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어려웠다''…소녀시대 유리, 배우로 '돌핀' 하는 지금 (종합)[인터뷰]
입력 : 2024.03.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보라 기자] “본래의 권유리는 표현하는 것에 늘 최적화해 있었다. 예를 들면 무대에서도 3분 동안 음악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왔는데 이 영화 속 캐릭터는 완전히 반대다.”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권유리(35)가 새 영화 ‘돌핀’에서 소화한 나영 캐릭터와 자신의 성격을 비교하며 “감정을 응축한 나영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촬영하면서 궁금했고 그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 감독님한테 가서 ‘이렇게 표현한 게 맞나?’ ‘제 호흡에 감정이 실렸나?’라고 자꾸 물었다. 감정 표현을 하면서도 해소되지 않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근데 감독님과 길해연 선배님이 확신을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이 같이 털어놨다.

권유리는 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영화 ‘돌핀’을 홍보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독립영화 ‘돌핀’(감독 배두리,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유리가 영화 ‘노브레싱’(2013)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작품이다.

유리는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는 평범한 30대 여성 나영으로 분해 자연스럽고 소박한 본연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출연 계기에 대해 "평소 독립영화를 신선하게 즐겨보고 있었다. 이 영화의 대본을 받았는데 자극성이 강렬하기보다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소해서 정감이 갔다”고 밝혔다. 원톱 주연이라는 부담을 초반 느끼지 못 했다는 권유리는 “하루하루 한 장면 한 장면 어떻게 촬영할지 집중하다보니 부담감을 느낄 여력은 없었다”며 “근데 홍보활동을 시작하면서 ‘아 이런 거야?’라는 부담이 시작됐다. 팀원 중 대표로 나서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보니 이게 바로 주연의 무게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권유리는 “나영을 연기할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 표현하지 않는 것이었다. 저 스스로도 무언가 드러내지 않고 그냥 숨쉬고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게 나영을 맡은 나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었다. 근데 그게 가장 어렵더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 캐릭터를 준비한 자신만의 노력에 대해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촬영지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촬영이 없을 때도 그곳에서 지내면서, 그 마을의 정취를 받아들이며 익숙해지려고 했다”고 밝혔다.

“외향적으로는 가장 나영스러운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는 권유리는 “저는 화려한 소녀시대 유리를 지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메이크업을 덜어내 맨얼굴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최대한 나영으로 살아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권유리는 캐릭터를 처음 접했던 초반, 자신과 겹치는 지점이 적어 어려웠고 고민이 많았지만 표현할수록 어떠한 공통점을 발견해나갔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말투는 제가 살아왔던 방식이었다. 저도 누군가에게 내 의사를 표현할 때 친절하고 자세하게 하는 편이다. 근데 이 캐릭터는 그렇지 않아서 처음에 제가 이해할 땐 버거웠다. 근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감독님이 나영이와 너무 비슷했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눌수록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사람을 대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양성을 인지했다. 그때부터 다가가기 쉬워졌다. 감독님의 모습을 제가 카피한다면 나영의 모습이 미워보이지 않겠다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할수록 나영 캐릭터에 점점 빠졌다는 권유리는 “나영이 꽤나 깊이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오래 생각한 뒤 입을 연다. 또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라며 “그렇게 다가가니 나영을 향한 애정이 많이 생겼다. 나영이 내면에 가진 상처도 크다. 어떻게 하면 그걸 말로 표현하지 않고 그 감정의 깊이를 드러낼 수 있을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던 나영은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에 어려움을 겪다가, 볼링을 통해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이날 유리는 “저도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 볼링에 관심이 없었고 잘 치지 못했다. 그래서 전문가 선생님에게 볼링의 기초부터 배웠다. 그간 안 썼던 근육들을 쓰면서 근육통이 생겼다”며 “초반엔 몰랐지만 계속 볼링을 치다 보니 재밌었다. 돌핀을 하는 장면도 찍어야 했는데, 볼을 튀게 만들기 위한 다른 방법이 또 있더라. 일단 거터로 공이 빠지는 연습을 했다.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한 에피소드가 되게 재미있었다”고 촬영을 하면서 느낀 즐거움을 회상했다.

유리도 볼링으로 부상을 겪은 나영과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비교했다. “나영이 발목이 부었는데도 볼링을 친다. 볼링을 치면서 감정을 끝까지 몰아간다. 결국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데 ‘얼마나 참았을까’라는 대사가 저에게 함축적이었다. 그 말에 나영이 눈물을 뚝뚝 흘릴 거 같았다. 괜찮은 아이디어인 거 같아서 감독님에게 말씀 드렸고, 좋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어 유리는 “저도 소녀시대 시절, 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발목이 다쳤었다. 부상 후 춤 연습을 더 하면 안 됐는데 그땐 저도 서툴러서 안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결국 탈이 나서 발목을 수술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왜 이제야 오셨냐’고 하더라. 그 말에 마치 더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엉엉 울었었다”고 회상했다.

“누구나 비슷할 텐데 30대 초반에 저도 나영이처럼 혼란을 겪었었다. 그때는 사회적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나이지 않나. 저도 소녀시대에서 홀로 서야 하는 시기였다. 근데 홀로서기가 너무 쉽지 않더라. 너무 따갑고 아프기도 했다. 나의 인지 부조화로 인해 부자연스럽다는 걸 느꼈었다. (그간의 성과가) 온전히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되게 혼란스러웠다. 근데 내가 가고자 하는 이상은 높고 큰 곳이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어 유리는 “그래서 현실을 조금 더 직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됐다. 그러면서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됐다. 나라는 사람이 이야기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스스로를 돌아봤다고 전했다.

다양한 장르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다는 권유리는 “소녀시대 친구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은 용기와 영감을 얻는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친구들도 나의 모습을 보고 그렇다더라. 특히 제가 연극하는 모습을 보고 수영이와 윤아도 ‘나도 연극하고 싶다’고 했다”며 “저는 장단편 구분하지 않고 도전하는 수영이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또한 뮤지컬무대에 서는 티파니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윤아의 액션영화 ‘엑시트’가 잘됐을 때 나도 언젠가는 천만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돌핀’의 극장 개봉은 3월 13일.

/ purplish@osen.co.kr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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