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조형래 기자] “지킨다는 생각을 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내야수 신민재(28)는 지난해 운명을 스스로 바꿨다. 약간의 운이 따랐고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신민재가 노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5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채 2018년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19년부터 1군에 출장했지만 2022년까지 195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대부분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많았다. 2022년에는 14경기만 나섰다. 커리어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2023년 주전 2루수로 낙점 받은 서건창(현 KIA)이 정규시즌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자 신민재가 이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순간까지 신민재는 주전 2루수였다. 122경기 타율 2할7푼7리(282타수 78안타) 28타점 47득점 37도루 OPS .653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정수빈(두산, 39도루)와 도루왕 경쟁을 펼쳤지만 막판 햄스트링 부상 등이 겹치면서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다. 모두가 칭찬할 만한 시즌이었다.
그 결과 신민재는 지난해 연봉 4800만원에서 139.6%가 폭등한 1억1500만원에 연봉 협상을 마감했다. 데뷔 첫 억대 연봉의 감격을 누렸다.
만년 대주자에서 1년 만에 주전 2루수로 신분이 격상됐다. 지난해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한 해 반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모두가 바란다. 스스로가 더욱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전보다 여유가 생겼고 책임감을 갖게 됐다.
신민재는 지난 11일부터 시범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14일 창원 NC전에서야 시범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14일 3타수 3안타 1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15일에는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했다. 정규시즌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기간 주전에게 허락된 여유이기도 하다.
15일 NC전이 끝나고 만난 신민재는 “작년이랑 준비하는 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타석에 들어갈 때 생각한 것대로 치려고 한다. 연습 때도 감각이 괜찮아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라면서도 “예전에 교체로 나갔을 때는 못 치면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 타석이 있다. 못 치더라도 다음 타석에 바로 수정을 할 수 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타석에서 더 편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주전의 자리를 꿰찼고 또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되니 책임감이라는 것도 더 생겼다. 그는 “지금 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이렇게 잘 대우해주시는데 제가 더 잘해야지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떻게 준비를 하려고 하는지를 더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자리를 보존하고 지킨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도전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리를 지킨다고 생각하면 끝나는 것이다”라는 신민재는 “아직 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2~3년은 해야 제 자리라고 생각을 할 것 같다. 올해 주전으로 시작하는 첫 시즌인데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깝게 놓친 도루왕 타이틀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뛰는 야구의 중심이 되어야 할 신민재인데, 이제는 도루 성공률을 더 높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난해 신민재의 도루 성공률은 68.5%였다. 높은 성공률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신민재는 “올해는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싶다. 작년처럼 막 뛰지는 않을 것 같다. 작년에는 욕심도 있어서 많이 뛰었는데 올해는 사인이 나면 언제든지 뛰려고 한다”라며 “감독님께서 볼카운트를 잘 보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변화구 타이밍에 더 많이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LG는 챔피언의 자격으로 오는 18일, 빅리그 월드투어 서울개막전을 위해 방한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신민재도 챔피언의 주전 2루수로 빅리그 슈퍼스타들을 만난다. 설레기도 한다. 그는 “재밌을 것 같다. 언제 그런 선수들과 해보고 그런 공들을 쳐보겠나”라고 웃으면서 빅리그 선수들과 만남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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