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고향의 땅 한국에서 선을 보인다.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가운데, 셀린 송 감독, 배우 유태오, CJ ENM 고경범 사업부장이 참석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캐다나인 셀린 송이 감독 및 각본을 맡은 첫 번째 연출작으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부문 후보로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에 셀린 송은 “정말 감사하다. 아카데미 노미가 됐을 때는 정말 영광이고, 첫 영화 데뷔작으로서 노미가 된 것에 대해 정말 꿈만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셀린 송 감독은 작품을 기획하게 된 비하인드에 “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와 만들게 된 이유는, 제가 어느날 밤, 한국에서 놀러 온 어린 시절 친구와 미국에 살고 있는 남편과 술을 먹게 되었다. 뉴욕의 바에서 술을 마시는데, 두 사람에게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제가 해석을 해주다 보니 제 정체성, 이야기 자체를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느낌이 특별하게 느껴져서 만들게 되었다. 작품 속 뉴욕에 연극을 하는 사람들, 한국에서의 경험 등 디테일 한 점을 저의 경험에 녹여 만들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속 장소를 선정하게 된 비하인드에는 "장소를 찾을 때 매니저에게 부탁했다. 왜냐면 파리 사람들에게 당신의 파리가 무엇이냐, 고 하면 아무도 에펠 타워라고 하지 않는다. 다들 내가 살던 동네, 매일 가던 커피숍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뉴욕도, 서울도, 바라던 점은 ‘정말 뉴욕커의 삶’, ‘정말 서울 사람의 삶’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만약 이거 끝나고 진짜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면 어딜 갈래요?’ 했더니 영화 속에 나오는 소줏집을 데려다주셨다. 보니까, 정말 완벽했다. 그렇게 해서 찍게 됐다. 그런 식으로 현지에 기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있는 군대 장면도, 그 시절 군대를 다녔던 스태프에게 그때 같이 갔던 친구들이 놀리지 않도록 정확히 구현해달라고 부탁했다. 대사 같은 부분도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중심이 되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셀린 송은 "영화에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해성과 나영의 관계가 한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극중 ‘인연’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단어를 아는 사람이 설명해 줌으로써, 관객들이 그 의미를 모두 알게 된다. 어느 나라에서 보여줘도 다들 ‘인연’이라는 단어를 알고 극장에서 나오게 된다. 한국어지만, ‘인연’ 안에 느껴지는 감정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관객이 저에게 와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매일 쓴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배우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혜성 역을 맡아 열연,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태오는 “스스로 과대 평가된 상황인 것 같긴 한데, 배우는 연기를 했을 때 결과주의적으로 생각하며 연기를 하진 않는다. 항상 이 현실과, 작품에서 감독님과 호흡하며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그나마 기대했던 점은, 제가 처음으로 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인연’이라는 요소를 서양 관객들에게도 잘 어필될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이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다. 마지막 씬에서 남는, 인연이 남기는 여운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적어도 결과를 떠나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면 이 감성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느껴져서 이런 좋은 성과를 보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캐릭터 준비를 위해 했던 과정에 대해서는 "물론 다국적인 저의 문화 배경도 있겠지만, 다른 점에 집중하기에 보단, 캐릭터를 맡게 되면 항상 공통점을 찾게 된다"라며 "해성이는 환경을 운명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다. 그 안에서 변화시키지 못해서 맺히는 한. 그 안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과 아픔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15년 동안 무명 배우 시절에 그런 것이 쌓였는데, 그걸 해성 안에서 공통점으로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제가 해성이에게 집어넣을 수 있는 것들이 캐릭터에 녹아들어 가서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머지는 준비 과정에서 감독님께 연출 노트를 받아 가면서 지시를 받으며 호흡을 잘 맞춰갔다"고 덧붙였다.
다만 극중 캐릭터와는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전했다. 유태오는 “해성이랑은 다르게, 제가 조금 더 마음, 감성을 따라가야 하나, 안정성을 따라가야 하나, 두 길의 선택을 해야 된다면 저는 미련없이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도 태오가 이 자리에 들어갔다면, 20대에 한번 중국으로 유학할 돈을 미국에 쏟아부어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먼 상황이지만, 공대 나왔으니까, 실리콘 밸리에 가면서 시간 날땐 뉴욕 왔다 갔다 하면서, 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특히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의미에 대해 “저에게는 인생을 바꿔주는 작품”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우의 인생에서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한 작품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건데, 이렇게 와주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제가 해성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인연이라는 철학을 완벽히 소화했어야 했다. 인연은 불교에서 나온 철학인데, 이것을 믿어야지만 연기가 나오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하고 나면 작품이 끝나도 조금 그것을 남기게 되는데, 일을 공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옛날에는 어떻게 보면 교과서적으로, 기술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앞으로는 ‘인연’이라는 철학을 접목하게 되면 연기에 있어 저 스스로 기술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없다. 이미 살고 있는 하나의 영혼이 떠돌아다니는 거고, 그 영혼을 제가 받아들이는 거다. 커리어 면에서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마음을 전했다.
투자 배급을 맡은 CJ ENM 고경범 사업부장은 “작년 초 선댄스에서 첫선을 보이고, 전 세계 순회공연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이고 있다. 떨리고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영화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A24와 함께 ‘패스트 라이브즈’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자산을 가지고 한국 영화의 여러 가지 노하우로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에이와는 전부터 두 회사 간의 상호보완적인 협업이 가능할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을 함께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봤을 때는 크게 두 가지에서 끌렸다. 첫 번째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시아적, 한국적인 정서를 치열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도가 크게 보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 회사로서 한국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거기에 두 번째로 A24는 북미 시장에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의 힘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회사였고, 저희는 아시아 중심이다 보니 양쪽에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고 부장은 "드디어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응원이 필요하다. 큰 예산의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마블도 아니라 낯선 영화일 수도 있다. 이미 보신 분들의 응원과 지지를 통해 커가는 영화이기에, 좋은 반응 부탁드린다"며 인사했고, 유태오는 "최근에 잔잔한 로맨스 소재의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갈증이 많이 느껴졌다. 해외에서 많은 분들이 보고 나서 ‘내가 이 시점에 이게 필요했겠구나’라고 하더라. 편하고 잔잔한 로맨스 영화, 자극적이지 않아도 감동적인 영화니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셀린 송 감독은 "제 생각에 그 영화는 누가 언제 보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거로 생각하다. 그러니 관객분들이 무조건 열린 마음으로 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수)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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