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로기완' 김희진 감독이 송중기와 7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사연을 공개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연출을 맡은 김희진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로기완'(각본감독 김희진, 각색 김준현, 제작 용필름, 공동제작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해진 작가의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수학여행' 등 다수의 단편영화로 주목받은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로기완'은 애초 제작사에서 김희진 감독에게 "멜로 영화로 각색해 연출하자"고 제안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영화는 로기완이 난민 지위를 얻으려고 벨기에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자세히 다루는데, 실제로 김희진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했다.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탈북민을 취재하고, 관련 다큐 및 서적을 참고하는 등 자료를 조사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주연 송중기는 이번 '로기완'에서 삶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탈북자 로기완으로 분해 열연했고, 말투부터 외형적인 비주얼까지 변신했다. 북한 선생님과 함께 자강도 지역의 말투를 콘셉트로 잡았다고.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소설은 로기완의 행적을 따라가는 방송 작가의 시선이라서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반면, 영화는 로기완의 1인칭 시점으로 원작에 없는 여주인공 마리를 만들어 멜로 비중이 훨씬 짙어졌다.
김희진 감독은 "송중기 배우가 7년 전쯤 한번 고사했는데, 그땐 스케줄을 비롯해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기완의 선택을 그 당시에는 납득하지 못했던 거 같다"며 "송 배우님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자기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크게 받아들였고, 이후 살아남고자 하는 땅에서 '사랑을 할 수 있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선택이 납득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흘러서 시나리오가 바뀌기도 했고, 배우 님 스스로도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송중기 역시 제작보고회에서 "사실 '로기완'은 6~7년 전에 한 번 거절했었다. '하고 싶다'고 얘기 했다가 번복했다. 그때는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감히 내가 뭐라고 거절했다. 거절을 해놓고 '저 좋은 작품이 왜 안 들어가지? 다른 배우를 찾아서라도 할 텐데' 하면서, 몇 년 간 오지랖을 부리고 있었다. 거절한 걸 후회했다"며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하고 있을 때 나한테 다시 이 대본이 들어왔다. '이건 인연이다. 이건 내 영화다 내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인연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7년간 오직 송중기만 기다렸나?"라는 질문에 김희진 감독은 "맞다.(웃음) 송 배우님이 고사를 해서 아쉬워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작품은 하지 않았던 건 아니고 데뷔하려고 계속 준비했다. '로기완'은 잠깐 묻어놨는데, 넷플릭스 측에서 이사님이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포문을 열어줬고, 그래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진 감독은 '송중기가 오케이 안 했으면 영원히 세상에 못 드러날 작품'이라는 말에 동의하면서, "항상 의지가 있었지마 의지만으론 되진 않았다. 넷플릭스와 송 배우님이 결심해줘서 다시 나올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한편 '로기완'은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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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