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혜림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에서 가진 취임 4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이 세계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으며 "AI 종속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이 '한도 초과'인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 회장은 지난 25일 대한상의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의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AI를 제조에 도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공장을 해외든, 국내에 세웠든 공동화(空洞化)를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조업과 수출이라는 대한민국 비즈니스 모델이 도전받고 있고 수명도 다해간다"며 "제조업을 없앨 수는 없으니 무조건 (제조업은) 가야 하지만 수출 주도형 경제로 먹고살겠다는 모델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경쟁력을 키워야만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한국 경제 역시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의 타깃은 AI"라며 "옛날처럼 이 땅에서 생산해서 만든 물건을 해외에 수출하는 모델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기에 이제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AI 경쟁력에 대해선 "AI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것은 잘하는데 소버린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언어모델)이 (우리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들 능력이 없기에 전 세계 순위로 보면 10위권 바깥으로 확 쳐져 버린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 당부했다. 최 회장은 "봄은 왔는데 경제는 아직 얼어붙는 상황"이라며 "통상 문제, 금융 불안,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임팩트, 정치 문제까지 대한민국에 네 가지 폭풍 현상이 한꺼번에 (닥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거의 용량·한도 초과이며 자영업자와 시민들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빨리 벗어나면 좋겠지만 빠른 속도로 풀려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기는 조금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상법 개정과 주52시간 예외 논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지금 형편상 이 타임에 꼭 해야 될까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특별법에 담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52시간 근무제는) 좋은 취지지만 항상 법이라는 것은 취지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비대한 규제는 성장과 사회 문제를 푸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에 힘겨워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상대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발표 안했으니 구체적인 전략이 나올 것이 없다"며 대응 방안에 대해선 "현지 투자를 통해서 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카드를 던지거나 혹은 그냥 관세를 맞더라도 팔겠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편마다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전략을 택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미국 투자에 대해선 "이미 계획돼 있는 투자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보조금 이야기도 있고 나머지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이는 비즈니스이기에 지금의 관세 정책과 결부돼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의 품목을 무관세 적용하고 있지만 비관세 장벽을 고리로 한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비관세 장벽에 대해) 조금씩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 대해 "바뀌지 않는 지정학적 문제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꿀 것인지가 우리의 최대 고민으로 보인다"며 "안 바꾼다면 경제성장과 관세 문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대한민국 경제계는 국내외의 불확실성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걱정 중에 제일 큰 것은 unknown(알려지지 않은)이 너무 커지는 것"이라며 "불확실한 것이 너무 커지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고 미루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리는 '2025 APEC 경제인 행사' 현장을 직접 점검했던 최 회장은 "APEC 행사 전체를 보면 1700여 명의 기업인과 해외 정상, 준비 인력 등 2만 명이 모인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7조 40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 2만 4000만 개 정도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숙박 시설 대책으로는 크루즈선도 이용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APEC 방문) 인원이 많아지면서 숙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크루즈선(으로) 숙박시설을 하려고 하니 포항에 부두나 모든 (정박) 시설이 어느 정도까지 다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혜림 기자 khr073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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