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17경기 11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삼성 라이온즈 '중장거리 타자' 구자욱(31)이 리그 정상급 거포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눈앞에 뒀다.
구자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3번-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중심타자 구자욱과 박병호(1홈런 3타점)의 홈런 세 방을 앞세워 키움을 9-8로 꺾고 정규리그 2위를 확정했다.
21일까지 16경기 9홈런을 폭발했던 구자욱은 22일 키움전도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다. 삼성이 3-0 앞선 3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리엘 후라도를 만난 구자욱은 초구 145km/h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휘둘러 중견수 뒤 담장을 넘기는 125m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32호.
구자욱은 연타석 홈런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삼성이 4-1 앞선 6회 무사 1루에서 이번에도 초구 커터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뒤 115m 투런포로 연결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시즌 33호.
키움전 2홈런을 폭발한 구자욱은 올 시즌 성적을 127경기 타율 0.344(491타수 169안타) 33홈런 115타점 92득점 13도루 OPS 1.045로 끌어올렸다. 장타율(0.629) 2위, 타율·타점 3위, 홈런 공동 4위, 출루율 5위, 득점 7위, 안타 공동 7위를 기록해 KBO리그 주관 타격 7개 부문에서 TOP7에 이름을 올렸다.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특히 홈런 부문에서 상승세가 독보적이다. 지난달 1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22호 홈런으로 개인 커리어하이와 동률을 이뤘던 구자욱은 8월 말 키움전에서 두 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더니, 9월 들어 14경기 9홈런으로 대폭발했다. 최근 17경기 11홈런. 이 기간 OPS가 아닌 장타율이 1.076일 정도로 리그 내 적수가 없다.
한 시즌 33홈런을 기록하면서 구자욱은 삼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두 명의 타자를 동시에 소환했다. 양준혁과 최형우다. 통산 18시즌 351홈런을 기록한 양준혁과 19시즌 395홈런을 기록 중인 최형우는 각각 KBO리그 홈런 6위와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설적인 타자들이다.
그런데 이 두 선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모두 33홈런(양준혁 2003년, 최형우 2015년)이다. 그동안 중장거리 타자 이미지가 강했던 구자욱은 9월의 괴물 같은 활약으로 어느새 두 선수의 커리어하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구자욱은 남은 경기에서 홈런 하나를 더 치면 삼성 좌타 거포 역사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단일 시즌 34홈런 이상은 삼성 선수 중 이승엽, 야마이코 나바로, 찰스 스미스, 마해영 외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이중 좌타자는 이승엽뿐이다. 구자욱은 양준혁, 최형우, 김기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좌타자들을 모두 제치고 역대 2위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캡틴 구자욱의 맹활약으로 2위 삼성은 4경기를 남겨두고 조기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확보하면서 활짝 웃었다. 3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에 복귀한 삼성은 이제 그 이상의 목표를 향해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