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교 감독들에게 묻다 '이여상은 왜? 학생들은 왜?' [유소년 약물 스캔들 파문①]
입력 : 2019.07.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세 인턴기자= “고액의 사교육이었다. 프로 출신 선수가 제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욕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여상 약물 스캔들’ 사태를 바라보는 현직 고교 지도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35)은 자신이 운영하는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불법 약물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약사법 등의 위반 혐의로 이여상을 조사 중이며,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이여상은 야구교실에서 밀수입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을 경구약과 주사로 선수들에게 투약했다. 이여상은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구단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유소년 선수를 현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금증은 과연 이 야구교실은 어떤 곳이냐는 것이다.

이여상이 운영하던 야구교실은 고교야구팀에 소속된 선수들에게 ‘과외 학원’ 같은 곳이었다.

지방의 모 고교 A 감독(취재에 응한 지도자들은 익명을 요구했다)은 “비시즌에는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레슨을 받으러 다니기도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프로든 대학이든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 욕심 내서 배우러 다니는 것”이라며 “각자 실력 향상을 위해 임의로 과외 받듯 다니고 있는 터라 감독으로서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인문계 고교에 빗대면 사교육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이여상이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김주영 선생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선수들에게 ‘단기간에 몸을 좋게 만들고 실력을 늘려서 좋은 팀에 넣어주겠다’고 유혹해 비도덕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돈을 벌었다.

A 감독은 “그 야구교실의 수강료가 엄청 비싸다고 들었다. 약은 별도로 돈을 또 받았다고 하더라. 결국 제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 게 아니냐”며 격분했다.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이지만 좋은 대학, 좋은 직장(프로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입시생 선수들의 간절함, 좋은 팀에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이용해 돈을 챙겼다. 이여상은 불법 약물 투약으로 1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 모 고교의 B 감독은 “프로 생활도 수년간 한 선수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프로 선수가 스스로도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인데, 아이들에게도 금지약물을 투여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부작용도 심각한데, 제자들은 한창 클 아이들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검사에 따르면 해당 야구교실에 다닌 유소년 선수 20~30명 가운데 투약이 의심되는 7명 중 2명에게서 금지약물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중 5명은 현재 조사 중이며 적발된 2명은 대한체육회로부터 4년간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나 대학의 선택도 채 받지 못한 유소년 선수에게는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A 감독은 “잘하고 싶어 찾아간 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물론 아마추어 야구계에서도 감독, 코치진, 선수들 모두 금지약물 관련 교육을 받는다. 경각심은 충분히 갖고 있었을 텐데, 순진한 아이들이 ‘도핑 검사에 안 걸릴뿐더러 그저 체중이 붇고 근육량이 느는 것이 전부’라는 달콤한 말에 속은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대부분 왜소하고 그게 걱정인 학생들도 꽤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의 한 고교를 맡고 있는 C 감독은 “고교 전국대회에서는 무작위 도핑 테스트를 한다. 아이들도 충분히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 이여상씨가 아이들을 상대로 대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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