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경북 영덕] 이현민 기자= “저는 교육자로서 우리 아이들(선수들)이 올바른 길로 갈수 있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축구부는 ‘전문가’ 최호관 감독을 중심으로 인성과 실력을 겸비해 전국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영덕고는 지난 2일 고성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61회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결승에서 울산 학성고등학교를 3-2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 초까지 전국 대회에서 준우승만 네 차례 차지했던 영덕고가 마침내 무관 한을 풀었다.
영덕고 8년차 최호관 감독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축구가 고교 무대를 주릅잡고 있다. 영덕고는 2020년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고교 최강자에 등극했다.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영덕군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학교 중앙 현관에 들어서면 우승 트로피가 전시돼 있다.
이런 영덕고의 지휘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인 손동주 교장을 직접 만났다.
그는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습니다. 우리 최호관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이병윤 수석코치, 김진석 코치)과 선수들이 큰일을 해냈습니다”고 미소를 보이며 운을 뗐다.
이어 “영덕에서는 축구가 ‘군기’에요. 우승 직후 군내에 현수막이 수백 개는 걸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군민들이 축구에 관심이 많아요. 결승전에 영덕군수님도 오시고, 각계각층에서 직접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영덕고는 청룡기 결승에서 대 역전극을 펼치며 전통의 강호인 학성고를 제압했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컵을 들겠다”던 최호관 감독과 선수들이 바람이 이뤄졌다.
손동주 교장은 “42년 만이죠. 아무래도 영덕이 농어촌 지역이다 보니 인구도 적고, 게다가 학생 수는 170명밖에 안 됩니다. 우승한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죠. 최호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전문성,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잘 조화를 이뤄 드디어 결실을 보았습니다”라고 흐뭇해했다.
사실, 영덕고는 축구계에서 비주류였다. 그동안 비포장도로를 걸었다. 일반 학교도 학생 수급이 힘든데, 축구부를 모집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렇지만 축구에 목마르고 간절한 학생들이 최호관 감독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손동주 교장은 “팀 여건상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최고 레벨의 선수를 데려올 수 없죠. 사실 이곳(영덕)에 안 오려고 하죠. 장래성이 있고 하고자 하는 선수들 선발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 생각합니다. 최호관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고 나서 곧바로 성적이 난 건 아니에요. 인내와 인고의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죠”라고 그간의 과정을 언급했다.
이제 영덕고는 고교를 넘어 대학, 프로에서 지켜보는 팀으로 성장했다.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K리그, 일본 J리그, 대학 등으로 건너간다.
손동주 교장은 “12명의 졸업 예정자(현 고3)가 있는데, 성적이 나고 기량도 우수하다 보니 K리그, J리그, 대학 진학이 정해졌어요. 사실 프로에 간다는 자체가 엄청난 것이죠. 부모님들이 우리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시고, 여러모로 참 의미 있는 해인 것 같아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영덕고 축구부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을 때부터 차근차근 탑을 쌓았다.
“한국에서 우리 영덕고처럼 경기장(국제규격)이 이렇게 잘 되어 있는 학교는 드물 겁니다. 국제 경기를 할 수 있어요. 지금 쓰는 운동장이 예전에 영덕농고 자리의 논밭이었는데 그곳에 만들었어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죠. 이 과정에서 교육청, 영덕군의 예산 지원과 협조도 컸어요. 이렇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한 번 견학을 오면 여기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최호관 감독의 명성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올해 신입생 경쟁률이 5대1이었죠.”
영덕고는 조직 내에서 흔히 말하는 상명하달, 꼰대 문화가 없다. 각자 위치에서 전문성을 다하면서, 서로 소통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한다. 보통 운동부가 있는 학교에서는 간섭하고 지적하기 바쁘다.
“최호관 감독과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당장 드리블이나 개인 기량이 우수한 선수도 좋지만, 이 선수가 고2, 고3이 됐을 때 그런 가능성에 중점을 둬요. 물론 명성이 자자한 K리그 산하 유소년 팀이나 클럽보다 선수 수급이 어려운 건 사실이죠. 그래도 그동안 쌓인 영덕고 축구부만의 방향성과 성적이 나오다 보니 향후 3~4년 뒤에는 더 강한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벌써 다른 팀의 견제도 많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제가 한 건 영덕고의 수장으로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더 많은 지원을 받고, 후원처를 발굴하고 그라운드 밖에서 뛰는 것이에요. 또 한 가지 힘은 ‘태도 좋은 선수가 성장한다’는 운동장에 걸린 현수막처럼 인성을 강조해요. 선수들이 저 문구를 보고 매일 느끼면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답니다.”
영덕은 사시사철 스토브리그를 개최한다. 영덕고는 어딜 가지 않아도 강한 상대들과 스파링을 할 수 있다. 강해질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웬만한 대학팀들과 붙어도 안 밀리고 해볼만 하다고 할까요(웃음).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다. 배울 점도 많죠.”
이제 영덕고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꾼다.
“반짝이 아닌, 앞으로 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확실한 축구 인프라가 구축되면 축구 명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덕, 경북을 넘어 축구부 하면 영덕고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교육청에서 자금을 지원해주셨어요. 스탠드 위에 전략분석실이 들어서고, 체력단련실도 새로 짓습니다. 아래에 있는 숙소도 위쪽으로 옮깁니다.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생활할 수 있어요. 한국 축구의 미래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사진=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