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런 하나를 아깝게 놓쳤다. 지난 1912년 개장해 올해로 112년째가 된 메이저리그 대표 ‘클래식 구장’ 펜웨이파크를 넘기지 못했다.
이정후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팀은 0-4로 패했고,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2할5푼9리(108타수 28안타)로 떨어졌다.
9회 마지막 타석이 아쉬웠다. 선두타자로 나온 이정후는 보스턴 우완 불펜 저스틴 슬레이튼의 6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시속 90.6마일(145.8km) 커터 받아쳤다. 타구 속도 100마일(160.9km), 발사각 34도로 377피트(114.9m)를 날아갔지만 보스턴 우익수 윌리어 아브레유에게 잡혀 뜬공으로 물러났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9회 우익수 뜬공 타구는 안타 확률 37%로 리그 전체 30개 구장 중 26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펜웨이파크를 비롯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코프먼스타디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오클랜드 콜리세움, 워싱턴 내셔널스의 내셔널스파크 등 4개 구장에서만 넘어가지 않는 타구였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주관 방송사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이정후의 9회 타석 순간에 “멋지게 잘 쳤는데 펜웨이크파크의 추운 밤에 (홈런을) 강탈당했다. 홈런에 가까운 타구였지만 날이 차고, 바람까지 불어 타구가 갇혔다. 홈플레이트 위쪽 깃발을 보면 바람 부는 방향을 알수 있다”며 맞바람으로 인해 타구가 뻗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펜웨이파크 온도는 섭씨 11도로 쌀쌀하고 흐린 날씨였다. 밤 공기가 차면 공기 밀도가 높아져 타구가 멀리 뻗지 않는다. 여기에 좌측 방향으로 시속 2마일(3.2km) 맞바람이 불어 이정후의 홈런성 타구도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좌타자가 홈런을 치기 어려운 펜웨이파크의 구장 특성도 작용했다. 좌측 펜스 높이가 11m에 달하는 ‘그린몬스터’로 유명한 펜웨이파크는 홈에서 우측 폴대까지 거리가 92m로 짧지만 폴대 왼쪽으로 크게 커브를 그리며 중앙 펜스로 이어진 구장 특성으로 인해 우측 펜스까지 거리는 116m에 달한다. 우중간 가장 깊은 곳까지는 무려 128m에 이를 정도로 깊어 좌타자들이 가장 홈런 치기 어려운 구장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좌타자 중 펜웨이파크에서 홈런 손맛을 본 선수는 추신수(4개), 최지만(3개), 배지환(1개) 등 3명이 있다. 그런데 추신수는 3개가 중월 홈런, 1개가 좌월 홈런으로 우측 담장을 넘기진 못했다. 배지환도 좌측으로 밀어서 넘긴 홈런이었다. 최지만이 유일하게 펜웨이파크 우중간을 넘어가는 홈런을 2개나 터뜨렸다.
한편 이정후는 올 시즌 28경기 121타석에서 홈런 2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월31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 좌완 사이드암 톰 코스그로브에게 우월 솔로포로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고, 지난달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오라클파크 홈경기에서 1회 우완 잭 갤런에게 우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솔로포로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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