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김유민 기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MVP' 김도영(22)의 '40홈런-40도루' 대기록 달성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정규시즌 막판 9월 19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9월 30일 NC 다이노스전까지 7경기에 김도영을 1번 타자로 출전시켰다. 40-40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앞둔 김도영에게 한 타석이라도 더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당시 김도영은 9월 16일 KT 위즈전에서도 5타수 3안타 2홈런을 때려내는 등 쾌조의 타격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배려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던 걸까. 이 기간 동안 총 32번의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9월 2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홈런 하나를 때려내는 데 그쳤고 이후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막판 김도영을 1번 타자로 기용한 것에 대해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3번에 놔뒀어야 한다. 도영이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가게 1번에 들어가는 게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한 타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치던 자리에서 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어 "확실히 1번에 갖다 놓으니까 (김)도영이는 치고 싶은데 투수들은 승부를 안 한다. 계속 타이밍이 안 맞았다. 한 다섯 경기 정도 놔뒀을 때 '내 미스다. 그냥 3번에 놔뒀으면 40-40을 했을 텐데' (생각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냥 3번에 놔둬야 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감독의 말을 들은 이대호도 "저도 4번 치다가 3번, 5번을 쳐봤다. 뭔가 바뀐 게 많이 크다. 도영이도 그런 게 왔던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영이 1번 타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김도영은 지난해 1번 타자로 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429(63타수 27안타) 5홈런 14타점 OPS 1.218을 기록할 만큼 타순에 상관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 감독은 대기록 달성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시즌 막판 1번 타자로 출전할 때도 홈런만 안 나왔을 뿐이지 타율 0.407(27타수 11안타)로 김도영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비록 40-40 달성엔 실패했지만, 김도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데뷔 3년 차를 맞은 그는 정규시즌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 1.067을 기록했다. 득점과 장타율(0.647)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지난 시즌 KBO 시상 기록에서 투타 통틀어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했다. 리그 MVP와 3루수 골든글러브는 물론이고 각종 시상식의 트로피를 모두 휩쓸었다.
이 모든 게 잠재력을 터트린 첫 시즌 김도영의 활약이다. 앞으로 김도영에게 40-40도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사진=OSEN,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