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포수 포지션이다. 그런데 두 명의 포수가 모두 국가대표급 선수면 후순위 선수에게 기회는 거의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NC 다이노스 안중열(29)의 상황이 그렇다. 하지만 1군의 높은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안중열은 1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7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오석주를 상대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8-7 뒤집기의 주역이 됐다.
9회말 1사 후 김형준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최정원의 좌전안타, 최우재의 볼넷으로 만들어지진 2사 만루 기회가 마련됐다. 송승환 타석이었지만 대타로 안중열이 등장했다. 오석주와 2볼2스트라이크 승부에서 5구째 131km 패스트볼을 받아쳤는데 이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겼다. 대타 끝내기 만루포가 극적으로 만들어졌다.
안중열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특별지명 전체 15순위로 당시 신생팅 KT 위즈의 지명을 받았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청소년대표팀에도 선발 되는 등 1군 주전급 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다 2015년 박세웅, 장성우 등이 오가는 롯데와의 4대5 트레이드 때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롯데에서는 ‘포스트 강민호’로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안중열은 팔꿈치 부상 등 여러 부상에서 쉽사리 극복하지 못했다. 강민호의 삼성 이적 이후 김준태(KT) 나종덕(개명 후 나균안) 등과 함께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2019시즌이 끝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했고 2021년 시즌 중반에 전역했다.
전역한 뒤에도 안중열은 자리잡지 못했다. 정보근의 성장, 대형 유망주 손성빈의 입단 등으로 입지가 줄었다. 결정적으로 2022시즌이 끝나고 유강남과 4년 80억원에 FA 계약을 맺으면서 주전 포수 자리가 완전히 보강됐다. 그리고 롯데가 유격수 노진혁을 4년 50억원에 영입하면서 안중열은 보상선수로 NC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올해로 NC 이적 2년차. 하지만 안중열은 NC에서도 자리 잡는 게 쉽지 않다. 1군 포수진이 워낙 쟁쟁하다. ‘포스트 양의지’로 불렸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전 포수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형준(25), 양의지가 두산으로 떠난 뒤 4년 46억원에 FA 계약을 한 베테랑 박세혁(35)이 버티고 있다. 1군 포수진으로는 10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중열은 냉정히 말해 제3옵션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안중열은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홈런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안중열은 경기 후 “우리 팀에 좋은 포수가 많다”라고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항상 뒤에서 내가 하는데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짜릿한 끝내기 만루포의 순간에 대해 “끝내기 홈런은 처음이다.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었고, 3구 변화구 실투를 놓쳐서 주자들이 다 차있었던 상황에 연결만하자고 생각했던게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범 경기라도 팀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겨야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팀에 나보다 훨씬 좋은 포수들이 많다. 시즌 동안 감독님, 코치님이 나를 필요로 해주시는 상황에 들어가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기회를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후 강인권 감독은 “오늘 경기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을 전체적으로 점검했고 선수들이 계획대로 컨디션을 올리는 것을 확인했다. 타선에서도 계획대로 컨디션이 올라오는것을 확인했다”라고 전하면서 “오늘 경기 데이비슨 선수의 홈런이 팀 승리의 중간역할을 했고 안중열 선수의 홈런이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추운 날씨 속에서 구장을 찾아 응원해주신 팬 분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감사의 인사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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