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정규리그 2위 (76승 59패 9무, 승률 0.563 / 플레이오프 2패 탈락 / 최종성적 3위)
[스포탈코리아]
프롤로그
지난 6년 중 5년은 삼성에게 있어 실패로 점철된 역사였다. 야심 차게 개장한 신구장은 가을만 되면 사용되지 못했다. 이따금 반짝였던 순간을 제외하면 매년 순위표의 결과는 비슷한 위치에서 마무리됐다.
새로 유입되는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왕조 시절만 해도 영원히 모를 것만 같았던 암흑기는 서서히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내부로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강산이 절반쯤 변해가고 있을 무렵 삼성은 다시 한번 힘을 냈다. 신호탄은 외부 FA 오재일의 영입(4년 50억)이었다. 큰 금액이지만 팀에 꼭 필요했던 보강이었고 팬들이 시즌 종료 직후부터 원했던 선수라 더 가치 있었다. 팬들의 여론과 팀의 전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린 좋은 무브였다.
올해는 다를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은 적중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피렐라의 전력 질주는 팀을 상위권으로 도약시켰다. 강력한 선발투수진은 적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줬다.
비록 단 하루였지만 시즌 22번째 경기를 치른 4월 28일 이후 2,031일 만에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시즌 내내 LG/KT와 최상위권 경쟁을 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1위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록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지만,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기에 매우 고무적인 시즌이었다.
무엇이 달랐나
2021년의 삼성이 그 이전의 5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는 힘이었다. LG/KT와 1위 경쟁을 하던 와중, 가을야구 진출을 두고 사력을 다하는 키움과의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불씨를 살렸다.
이후 NC와의 마지막 2연전 중 첫 경기에 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했지만,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난조 속에서도 정규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33년 만에 펼쳐진 KT와의 타이브레이커(이하 T.B) 경기를 확정 지었다.
물론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다. 그러나 팀이 한 번 탄력을 받았을 때 쭉 치고 나갔던 경험은 왕조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올해는 더 노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끔 해줄 수 있다.
최고의 선수
구자욱
데뷔 시즌부터 워낙 엄청났기에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을까. 드디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왕조 시절의 마지막 유산. 구자욱을 시즌 MVP로 선정하는데 이견을 가진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1군 진입 후 2년간 훌륭한 정확성(290안타, 0.346)을 보여줬지만 신구장 개장과 함께 장타를 노리는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문제는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홈런 갯수로 인해 잘못된 방향을 잡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이 꼭 필요할 때 구자욱은 제 몫을 해줬다. 시즌 후반부 1위자리가 갈려있던 KT전 쿠에바스에게 뽑아낸 홈런이 그랬고, NC전에서의 3루타 후 포효하는 모습이 그랬다. 이제는 확실한 코어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이제는 대체불가급으로 거듭난 선수에 대한 예우를 구단도 확실히 했다. KBO 역사상 非FA 선수 최대규모(5년 120억)의 계약을 안겨주며 전성기의 끝자락까지 함께하자는 의지를 확실히 내비쳤다.구자욱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팬들을 위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가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
원태인
이 부분에서 백정현과 원태인을 고민했다. 백정현의 평균자책점이 물론 훌륭했지만 경기내용에 더 큰 발전이 있었던 건 원태인이었다.
올 시즌은 원태인 개인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지난 2년간 기대도 많이 받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150km/h에 가까웠던 구속은 프로 입단 후 상당히 감소했다.전반기와 후반기에 다른 사람이 되는 체력 문제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게 맞이한 3년 차 시즌, 원태인은 정현욱 코치의 지도 아래 확실한 구속 증가를 이뤄냈다. 여기에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체인지업(구종가치 14.7, 리그 전체 3위)과 슬라이더까지 구종을 전반적으로 가다듬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원태인의 포심 평균 구속과 헛스윙률 변화
19시즌 139.9km/h 헛스윙률 18.2%
20시즌 142.6km/h(+2.7km/h) 헛스윙률 18.8%
21시즌 144.4km/h(+4.5km/h) 헛스윙률 23.6%
원태인은 리그 투수 중 다섯 번째로 높은(sWAR 4.76) 승리기여도를 기록하며 2021 시즌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한 명의 선발투수를 넘어 에이스 역할을 바라는 소속팀의 기대에 충분히 잘 부응한 시즌이 아니었을까.
기대되는 미래
이승현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식상한 야구계 격언이 있다. 이승현의 데뷔전이 딱 그랬다. 1이닝 13구에 불과한 짧은 등판이었지만 7개의 포심이 모두 150km/h를 훌쩍 넘기는모습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41경기를 불펜 등판했고 시간이 거듭될수록 제구 난조, 체력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보완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1년 차 신인이 시즌 내내 불펜의 한 축으로 뛰었다는 거 자체로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와 롯데 김진욱에 가려졌을 뿐, 재능의 총량만큼은 앞선 둘에 뒤지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점이야말로 유망주의 특권이 아닐까
아쉬운 선수
이학주
중견수-유격수(2루수)-포수로 이어지는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야수들을 한데 묶어서 센터라인이라고 부른다. 삼성은 시즌 내내 이어진 주전 유격수의 부재로 인해 단 한 번도 센터라인을 완성한 채 맘 편히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의 소재는 당연히 이 선수에게 있다.
시즌 내내 ‘주전 유격수 부재’라는 문제로 인해 이성곤까지 트레이드됐고, 결국 T.B(오선진 송구 실책, 결승점)에서 사고가 나버렸다. 결과적으로 급하게 진행한 긴급수혈은 실패로 끝이 났다. 본인도 입단 후 꾸준히 안 좋은 소문들에 휘말리며 팀 내/외부적으로도 골머리를 앓게
[스포탈코리아]
프롤로그
지난 6년 중 5년은 삼성에게 있어 실패로 점철된 역사였다. 야심 차게 개장한 신구장은 가을만 되면 사용되지 못했다. 이따금 반짝였던 순간을 제외하면 매년 순위표의 결과는 비슷한 위치에서 마무리됐다.
새로 유입되는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왕조 시절만 해도 영원히 모를 것만 같았던 암흑기는 서서히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내부로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강산이 절반쯤 변해가고 있을 무렵 삼성은 다시 한번 힘을 냈다. 신호탄은 외부 FA 오재일의 영입(4년 50억)이었다. 큰 금액이지만 팀에 꼭 필요했던 보강이었고 팬들이 시즌 종료 직후부터 원했던 선수라 더 가치 있었다. 팬들의 여론과 팀의 전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린 좋은 무브였다.
올해는 다를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은 적중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피렐라의 전력 질주는 팀을 상위권으로 도약시켰다. 강력한 선발투수진은 적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줬다.
비록 단 하루였지만 시즌 22번째 경기를 치른 4월 28일 이후 2,031일 만에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시즌 내내 LG/KT와 최상위권 경쟁을 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1위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록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지만,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기에 매우 고무적인 시즌이었다.
무엇이 달랐나
2021년의 삼성이 그 이전의 5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는 힘이었다. LG/KT와 1위 경쟁을 하던 와중, 가을야구 진출을 두고 사력을 다하는 키움과의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불씨를 살렸다.
이후 NC와의 마지막 2연전 중 첫 경기에 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했지만,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난조 속에서도 정규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33년 만에 펼쳐진 KT와의 타이브레이커(이하 T.B) 경기를 확정 지었다.
물론 마지막 결과는 아쉬웠다. 그러나 팀이 한 번 탄력을 받았을 때 쭉 치고 나갔던 경험은 왕조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올해는 더 노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끔 해줄 수 있다.
최고의 선수
구자욱
데뷔 시즌부터 워낙 엄청났기에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을까. 드디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왕조 시절의 마지막 유산. 구자욱을 시즌 MVP로 선정하는데 이견을 가진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1군 진입 후 2년간 훌륭한 정확성(290안타, 0.346)을 보여줬지만 신구장 개장과 함께 장타를 노리는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문제는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홈런 갯수로 인해 잘못된 방향을 잡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이 꼭 필요할 때 구자욱은 제 몫을 해줬다. 시즌 후반부 1위자리가 갈려있던 KT전 쿠에바스에게 뽑아낸 홈런이 그랬고, NC전에서의 3루타 후 포효하는 모습이 그랬다. 이제는 확실한 코어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이제는 대체불가급으로 거듭난 선수에 대한 예우를 구단도 확실히 했다. KBO 역사상 非FA 선수 최대규모(5년 120억)의 계약을 안겨주며 전성기의 끝자락까지 함께하자는 의지를 확실히 내비쳤다.구자욱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팬들을 위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가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
원태인
이 부분에서 백정현과 원태인을 고민했다. 백정현의 평균자책점이 물론 훌륭했지만 경기내용에 더 큰 발전이 있었던 건 원태인이었다.
올 시즌은 원태인 개인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지난 2년간 기대도 많이 받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150km/h에 가까웠던 구속은 프로 입단 후 상당히 감소했다.전반기와 후반기에 다른 사람이 되는 체력 문제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게 맞이한 3년 차 시즌, 원태인은 정현욱 코치의 지도 아래 확실한 구속 증가를 이뤄냈다. 여기에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체인지업(구종가치 14.7, 리그 전체 3위)과 슬라이더까지 구종을 전반적으로 가다듬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원태인의 포심 평균 구속과 헛스윙률 변화
19시즌 139.9km/h 헛스윙률 18.2%
20시즌 142.6km/h(+2.7km/h) 헛스윙률 18.8%
21시즌 144.4km/h(+4.5km/h) 헛스윙률 23.6%
원태인은 리그 투수 중 다섯 번째로 높은(sWAR 4.76) 승리기여도를 기록하며 2021 시즌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한 명의 선발투수를 넘어 에이스 역할을 바라는 소속팀의 기대에 충분히 잘 부응한 시즌이 아니었을까.
기대되는 미래
이승현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식상한 야구계 격언이 있다. 이승현의 데뷔전이 딱 그랬다. 1이닝 13구에 불과한 짧은 등판이었지만 7개의 포심이 모두 150km/h를 훌쩍 넘기는모습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41경기를 불펜 등판했고 시간이 거듭될수록 제구 난조, 체력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보완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1년 차 신인이 시즌 내내 불펜의 한 축으로 뛰었다는 거 자체로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와 롯데 김진욱에 가려졌을 뿐, 재능의 총량만큼은 앞선 둘에 뒤지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점이야말로 유망주의 특권이 아닐까
아쉬운 선수
이학주
중견수-유격수(2루수)-포수로 이어지는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야수들을 한데 묶어서 센터라인이라고 부른다. 삼성은 시즌 내내 이어진 주전 유격수의 부재로 인해 단 한 번도 센터라인을 완성한 채 맘 편히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의 소재는 당연히 이 선수에게 있다.
시즌 내내 ‘주전 유격수 부재’라는 문제로 인해 이성곤까지 트레이드됐고, 결국 T.B(오선진 송구 실책, 결승점)에서 사고가 나버렸다. 결과적으로 급하게 진행한 긴급수혈은 실패로 끝이 났다. 본인도 입단 후 꾸준히 안 좋은 소문들에 휘말리며 팀 내/외부적으로도 골머리를 앓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