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현세 인턴기자= 단지 전반기가 끝났을 뿐인데, 마치 한 시즌을 치른 듯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전반기 반환점을 도는 기점인 올스타전이 비로 인해 연기돼서 치러지기도 했다.
각종 논란을 빚은 사건∙사고부터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순간까지, 2019시즌 전반기는 달달하거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20년 가까운 커리어, 그러나 엇갈린 마침표
올 시즌에 앞서 이른바 ‘레전드 대우’를 일찌감치 예약한 두 선수가 있었다. 프로 통산 19년차를 맞은 이범호와 박한이다. 둘은 한국야구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는 교집합이 있으나, 너무도 상반된 결말을 맞았다.
박한이는 지난 19년의 야구인생을 뒤로 한 채 쓸쓸히 퇴장했다. 그는 지난 5월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는데, 삼성에 따르면 그는 전날 경기 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이튿날 아침 자녀 등교를 돕는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이는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팬들과 구단에 죄송하다”라고 반성의 뜻을 남긴 채 곧장 은퇴를 선언했다. 더군다나 26일 키움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데다 통산 2,000안타도 달성한 프랜차이즈 선수였기에 허탈감도 컸다.
반면, 이범호의 결말은 그야말로 훈훈했다. 13일 한화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그는 자신이 몸담던 두 팀 팬의 박수갈채 속에 커리어를 매듭지었다. KIA 구단도 9년 간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이범호에게 예우를 갖췄다. 이범호도 “지난 2017시즌 내 생애 첫 우승을 평생 기억하며 살겠다”며 KIA와 추억을 소중히 했다. 그의 은퇴는 지역 연고 출신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아닐지 언정 아름다운 은퇴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느슨했던 경각심 일깨운 ‘유소년 약물 스캔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구계는 생각치도 못했던 데서 터진 사건에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프로 출신 선수가 운영하는 한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선수 등을 대상으로 불법 약물 투여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화, 롯데에서 뛴 이여상은 자신이 직접 차린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선수를 속이고 약물 투여를 강제했다. 이여상은 성장 중인 선수들에게 해로운 데다 금지 약물로도 지정된 아나볼릭스테로이드 등의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불법 입수했다. 유소년 선수들이 비시즌 중 회당 300만 원의 고액 수강료를 내가며 배우러 간 곳이다. 그런데 이여상은 프로∙대학의 선택에 목마른 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이니 이걸 맞아야 성적도 좋아지고 프로나 대학에도 갈 수 있다”고 꼬드겼다. 상식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에 야구계 곳곳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후 이여상은 조사 끝에 16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에 의해 구속기소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하면 된다’던 한선태, 편견 이겨낸 1이닝
좋은 의미로 야구계가 들썩인 날도 있었다. 비(非) 엘리트 출신 한선태(LG)가 1군 마운드에 오르면서 역사의 한 순간을 장식하기도 했다.
한선태는 야구부가 없는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이른바 ‘엘리트 체육’ 코스를 밟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구에 대한 열의로 생활체육야구를 거쳐 파주 챌린저스,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서 뛸 수 있었다. 이어 KBO리그에도 노크한 한선태는 LG의 선택을 받았고, 지난달 25일 SK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데뷔 첫 경기를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선태의 모자 챙 안쪽에는 일본어로 ‘やればできる(야레바데키루, ‘하면 된다’는 뜻)’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도치기에서 뛸 때부터 속으로 읊조렸던 말이라고 한다. 결국 그 말을 실현했고, 편견을 이겨낸 1이닝에 그라운드 안팎에서도 감동 물결이 일었다.
한국야구의 요람, 경찰 야구단의 작별인사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씁쓸하기 마련이다. 경찰 야구단에게도 그랬다. 지난 14년 간 한국야구 성장의 요람이었고, 전준우(롯데), 양의지(NC), 최형우(KIA)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간 경찰 야구단이 사라지게 됐다.
경찰 야구단은 정부의 의무경찰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해단의 길을 걸었다. 이제 내달 12일 남은 11기 선수단의 전역과 함께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런데 그들의 마지막은 빗속에 번번이 사라져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0일 서산구장에서 치를 예정이던 한화 2군과 마지막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당초 번외경기로 편성돼 있던 터라 추후 편성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19, 20일 퓨처스 올스타전도 연달아 우천 순연∙취소되면서 제대로 된 작별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경찰 야구단은 30일 해단식을 끝으로 모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남은 기간 경기 없이 훈련 일정만 소화하다 뿔뿔이 흩어진다. 유승안 감독은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다. 그래도 스포츠이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어디 가서도 2군에 머물지 말고 1군 선수가 돼 훌륭한 야구인생을 살길 바란다”고 건투를 빌었다.
사진=뉴시스
각종 논란을 빚은 사건∙사고부터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순간까지, 2019시즌 전반기는 달달하거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20년 가까운 커리어, 그러나 엇갈린 마침표
올 시즌에 앞서 이른바 ‘레전드 대우’를 일찌감치 예약한 두 선수가 있었다. 프로 통산 19년차를 맞은 이범호와 박한이다. 둘은 한국야구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는 교집합이 있으나, 너무도 상반된 결말을 맞았다.
박한이는 지난 19년의 야구인생을 뒤로 한 채 쓸쓸히 퇴장했다. 그는 지난 5월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는데, 삼성에 따르면 그는 전날 경기 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이튿날 아침 자녀 등교를 돕는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이는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팬들과 구단에 죄송하다”라고 반성의 뜻을 남긴 채 곧장 은퇴를 선언했다. 더군다나 26일 키움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데다 통산 2,000안타도 달성한 프랜차이즈 선수였기에 허탈감도 컸다.
반면, 이범호의 결말은 그야말로 훈훈했다. 13일 한화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그는 자신이 몸담던 두 팀 팬의 박수갈채 속에 커리어를 매듭지었다. KIA 구단도 9년 간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이범호에게 예우를 갖췄다. 이범호도 “지난 2017시즌 내 생애 첫 우승을 평생 기억하며 살겠다”며 KIA와 추억을 소중히 했다. 그의 은퇴는 지역 연고 출신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아닐지 언정 아름다운 은퇴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느슨했던 경각심 일깨운 ‘유소년 약물 스캔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구계는 생각치도 못했던 데서 터진 사건에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프로 출신 선수가 운영하는 한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선수 등을 대상으로 불법 약물 투여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화, 롯데에서 뛴 이여상은 자신이 직접 차린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선수를 속이고 약물 투여를 강제했다. 이여상은 성장 중인 선수들에게 해로운 데다 금지 약물로도 지정된 아나볼릭스테로이드 등의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불법 입수했다. 유소년 선수들이 비시즌 중 회당 300만 원의 고액 수강료를 내가며 배우러 간 곳이다. 그런데 이여상은 프로∙대학의 선택에 목마른 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이니 이걸 맞아야 성적도 좋아지고 프로나 대학에도 갈 수 있다”고 꼬드겼다. 상식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에 야구계 곳곳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후 이여상은 조사 끝에 16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에 의해 구속기소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하면 된다’던 한선태, 편견 이겨낸 1이닝
좋은 의미로 야구계가 들썩인 날도 있었다. 비(非) 엘리트 출신 한선태(LG)가 1군 마운드에 오르면서 역사의 한 순간을 장식하기도 했다.
한선태는 야구부가 없는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이른바 ‘엘리트 체육’ 코스를 밟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구에 대한 열의로 생활체육야구를 거쳐 파주 챌린저스,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서 뛸 수 있었다. 이어 KBO리그에도 노크한 한선태는 LG의 선택을 받았고, 지난달 25일 SK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데뷔 첫 경기를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선태의 모자 챙 안쪽에는 일본어로 ‘やればできる(야레바데키루, ‘하면 된다’는 뜻)’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도치기에서 뛸 때부터 속으로 읊조렸던 말이라고 한다. 결국 그 말을 실현했고, 편견을 이겨낸 1이닝에 그라운드 안팎에서도 감동 물결이 일었다.
한국야구의 요람, 경찰 야구단의 작별인사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씁쓸하기 마련이다. 경찰 야구단에게도 그랬다. 지난 14년 간 한국야구 성장의 요람이었고, 전준우(롯데), 양의지(NC), 최형우(KIA)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간 경찰 야구단이 사라지게 됐다.
경찰 야구단은 정부의 의무경찰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해단의 길을 걸었다. 이제 내달 12일 남은 11기 선수단의 전역과 함께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런데 그들의 마지막은 빗속에 번번이 사라져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0일 서산구장에서 치를 예정이던 한화 2군과 마지막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당초 번외경기로 편성돼 있던 터라 추후 편성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19, 20일 퓨처스 올스타전도 연달아 우천 순연∙취소되면서 제대로 된 작별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경찰 야구단은 30일 해단식을 끝으로 모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남은 기간 경기 없이 훈련 일정만 소화하다 뿔뿔이 흩어진다. 유승안 감독은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다. 그래도 스포츠이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어디 가서도 2군에 머물지 말고 1군 선수가 돼 훌륭한 야구인생을 살길 바란다”고 건투를 빌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