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홍콩이 아니라 리오넬 메시(37, 인터 마이애미)와 아르헨티나랑 축구한 줄 알겠네."
중국 축구가 새해 첫날부터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홍콩에 무릎 꿇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9위 중국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FIFA 랭킹 150위 홍콩과 비공개 친선경기를 치러 1-2로 패했다.
중국 '소후'에 따르면 중국은 전반 9분 탄룽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6분 킷치 SC 소속 푼푸이힌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그리고 후반 11분엔 미드필더 왕상위안이 심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가 레드카드를 받으며 위기에 빠졌다.
수적 열세에 처한 중국은 그대로 무너졌다. 후반 15분 푼푸이힌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후반 19분 대표팀 코치, 후반 27분 수비수 우샤오총까지 퇴장당하며 자멸했다. 결국 중국은 그대로 무릎 꿇고 말았다.
어느덧 A매치 3연패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한국에 0-3으로 대패했고, 12월 29일엔 오만을 만나 0-2로 패했다. 여기에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홍콩에도 덜미를 잡히며 오는 12일 막을 올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최악의 분위기를 맞게 됐다.
축구에서도 매너에서도 모두 진 경기. 무엇보다 상대가 특별행정구로 두고 있는 홍콩이라 더욱 뼈아팠다. 중국이 축구로 홍콩에 패한 건 무려 39년 만의 일이다.
소후는 "치욕이다. 대표팀이 홍콩을 상대로 기록한 마지막 패배는 1985년 5월 19일 월드컵 예선전 패배였다. 당시 중국은 처음으로 월드컵 2차 예선 진출에 실패하며 5·19 사태를 낳았다. 이후로는 홍콩 상대 10승 6무를 기록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중국은 지난 1995년 다이너스티컵에서도 홍콩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적 있다. 하지만 승부차기는 공식 기록상 무승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연패에 중국 축구계도 충격에 빠졌다. 소후는 "대망신이다. 홍콩은 중국이 소림 축구를 펼쳤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표팀은 새해 첫날부터 홍콩에 졌다. 이렇게 약한 팀에 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체는 "중국은 경기 내내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람들은 대표팀이 아직도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과연 다음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서는 기회가 있을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팀의 무능력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후는 "이번 경기는 '관전 불가'라는 네 글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후반 20분부터 후반 39분까지 중앙선을 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보면 마치 리오넬 메시와 아르헨티나를 상대한 줄 알겠다. 홍콩은 그저 아시아 3류팀이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대표팀은 자존심도 전혀 없는가? 친선전에서 두 명이나 퇴장당하는 이유가 뭔가? 정말 선수들은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의 훈련 강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서 이런 식으로 항의한 걸까? 아시안컵 8강 진출이 정말 현실적인 목표인가? 타지키스탄, 레바논, 카타르를 이길 수 있을까?"라고 4가지 질문을 던졌다.
끝으로 소후는 "정리하자면 중국 대표팀은 이제 능력 부족, 불분명한 위치 선정, 투지 부족, 인지 능력도 부족하다. 이런 상태로 아시안컵에 나가는 건 재앙일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팬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중국 축구팬들은 "이젠 선수들이 모두 쓰레기라는 감독의 말을 믿는다", "왜 전혀 놀랍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도 자주 질 건데 뭐", "5·19 사태 때는 경기를 보다가 TV를 던져버렸다. 이번엔 생방송을 못 봐서 다행이다"라며 조롱했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상하이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이 오는 13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단체 훈련만 무려 27일이나 하는 셈. 아시안컵 출전국 중 6번째로 훈련 기간이 길다. 중국 현지에서는 지나친 장기 훈련과 체력 훈련이 부진의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중국은 오는 5일 현지 UAE 클럽팀과 최종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아시안컵 본 무대를 앞두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중국은 아시안컵에 개최국 카타르(58위), 레바논(107위), 타지키스탄(106위)과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