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트레블 이끈 MVP 이소영 ''포기하지 않으면 우승할 것으로 믿었다''
입력 : 2021.03.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계양] 김동윤 기자=시즌 시작 전 GS 칼텍스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주장 이소영(27)은 우승에 대한 꿈을 한시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GS 칼텍스는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 25-22, 19-25, 17-25, 15-7)로 이겼다. GS 칼텍스는 KOVO컵, 정규 리그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마저 우승하면서 V리그 여자부에서 어느 팀도 이루지 못했던 트레블을 달성했다. 남녀 통틀어서는 2009-2010시즌 삼성화재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소영이 있었다. 3경기 도합 42득점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맹활약하며 메레타 러츠와 함께 2020-2021시즌 챔피언 결정전 공동 MVP(러츠, 이소영 11표)를 받았다. 시상식 후 이소영은 관중석을 찾은 어머니에게 트로피를 안기고, 포옹하는 모습이 잡혀 더욱 훈훈함을 남겼다.

러츠와 함께 인터뷰실로 들어선 이소영은 "첫 트레블을 달성해서 영광스럽다. 팀원들이랑 믿음으로 쌓은 승점이라 생각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맏언니는 아니지만 주장을 맡아 GS 칼텍스를 하나로 만든 이소영이었다. 데뷔 2년 차에 언니들을 따라 챔피언 결정전 첫 우승을 달성했던 이소영은 이제 팀의 리더로서 두 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뿐 아니라 트레블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선수들에 앞서 만난 차상현 GS 칼텍스 감독은 "선수단이 하나로 뭉친 데는 내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인 것도 있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준 것이 컸다. 그 중심에는 팀의 맏언니 (한)수지와 (김)유리, 나이는 어리지만 주장을 맡은 (이)소영이가 있었다"면서 '소영 선배 리더십'을 공인해줬다.

이소영은 "첫 우승 때는 언니들이 얘기하는 것을 따르기 바빴는데 이번 우승 때는 제가 반대로 '이렇게 해야돼, 저렇게 해야돼'라고 계속 얘기하게 됐다"고 차이점을 얘기하면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잊은 적은 없었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면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얘기했다.

주장으로 여자부 사상 첫 트레블을 이끈 이소영은 러츠와 함께 MVP를 수상했다

사실 이번 3차전 내내 이소영의 경기력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꾸준했던 지난 1, 2차전과는 달리 3차전에서는 1~4세트 동안 6득점에 그쳤다. 이소영은 "긴장하진 않았는데 리듬이 좋지 않았다. 처리할 수 있는 공도 미리 떴다가 내려오는 등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안)혜진이랑 말을 맞추고 공격 템포를 맞췄어야 했는데 제가 처리를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5세트부터 이소영은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15점 승부에서 높은 공격 성공률(62.5%)을 보이며 6득점을 몰아쳤고, 팽팽했던 1~4세트와 달리 5세트는 일방적이었다. 이소영은 "5세트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더이상 갈 곳이 없다. 끝까지 해보자'라고 말하고, 믿고 뛰었더니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 시즌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팀의 주포 러츠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소영은 "난 러츠를 MVP로 뽑고 싶다. 러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속마음을 전하며 옆에 있던 러츠를 미소짓게 했다.

이소영은 KOVO컵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번 시즌 내내 맞붙었던 흥국생명과 김연경에 대해서도 존중의 뜻을 밝혔다. 이소영은 "프로 입단 때부터 (김)연경 언니와 함께 같은 코트에서 뛰는 것을 상상했었다. 올 시즌에 그 꿈을 이루게 돼서 영광스럽다. (김) 연경 언니는 내 롤 모델이었기 때문에 함께 경기를 하면서 공격 스타일도 많이 봤다. (김)연경 언니의 공격 자세를 읽고 그 공을 막아낼 때면 기분이 좋았다. 올 시즌 많은 것을 배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프로 데뷔 후 이소영은 잦은 부상으로 늘 제 기량을 100%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 때문에 저평가받는 부분도 있었지만, FA를 앞두고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FA 시즌에 대해 차상현 감독은 "FA 소리만 나오면 정신이 희미해진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선수들이 돈이나 다른 부분을 원한다면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솔직히는 5시즌 동안 함께 고생해 지금의 팀을 만들었는데 조금은 선수들이 팀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크다. 선수도 구단도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부상 없이 트레블을 달성한 올 시즌을 "잊지 못할 시즌"이라고 정의한 이소영은 차상현 감독에 대해 "한결같은 분이다. 5시즌 동안 차근차근 순위를 올리면서 끝까지 팀워크를 강조하셨다. 감독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나를 끝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하지만, 조금 더 칭찬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칭찬을 너무 못 받는다"고 약간의 섭섭함을 드러내면서도 차상현 감독의 솔직한 심정을 전해듣고는 "전화기를 꺼놓겠다"고 답해 인터뷰실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이소영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빛을 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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