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성격도 좋고...'' 경험자의 예감 적중, 'SF 선배' 황재균이 말하는 성공의 근거
입력 : 2024.03.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딱 1년, 짧은 시간이었지만 먼저 미국 무대를 경험한 황재균(37·KT 위즈)의 눈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성공 가능성이 보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정후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29일 빅리그 데뷔전부터 안타와 타점을 신고한 이정후는 2번째 경기 만에 벌써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렬했다.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75(8타수 3안타) 2타점, 출루율 0.333, 장타율 0.375, OPS(출루율+장타율) 0.708이 됐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큰 의미를 담기는 어렵지만 첫 경기부터 안타를 신고하더니 멀티히트까지 작성하며 자신감을 키운 건 큰 수확이다.

이정후는 KBO 통산 타율 1위(0.340)에 올라 있는 한국 최고의 컨택트형 타자다.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빅리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로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1522억원)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극도로 낮은 삼진률과 헛스윙률은 현지에서도 이정후의 성공을 예상케 하는 대표적 지표였다.

이정후가 30일 샌디에이고전 4회초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이정후가 30일 샌디에이고전 4회초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 0.911로 맹활약을 펼쳤는데 정규시즌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날리고 희생플라이로 역전 타점까지 날렸던 이정후는 이날 조 머스그로브를 상대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머스그로브의 몸쪽으로 바짝 붙으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공략, 시속 108.9마일(175.2㎞)의 총알타구로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2회초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4회초 1사 1,2루에서 머스그로브의 하이 패스트볼을 후려쳐 강하게 때려내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공략이 쉽지 않은 높은 공이었지만 허리를 비틀어가며 기술적인 타격을 펼쳤다.

7회엔 2루수 땅볼, 8회엔 중견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팀의 8-3 승리에 완벽히 기여했다.

황재균은 경험자로서 이정후의 성공을 직감했다.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황재균은 "정후는 워낙 잘하는 선수이고 한국에서도 상당히 잘했는데 빠른 공도 못 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 가기 전부터 '너는 정말 잘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범경기부터 잘 치더니 첫 게임 때도 안타를 치더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오른쪽)가 승리 후 맷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오른쪽)가 승리 후 맷 채프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황재균은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선배이기도 하다. 황재균은 2017년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시범경기에서 타율 0.333, 출루율 0.353, 장타율 0.688, OPS 1.041로 맹활약을 펼쳤으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다.

6월 드디어 빅리그에 콜업된 황재균은 콜로라도 로키스와 데뷔전 첫 타석 땅볼 타구로 타점을 올리더니 3번째 타석에선 카일 프리랜드의 공을 받아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국내 선수 중 빅리그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선수는 없었다. 황재균은 "그 기록은 아무도 못 깬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못 깰 것"이라며 "그 앞에 최고령이 붙어서"라고 웃었다.

황재균은 "2볼이고 신인이니까 그냥 직구를 던지겠다 싶어서 그것만 노리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억은 나는데 너무 오래됐다. 벌써 7년 전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려한 시작과 달리 결과적으로는 웃지 못했다. 황재균은 짧은 시간 동안 타율 0.154(52타수 8안타)에 그쳤고 이듬해 KBO리그로 돌아왔다. 이후 현재까지 KT에서 뛰고 있다.

이정후의 성공은 확신했다. 경험자로서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황재균은 "정후는 진짜 잘할 것 같다"며 "성격도 정말 좋고 깊게 빠져드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낙 정교한 타격을 펼치고 빠른 공에도 크게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더불어 야구 외적으로는 성격이 좋아 선수들과 융화되기에도 유리하고 부진할 때 스스로 생각에 빠져들어 악순환을 만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경험해 본 자의 판단이기에 더욱 설들력 있게 들리는 말이다.

황재균이 30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황재균이 30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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