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고성환 기자] "이번 시리즈에서 제일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정말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다. 수원 KT와 부산 KCC가 엄청난 명승부를 펼치며 두 경기 연속 매진에 보답했다.
수원 KT는 29일 오후 7시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부산 KCC를 101-97로 물리쳤다.
이로써 KT는 1승 1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추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도 패했다면 2패를 떠안고 부산 원정을 떠나야 했지만, 귀중한 1승을 챙기며 한숨 돌렸다. 역대 챔프전에서 1차전을 패한 뒤 2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46.2%(총 13회 중 6회)였다.
KCC는 후반에 무너지며 연승을 달리는 데 실패했다. 1차전에선 17점 차 완승을 거뒀지만, 이번엔 뒷심에서 밀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만약 승리했다면 원정에서 2승을 챙기며 우승 확률 84.6%(총 13회 중 11회)를 거머쥘 수 있었으나 패리스 배스를 막아내지 못했다. 배스는 전반에 침묵했지만, 후반 들어 36점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양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한 시소게임을 펼쳤다. 1쿼터부터 심상치 않았다. 허훈과 라건아가 득점을 주고받은 끝에 KCC가 라건아의 버저비터로 20-19, 한 점 앞선 채로 쿼터를 마무리했다.
2쿼터는 알리제 드숀 존슨의 무대였다. 그는 내외곽에서 펄펄 날며 홀로 24점을 몰아쳤다. KT는 1쿼터 침묵했던 패리스 배스 대신 마이클 에릭을 투입했으나 존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KCC가 53-44로 두 자릿수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이날도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힘을 비축한 배스가 존슨 못지 않은 차력쇼를 펼치며 역전을 이끌었다. 그는 엄청난 '딥쓰리'까지 꽂아넣으며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23점 맹폭을 퍼부었다.
지난 1차전과는 정반대 모습이었다. 앞선 경기에선 KCC가 3쿼터 초반 15-0 런을 기록하며 역전을 일궈냈다. 그러나 이번엔 KT가 3쿼터에만 35점을 몰아치며 79-7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4쿼터에도 접전이 이어졌다. 배스와 라건아가 골밑에서 뜨거운 맞대결을 펼쳤고, 잠잠하던 허웅까지 연달아 3점포를 꽂아넣으며 위기의 순간 빛을 발했다. 앞서고 있는 KT로서도 도저히 안심할 수 없었다.
KCC는 송교창이 5반칙 퇴장당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종료 1분 45초 전 97-98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끝까지 승자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였다.
양 팀의 운명은 정말 마지막 순간에 갈렸다. KT가 하윤기의 강력한 투핸드 덩크로 달아난 뒤 경기 8초를 남기고 나온 허훈의 자유투 득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역전극을 쓴 KT와 끝까지 쫓아간 KCC 모두 박수받아 마땅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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