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상습 마약 투약' 유아인으로 몇 년간 고생한 영화 '승부'가 드디어 개봉만 앞두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승부'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이병헌, 고창석, 조우진, 문정희, 현봉식, 김형주 감독 등이 참석했다.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제공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제작 ㈜영화사월광, 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형주 감독은 "'승부'는 바둑을 몰라도 보는데 전혀 어려움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내놓게 됐는데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연기 달인 이병헌과 유아인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2021년 4월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아인의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이 작품은 이병헌이 주연뿐만 아니라 그가 소속된 BH엔터가 공동 제작에도 참여했다.
앞서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 2심 최후 진술에서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신 동료, 관계자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렸고 과분한 사랑으로 아껴주신 많은 분들을 아프게 했다. 배신이었다"며 "아직도 수치심과 죄책감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반성의 기회를 감히 감사히 여기며 교정과 회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겠다. 배움과 새로운 삶에 대한 굳은 의지를 사회에서 펼칠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유아인(본명 엄홍식)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판결을 깨고 감형이 이뤄진 가운데,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시간 수명 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제대로 잘 수 없는 고통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약물 의존성을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보이고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5개월 넘게 구금 생활을 하면서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동종범행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양형 조건 등을 종합하면 1심에서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함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유아인은 구속 5개월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이후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를 받는 유아인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주 감독은 '마약 논란'을 일으킨 유아인 관련 질문을 받았고, "마음 같아선 따로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어 웃음을 자아냈다.
캐스팅 단계에선 이병헌-유아인으로 최고의 조합이었지만,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의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수년간 개봉이 지연된 바 있다. 플랫폼도 넷플릭스에서 극장으로 옮겨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감독은 "이병헌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되셨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리고 (유아인 배우도 캐스팅돼) 덤으로 얻은 것 같았다. 기뻤고 부담감도 많았다"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주연 배우로서 어떻게 보면 무책임할 수도 있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이기 이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못을 범했고,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실 그 부분은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어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면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지옥같은 터널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그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막막했던 것 같다. 어쨌든 출구 쪽에 한 줄기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감격스럽기도 하다"며 "나 못지 않게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도 개봉을 기다렸다. 고생해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감정이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관객들에 대해 감독은 "선택과 판단을 하는 건 대중들의 몫이니까 어쩔수 없다"면서도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다. 본의 아니게 영화가 나오기 전 상처를 받게 됐다. 그래도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를 발라준다는 심정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유아인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은 "'승부'에 캐스팅되고 기대감이 커지면서 설레임도 컸다. 이런 배우들과 하면 어떨가 싶더라. 유아인과도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런 지점도 굉장히 궁금했다"며 "유아인은 촬영을 하면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묵했던 후배였다. 서로 많이 대화하고 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거나, 회식도 하고 이런 상황들은 아니었다. 진짜 서로가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못가졌다. 그래도 현장에서 몰입하고 서로 함께 하고, 대사를 맞춰볼 땐 굉장히 진지했다. 나 또한 신 안에 빠져드는데 용이했던 기억"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이벙헌은 "우여곡절 끝에 스크린으로 관객분들 만나게 돼 참여한 배우로서 설레고 기분 좋은 순간인 것 같다. 참여한 사람으로서 잘되면 좋겠다", 감독은 "오늘 울면 어떡하나 했는데 (유아인 관련) 질문을 살살해주신 거 같아서 감사드린다. 극장 와서 배우들의 연기 오마카세를 느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