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고베전 기적 광주 이정효 감독, “나는 아버지의 유일한 낙이었다... 덕분에 프로까지 왔다”
입력 : 2025.03.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김천] 이현민 기자= 광주FC가 아시아 무대 8강 진출을 달성했다. 좀처럼 가족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정효 감독이 아버지를 언급했다.

광주는 16일 오후 4시 30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상무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5라운드를 치른다.

현재 광주는 리그에서 3경기 무패(1승 2무)를 기록 중이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 승리가 필요하다.

이번 주 내내 국내 축구계를 뜨겁게 달군 광주다. 이유가 있다. 지난 12일 빗셀 고베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연장 후반 13분 아사니의 그림 같은 왼발 슈팅 득점으로 3-0 완승을 거뒀다. 1, 2차전 합계 3-2로 기적 같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시도민구단 최초 아시아 무대 8강 금자탑을 세웠다. 사우디로 향한다.

경기 전 마주한 이정효 감독은 고베를 이기고 즐겼느냐는 물음에 “집에 가서 바로 경기 리뷰를 보고 김천전 준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많이 받았다. 그날은 전화도 그렇고 아예 안 봤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에서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 광주 축구가 팬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 것 같아서 좋았다”면서도, “지나고 나니까 또 현실이더라. 김천전을 준비해야 하는구나, 쉴 시간이 있었으면 즐겼을 텐데. 바로 주말 경기가 있다. 민상기와 이민기가 부상 때문에 못 나온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주위에서는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철저히 준비해 대업을 이뤘다. 고베와 경기 전날 아버지와 가족이 좀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다시 못 볼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이 계시는 곳(군산)과 왕복 300km 정도 거리가 된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다리)하시다. 그래서 꺼리시는 것 같다. 내가 ‘아들 못 믿냐, 지든 이기든 정말 명승부가 될 것이다. 안 보면 후회 하실 텐데’라고 말씀 드렸다. 그럼에도 ‘내일 뭐 봐서 버스타고 가겠다’고 하시더라. 전날 밤에 와이프가 차를 가지고 출발해서 아버지를 모셔왔다. 주무시고 다음 날 경기 보셨다. 이후 아버지는 일정 때문에 다시 돌아가셨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원래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셨다. 장애인 3급이시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부터 약간 의무감으로 축구를 했다. 나는 아버지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할까. 저 보는 낙에 사셨다. 그래서 축구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 덕에 프로까지 왔다”면서, “경기 전에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하시더라. 1943년생이시다. 아버지가 수명이 10년 연장된 것 같다고 좋아하셨다”며 웃으며 부성애를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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