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진짜 위기다. 이제는 가을야구마저 장담할 수 없다. 두산 베어스가 또다시 선발투수의 부진에 발목이 잡히며 5위로 추락했다.
두산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서 1-7로 패했다. 같은 날 KT 위즈(65승 2무 65패 승률 0.500)가 NC 다이노스를 꺾고 4위로 도약하면서 두산(65승 2무 66패 승률 0.496)은 5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로 나선 발라조빅은 3⅓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발라조빅의 뒤를 이어 등판한 정철원(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도 부진했다.
이후 두산은 0-5로 뒤진 상황에서 이영하(1이닝), 이병헌(1이닝), 홍건희(⅓이닝), 김택연(⅔이닝)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타선이 8회 초 1사 3루에서 정수빈의 땅볼 타점으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최지강(1이닝 2피안타 2실점)이 2점을 더 내준 두산은 결국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추격에 실패하며 1-7로 졌다.
두산은 최근 7경기서 1승 6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중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지난 7일 KT전(곽빈 6이닝 1실점)과 8월 31일 롯데 자이언츠전(곽빈 5이닝 6실점) 2경기뿐이다. 곽빈이 등판한 2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5경기서 발라조빅(2경기), 최승용(2경기), 최원준은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일찌감치 무너졌다.
올 시즌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5위(4.90)를 기록하고 있지만, 선발 평균자책점은 8위(5.10)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전반기 평균자책점 4점대(4.99, 7위)를 유지했던 선발진은 후반기(5.32) 리그 최악의 수준으로 무너졌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150만 달러(약 20억 원)를 투자해 재계약을 맺은 라울 알칸타라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12경기(2승2패 평균자책점 4.76) 만에 교체됐다. 113만 달러(약 15억 원)를 들인 브랜든 와델은 전반기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에이스 역할을 했으나 이후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아직 복귀가 요원하다.
알칸타라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발라조빅은 9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3.74로 기대 이하다. 퀄리티 스타트는 2차례에 불과하고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경기당 평균 이닝도 5.07이닝에 그쳐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브랜든의 임시 대체 선수로 선택했던 시라카와 케이쇼와의 만남은 찜찜한 엔딩을 맞았다. SSG 랜더스에서 5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한 시라카와는 점차 KBO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계약 종료 후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두산 유니폼을 입고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8월 16일 KT전 8이닝 무실점 인생 투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브랜든의 부상이 길어지면서 두산은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라카와는 재계약 후 첫 등판이었던 8월 23일 한화 이글스전(4이닝 5실점 패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인대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두산은 7월 초 에릭 요키시(NC 다이노스)와 시라카와를 두고 저울질을 한 끝에 내린 최종 선택이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두산은 과거 키움에서 뛰었던 베테랑 투수 요키시의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요키시는 최고 구속 143km/h를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몸 상태였지만, 취업 비자를 받을 때까지 등판할 수 없다는 걸림돌이 있었다. 결국 두산은 곧바로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시라카와를 택했다.
두산과 계약에 실패한 요키시는 NC에 입단해 다시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복귀 첫 경기였던 8월 9일 LG 트윈스전에서 충격의 10실점을 기록하는 등 첫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10.66으로 크게 부진했다. 그러나 이후 3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1.04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9월 등판한 2경기는 모두 6이닝 1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NC 선발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요키시의 활약이 계속 될수록 두산의 아쉬움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두산은 평균자책점 1위(4.67)의 강력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발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반기(3.94, 1위)에 비해 후반기(6.01, 8위) 불펜의 과부하가 심해지고 있다. 사실상 6이닝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곽빈(27경기 12승 9패 평균자책점 4.28) 한 명뿐이다 보니 이닝을 먹어줄 수 있는 '놓친 물고기' 요키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5위로 떨어진 두산은 6위 SSG 랜더스(62승 2무 67패 승률 0.481), 7위 한화(60승 2무 67패 승률 0.472), 8위 롯데(58승 4무 66패 승률 0.468) 등 아직 가을야구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팀들로부터 2~3.5경기 차로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선발 마운드의 붕괴가 불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두산이 남은 11경기서 가을야구 티켓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스1, 뉴시스, OSEN