)이든 가리지 않았고, 수비에서도 블로킹(3득점)을 비롯해 리베로보다 많은 디그(19회 중 17회 성공)를 기록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끈끈한 수비력을 지닌 현대건설은 지난 일주일간 1, 2위 팀을 상대로 '리그 우승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한 명의 월드클래스 선수와 일시적인 상승세로 인한 조직력으로 매 경기 5세트를 이겨나가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정규 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우승 기회는 남아 있다. 남은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할 때다.

김연경은 끝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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