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미키 17'이 릴레이 GV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미키 17'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3월 8일(토)과 9일(일) 양일 간의 릴레이 GV를 성료했다.
먼저 3월 8일(토) 진행된 GV에서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의 진행 아래,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대한 다채롭고도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내레이션과 함께 ‘미키’가 등장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내레이션이 '기생충' 후반부에 잠깐 있었는데, 그 시퀀스를 찍고 편집할 때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키 17'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로버트 패틴슨의 보이스오버 목소리가 만화영화 주인공 같기도 해서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이어 ‘미키 17’의 성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가득한 대사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과 ‘‘미키’는 이렇게 불쌍한 캐릭터다. 맨날 손해 보고 다니는 느낌이다. 이런 인물이 소심하게 칭얼거릴 때 어떤 말투 일 것 같냐’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인물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의 디테일이 ‘무슨 SF 영화에서 이런 게 나오나’ 싶은 영화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서 로버트 패틴슨도 그런 말투들로 여러 실험을 해봤을 것”이라며 영화 속 유머를 만들어간 흥미로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미키’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 ‘크리퍼’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인간들은 ‘미키’를 지속적으로 죽게 만들고, 그가 재출력이 될 수 있다는 핑계로 나머지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퍼’들은 ‘조코’ 하나를 구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다 설원으로 뛰쳐나와서 웅장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 지점이 굉장히 대조적”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은 ‘크리퍼’와는 대비되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서 많은 인물들을 다뤄봤지만 ‘미키’만큼 정이 가고 잘 되길 바랐던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여러분도 '미키 17'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GV를 마무리했다.
3월 9일(일) 진행된 GV에는 봉준호 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이 참석해 배순탁 음악평론가의 진행 아래 '미키 17'의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미키 17'의 OST 중 ‘Nasha(나샤)’와 ‘Barnes(반스)’를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며 등장해 더욱 특별한 GV의 시작을 알렸다.
자신을 “감독님들의 비전을 음악으로 다시 통역해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정재일 음악감독은 “‘Barnes(반스)’는 스크립트 단계에서 화면을 안 보고 만든 음악인데, 봉준호 감독님께 들려드리니 영화의 피날레에 이 음악이 담겼더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좋아하는데 피아노를 정말 원 없이 쳤고 런던 심포니와 협연을 하게 돼서 가문의 영광 같은 일이었다”라며 영화의 엔딩에 등장해 짙은 여운을 남기는 ‘Barnes(반스)’를 완성한 작업 과정을 전했다.
장면과의 조화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루코’가 총에 맞을 때 등장하는 ‘Mayhem(메이헴)’이라는 곡이 굉장히 파워풀하고 극적인 음악이다. 처음 녹음실에서 들었을 때 압도되어서 박수를 쳤다”고 ‘크리퍼’가 가지는 존재감만큼이나 음악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짐을 밝혔다.
'미키 17'의 음악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에 대한 질문에 정재일 음악감독은 “‘크리퍼’들은 ‘미키’를 잡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나샤’는 ‘미키’를 안아주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었다”고 말해 결국 '미키 17'의 음악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은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임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들었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장면이 생각나는 것도 있겠지만, 오히려 영화 위로 흘렀던 선율이 기억날 때가 많다. 음악은 영화라는 복잡한 작업 속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재일 음악감독이 저에게 꽃다발을 선물해준 듯한 느낌이라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정재일 음악감독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 그것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다시 한 번 함께하게 돼서 굉장히 영광이었다”고 '미키 17'을 통해 세 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춘 뜻깊은 소감을 전하며 GV를 마무리했다.
자리를 가득 채운 팬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GV를 성공적으로 마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지난달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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