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를 안 준다…'승계주자 감옥' 이영하
입력 : 2019.11.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세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그토록 찾던 우완 에이스는 이영하(22, 두산)인 것 같다.

이영하는 올 시즌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잘 던져 선발 투수로 입지를 굳혔으나, 이번 대회만큼은 구원 투수로 투입된다.

자칫 안 맞는 옷일 수 있으나, 이영하는 등판 시점과 별개로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 시즌은 선발 투수로 첫 풀타임 시즌이다. 불펜으로도 던진 적이 많아 어려움은 없다"고 허허 웃어 넘겼다.

그랬더니 실제로 언제 투입되든 맡은 이닝은 완벽히 지우고 내려온다. 이영하는 이번 대회 3경기 나와 3.2이닝 동안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피안타, 볼넷은 각 1개씩만 기록했다.

구원으로 나오다 보니 위기 상황에 오르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이영하는 승계주자를 모조리 누상에 가뒀다.

이영하는 쿠바와 경기에서 5회 초 2사 1루에서 첫 타자 유리스벨 그라시알(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붙었다. 그라시알은 올 일본시리즈 4경기 3홈런을 쳐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선수. 배짱으로 붙은 이영하는 그라시알을 땅볼로 처리했다.

배짱을 두둑이 쌓으니 슈퍼라운드에서 기세는 더욱 세졌다. 이영하는 미국과 경기에서 6회 초 양현종이 남긴 2사 2, 3루 상황을 이어 받았다. 2점 차이던 터라 긴장감이 컸는데, 이영하는 또 한 번 위용을 떨쳤다.

처음 만난 타자는 MLB파이프라인 기준 필라델피아 1위이자 전체 34위 특급 유망주 알렉 봄. 그런데도 이영하는 주눅드는 법 없이 시속 140㎞를 웃도는 고속 슬라이더로 봄을 헛스윙 삼진 잡았다. 주먹을 불끈 쥐었고, 지켜 보던 양현종도 손뼉을 쳤다.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확실한 보답이 됐다.

이영하는 대표팀에서 전천후 활약에 가장 적합한 투수로 꼽힌다. 선발 투수가 일찍이 무너지면 곧바로 투입 가능한 자원이면서도 위기 상황에 쓰이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이영하는 "언제든 내보내 주시면 잘 던질 수 있도록 루틴 잘 지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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