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아랍에미리드(두바이)] 이현민 기자= 울산 HD 주장 김영권이 왕권 사수를 다짐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울산 유니폼을 입은 김영권이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2025시즌 주장 완장을 차고 부주장인 조현우, 고승범과 후배들을 이끌 예정이다.
울산은 지난 6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한 김영권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한국의 늦여름에서 초가을을 넘어가는 날씨다. 비도 오지 않아 훈련 환경으로는 최상의 도시인 것 같다. 왜 유럽 팀이 많이 오는지 알 것 같다. 훈련장도 숙소에서 멀지 않아 훈련에 집중하기 좋다. 한국은 많이 춥다고 하는데, 잘 피해서 온 느낌이다. 다음 주 한국에 들어가는데 추위가 살짝 걱정되긴 해도 한국이 좋다”고 전지훈련 소감을 전했다.
김영권은 과거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적은 있지만, 울산에서는 처음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지난 시즌 아쉬움을 털어내라고 기회이자 무게감을 주신 것 같다. 울산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적으로. 그래서 주장 역할을 더욱 잘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울산은 늘 그랬듯 지난 시즌 K리그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이하 ACLE), 코리아컵을 병행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고비를 넘기고 K리그1에서 창단 최초 3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영권은 “팀의 목표인 K리그1 우승을 잘 사수했지만, 마지막 코리아컵 준우승과 시즌 초반에 내가 팀에 도움이 안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구체적으로 묻자, 김영권은 “너무 빠져들지 않으려(부진 당시)고 한다. ‘한 순간이겠거니’하고 생각한다. 물론 좋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우리팀이 총 55경기를 치렀다. 만약 한 순간이 나빴다고 침체됐다면 금방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베테랑으로서 가져야할 덕목이라 생각한다”고 숨가빴던 2024시즌을 회상했다.
지난 시즌 울산은 김영권을 포함해 수비 노쇠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파트너였던 김기희와 임종은이 떠났다. 황석호만 남았다. 유스 출신 강민우가 있고, 젊은 자원인 서명관과 이재익이 합류했다.
우선 김영권은 노쇠화 지적에 “외부에서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지난 시즌 K리그1 지표를 보면 최소 실점 1위, 최다골도 1위다. 다들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말해주실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노쇠화)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다. 그런 장면도 종종 나왔다. 우리팀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나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게 잘 준비하는 것이 두바이에서 목표”라고 더 나은 내일을 그렸다.
이어 수비수 후배들의 합류에 관해 김영권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적, 의욕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수비 포지션은 경험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후배들이 잘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주장으로서 또 포지션 선배로서 잘 이끌어줘야 한다는 생각과 부담도 있다”며 합을 잘 맞추겠다고 밝혔다.
풀백도 변화가 있다. 지난 시즌 도중 설영우가 떠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명재도 떠났다. 강상우와 윤종규가 새롭게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김영권은 “모두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다. (웃음) 특히 종규는 카타르 월드컵도 같이 다녀왔다. 3년 동안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아닌 클럽에서 처음 만나는 선수들과 호흡하는데 있어 걱정보다 설렘이 크다. 이 자리를 통해 잘 부탁한다고 다시 말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다른 포지션에 걸쳐서도 전방위적으로 보강을 단행했다. 주장인 김영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맞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처음인지라. 매일 밤 잠들 때마다 생각이 많다. 그동안 울산이 해온 길과 방식을 설명하고 따라오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울산이 처음 맞이하는 해(선수단 재편)다. 기존 울산에 몸담고 있던 선수들도 당황스러울 것 같지만, 매순간 집중하고 주장단과 선임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생각을, 또 후배들이 열심히 그것을 밀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영권의 말대로 울산은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제대로 된 첫 시즌을 맞이한다. K리그1 4연속 우승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ACLE 엘리트, 그리고 FIFA 클럽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김판곤 감독을 보좌할 포르투갈 국적의 폰세카 코치가 합류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조광수 코치를 제외하고 코치진 개편도 이뤄졌다. 지난 시즌까지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던 박주영이 정식 코치로 합류했다. 공격적인 수비가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이번 동계 훈련에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묻자, 김영권은 “다음달 16일 경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모두 아시다시피 개인적으로 수비만 하길 원하지 않는다. 팀의 모든 부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김판곤 감독님의 ‘공격적인 수비’는 나를 더욱 달궈주는 것 같다. 그리는 바가 확실하고 디테일하다. 매번 배우는 느낌이라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K리그1에서는 많은 팀의 견제가 예상된다. 김영권은 “그동안 많은 견제를 받았다. 광저우 소속 때 5연패를 했는데 당시 그야말로 장내외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견제가 잇따랐다. 한국에서는 입단 년도인 2022년부터 그랬다. 즐겨야 한다. 반면, 클럽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상대 팀들에 죽일 듯이 덤벼들 것이다. 언더독 포지션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팀인 만큼 악으로 깡으로 부딪히고 싶다”고 클럽 월드컵에서 내로라하는 팀들에 도전을 선포했다.
박주영 코치는 이청용과 함께 뒤에서 후배들을 묵묵히 지원하고 있다. 김영권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23일 수원FC와 리그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은퇴 경기에서 K리그 통산 287경기 77골 24도움, 공격 포인트 100개를 채우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영권은 “깜짝 놀랐다. 박주영 코치의 마의 ‘99 공격 포인트’, 이른바 아홉수는 익히 알고 있었다. 본론으로 돌아가 에사카 아타루에게 선사한 도움, (이)청용이 형에게 받아 성공시킨 득점은 그냥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돌이켜보면 뭔가 소년 만화 한 가운데에 조연(김영권, 주연 박주영)이 된 느낌이었다. 뜬금없지만, 주영 코치님과 입단 동기다. 나도 저렇게 입단 동기처럼 멋진 은퇴를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웃었다.
이청용 역시 울산과 동행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든든한 힘이 된다. 김영권은 “상세히 말하기는 부끄럽다. 청용이 형은 언제가 뒤에서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간섭하지 않는다. 딱 필요한 부분이 보이면 본인의 역할을 하고 다시 뒤에서 지지해준다. 주장 다음의 단계를 떠오르게 해주는 선배”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번 시즌 목표에 관해 김영권은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 현수막에 써진 문구 그대로다. ‘더 높은 무대, 더 많은 승리’다. 힘든 난이도의 높은 무대에서 뛸 이번 시즌에는 42년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가져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팬들께서 항상 ‘일단 열심히 죽을 듯이 뛰어라 응원해주겠다’고 하신다. 이 모습을 반드시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릴 것이다. 그리고 승리까지 챙겨서 언제나 그랬듯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싶다. 다만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단에게 힘을 계속 불어 넣어주신다면 우리는 그에 몇 곱절을 다해서라도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겠다. 그동안 응원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앞으로 주실 사랑과 격려에도 미리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반드시 기대에 부응할 뜻을 내비쳤다.
사진=울산 HD,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