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자 우승이 찾아왔다. 해리 윙크스(28, 레스터 시티)가 생애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레스터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영국 프레스턴 딥데일에서 열린 프레스턴과 2023-20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4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레스터는 이날 승리로 승점 97점(31승 4무 10패) 고지를 밟으며 통산 8번째 챔피언십 우승을 조기에 확정 지었다. '영원한 에이스' 제이미 바디가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을 왕좌로 이끌었다.
사실 프리미어리그(PL) 승격은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레스터는 지난 시즌 18위에 그치며 강등당했지만, 챔피언십에서 승승장구하며 1시즌 만에 PL 무대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2015-2016시즌 PL 우승 동화를 썼던 레스터가 다시 돌아오는 것.
윙크스도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는 올 시즌 리그 4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3951분을 소화하며 2골을 기록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 기준 시즌 평균 평점은 7.26점이다.
레스터의 기대의 100% 부응한 윙크스다. 레스터는 충격적인 강등 이후 1150만 유로(약 170억 원)를 투자해 그를 데려왔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이적료 지출이었다.
윙크스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2002년년부터 토트넘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토트넘 성골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발탁되며 차세대 미드필더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윙크스는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점차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났다. 약한 피지컬과 부족한 탈압박 능력을 개선하지 못하며 방출 대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엔 삼프도리아로 1년 임대를 떠났지만, 부상으로 신음했다. 결국 윙크스는 2부리그로 향하며 재기를 꿈꿨다.
그 결과는 우승이었다. 윙크스는 곧바로 레스터에 녹아들었고,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커리어에서 항상 꿈꿨던 일이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시즌이었다. 난 매 순간을 사랑해 왔다"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또한 윙크스는 엔조 마레스카 감독 아래에서 모두가 하나로 뭉쳤다고 말했다. 그는 "46경기를 치르는 시즌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팀을 이루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우리는 정말 그러고 있다. 난 우리 팀의 유대감, 경기 스타일을 좋아했다. 내게 완벽하다"라며 "다음 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길 바란다. 지금은 축하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윙크스까지 우승에 성공하면서 토트넘을 나가면 우승한다는 이른바 '탈트넘 효과'의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다. 토트넘은 지난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쭉 무관이지만, 토트넘을 떠난 선수들은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루카 모드리치와 가레스 베일은 제외하더라도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르베이럴트, 탕귀 은돔벨레, 키어런 트리피어, 후안 포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 조르주케빈 은쿠두,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 등 수많은 사례가 있다.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탈트넘은 과학'이라는 농담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윙크스도 우승의 기쁨을 맛보면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친정팀 토트넘을 적으로 상대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 탈트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선수도 있다. 바로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11연패를 달리던 팀이었지만, 케인이 오자마자 레버쿠젠에 리그 우승을 내줬다. 다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에 진출한 상황이기에 마지막 희망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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