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원인 찾은 임찬규, ''많은 이닝 소화하는 선발이 목표''
입력 : 2020.04.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동윤 기자=부진의 실마리를 찾았을까. 자체 청백전에서 부진을 거듭하던 임찬규(28)가 오랜만에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청백전에서 임찬규는 3이닝 동안 46개의 공을 던지며, 1볼넷 2탈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총 46개. 수비 실책이 있었음에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선발 정찬헌에 이어 4회 말 두 번째로 등판한 임찬규는 선두 타자 이형종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채은성마저도 2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주현이 실책을 범하면서 1사 1, 2루 상황이 됐다.

경기 후 만난 임찬규는 이때의 상황에 대해 "(이런걸) 이겨내 보고 싶더라"고 표현하면서 "똑같은 마음으로 던졌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임찬규는 후속 타자 김호은, 김민성을 상대로 똑같이 땅볼을 유도해 성공했고,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집중력 있는 모습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5회 말, 선두 타자 정근우에게 안타를 내준 임찬규는 오지환에게 땅볼, 유강남에게 6-4-3 병살을 이끌어내면서 공 9개로 이닝을 가볍게 마무리했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에는 홍창기의 수비 도움도 받으며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3이닝 무실점 호투를 보였음에도 임찬규는 "오늘은 실투가 들어가도 정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과 달리 이날 실투가 정타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는 임찬규의 노력이 있었다. 여기에는 박용택(41)을 비롯한 팀 동료들의 조언도 한 몫했다.

임찬규는 "(박)용택 선배님이 이전까지는 내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던질 때 확실히 차이가 났다고 하셨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얘기를 듣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면에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계속되는 청백전에 피로감을 표현했지만 임찬규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캐치볼을 제외하고 공을 던질 때마다 트랙맨 데이터를 확인한다고 밝힌 임찬규는 "구종별로 좋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제구 때문이라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내 문제 인식이 잘못됐었다. 아무리 좋은 체인지업을 던져도 터널링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부진의 원인을 터널링에서 찾았다.

이어 "그동안은 패스트볼이 느린 것이 원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느린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활용하는 선수들은 다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얘기했다.

임찬규가 말하는 피치 터널링(Pitch Tunneling)이란 투수가 여러 구종의 궤적을 비슷하게 하거나 궤적이 비슷한 구종을 섞어 쓰면서 타자로 하여금 최대한 구종을 늦게 파악하게 만드는 이론이다.

늦게나마 이런 원인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로 임찬규는 "청백전에서 계속 맞아 나갔던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덕분에 계속해서 수정할 수 있었다"면서 청백전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수정하지 못한 채로 시즌을 시작했으면 많이 안 좋았을 것 같다. 오늘 한 경기라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방향성 자체는 잡힌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좋은 결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임찬규는 "단순한 연습 경기라 생각하지 않고 집중을 많이 했다. 자꾸 맞아 나가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게 오히려 약이 됐다. 감독님 말씀대로 왜 맞아 나갔는지 계속해서 고민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선발 보직에 매력을 느낀 임찬규에게 4, 5번째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싶다.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선발 투수의 매력이다. 승리 투수보다는 중간 투수들이 쉴 수 있도록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며 애착을 드러낸 임찬규는 "개인적으로는 3선발이 실질적인 에이스고, 4, 5선발은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나가는 경기에서 열심히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한편, 14일 KBO는 제3차 이사회에서 4월 21일부터 연습 경기를 확정하고, 21일 이사회에서 5월 초 개막 여부를 확정 짓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19가 가라앉기 전까지는 개막 후에도 무관중 경기가 예상된다.

개막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임찬규가 생각한 자신의 과제는 실전에서 결과를 내는 것이었다. "마지막일지도 모를 청백전에서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얘기한 임찬규는 "개막 들어가기 전까지 제구, 터널링 등 현재 가진 문제를 개선하고,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면서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뜻을 나타냈다.

끝으로 무관중 경기에 대한 질문에 곧바로 "아쉽죠"라고 답한 임찬규는 "시국이 이래서 아쉽다. 상황이 빠르게 나아져서 팬 분들도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 19가 빠르게 종식되길 바랐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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